
15일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엔비디아와 일본 게임 회사 세가(SEGA)의 파트너십 30주년 기념 이벤트에 참석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연합뉴스)
세계 최대 AI 칩 설계사 엔비디아의 최고 경영진이 한국 기업의 상장식을 통해 직접 축사를 건넨 것은 양사의 협력 관계가 얼마나 긴밀한지를 보여준다. 황 CEO의 한 마디는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보내는 명확한 신호였다.
AI 메모리 공급망, 이제 글로벌 규모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에 탑재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는 핵심 협력사다. 양사는 단순 거래 관계를 넘어 공동 연구 협의체를 구성해 차세대 메모리와 GPU를 함께 개발 중이다. 반도체 설계와 제조 가속화를 위한 장기 기술 파트너십도 맺었다.
SK하이닉스가 ADR 상장으로 대규모 투자 자금을 확보하게 되면,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글로벌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메모리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황 CEO의 ‘기쁨’은 단순한 축하를 넘어 향후 AI 시장 성장에 대한 확신과 SK하이닉스와의 협력 관계 강화에 대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황 CEO는 도쿄 방문의 또 다른 목적도 공개했다. 그는 "내일은 일본 AI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며 16일 일본 정부와 주요 제조업체, 기술 기업들을 대상으로 AI와 로보틱스 분야의 협력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차례 한국 방문 후 일본 첫 방문
최근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던 황 CEO가 일본을 정식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일명 '일본 패싱'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번 방문을 계기로 엔비디아가 일본 정부, 제조업계, 기술 기업들과의 협력을 본격화하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이날 행사 무대에는 사토미 하루노리 세가 현 CEO와 이리마지리 쇼이치로 전 사장, '버추어 파이터' 개발자인 스즈키 유 등 세가의 역사를 함께해온 주요 인물들이 참석했다. 황 CEO는 이들 앞에서 자신의 과거를 직접 언급했다.
“세가와 30년 인연이 오늘날 엔비디아 만들어”
"일본의 게임 산업이 3D 그래픽 기술을 개척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엔비디아와 AI 기술의 발전도 없었을 것입니다. 창업 초기였던 1990년대 중반 세가로부터 약 5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고, 당시 그 지원이 엔비디아를 경영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줬습니다."
황 CEO의 회상은 세가라는 파트너에 대한 단순한 감사를 넘어선다. 엔비디아가 현재의 위치에 도달하기 위해 거쳤던 기술적, 재정적 토대가 일본 게임 산업과 세가의 기여 위에 세워졌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오늘날 AI 혁명의 주역인 엔비디아의 뿌리가 일본의 3D 그래픽 기술에 있다는 황 CEO의 발언은 양사 관계의 깊이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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