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지배구조 보고서를 제출한 자산 5천억원 이상의 비금융 상장사 501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50% 미만 준수율을 나타낸 기업이 전체의 42%인 210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절반 가까운 상장사, 기업지배구조 '미흡' 수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3대 항목 아래 15개 세부원칙으로 구성되는데, 올해 조사 대상 기업들의 평균 핵심지표 준수율은 54.4%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50.1%에서 소폭 상승한 수치이지만, 여전히 절반을 조금 넘는 '턱걸이'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15개 핵심지표 중 겨우 3~4개만 준수하고 있다는 의미로, 기본적인 지배구조 원칙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주주권 보호, 이사회 독립성, 감사기구 운영 등 전반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기업지배구조 15개 핵심지표 준수율 상위 20개사[리더스인덱스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61710522902427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기업지배구조 15개 핵심지표 준수율 상위 20개사[리더스인덱스 제공]
포스코홀딩스, 5년 연속 최고 준수율 기록
반면 우수한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5년(2021~2025년) 동안 평균 97.3%의 준수율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2021년과 2023년을 제외한 3개 연도에서는 15개 전 지표를 모두 충족해 100% 준수율을 달성했다.
KT&G는 평균 94.7%로 2위를 기록했으며, 2024년부터 2년 연속 100% 준수율을 보이고 있다. 이어 SK텔레콤(92%), LG이노텍(90.7%), KT(89.3%) 등이 높은 준수율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핵심지표[리더스인덱스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61710524800832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핵심지표[리더스인덱스 제공]
집중투표제 채택률 3%에 불과… 소수주주 권리 보호 미흡
항목별로 살펴보면 감사기구 관련 지표는 평균 74.8%의 높은 준수율을 기록한 반면, 주주 관련 지표는 55.7%, 이사회 관련 지표는 39.9%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소수주주 권리 보호의 핵심 제도인 '집중투표제' 채택률이 전체 501개사 중 단 15곳(3.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해 소수주주가 자신의 의견을 대변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실제로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기업 중 오너가 없는 공기업은 포스코홀딩스, KT, KT&G, GKL, 강원랜드,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전기술 등 8곳이고, 오너가 있는 민간기업은 SK텔레콤, SK스퀘어, SBS, 고려아연, 한화오션, 광주신세계, 세진중공업 등 7곳에 불과했다.
2026년 의무화 앞두고 제도 개선 과제 산적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제도는 2017년 한국거래소 자율공시로 시작돼 점진적으로 의무 대상을 확대해왔다. 2019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로 의무화됐고, 2022년에는 1조원 이상, 2024년에는 5천억원 이상 상장사로 대상이 더 넓어졌다. 내년부터는 코스피 전 상장사로 의무 제출 범위가 전면 확대될 예정이다.
정부는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으로 내년부터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제출 의무 법인이 이 보고서에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의무 기재하고, 이 내용을 투자자와 어떻게 소통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상법 개정을 통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논의도 활발하다. 현대 주식회사 제도의 본질적인 특징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로, 지배주주가 회사 운영 전반에 걸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소수주주의 권익이 침해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평가가 저하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의 열쇠
조사 기업 중 1년 새 준수율이 가장 크게 개선된 기업은 일동제약으로, 2024년 13.3%(2개)에서 2025년 73.3%(11개)로 대폭 상승했다. 반면 한국특강, 경동인베스트, 한국전자홀딩스 등은 각각 13.3%포인트 하락하며 준수율이 크게 떨어졌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제도는 각 기업의 지배구조 현황을 이해관계자들에게 투명하게 알리고, 기업별 특성에 맞는 체계를 구축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도입됐다. 특히 내년부터 코스피 전 상장사로 의무화가 확대되는 만큼, 기업들의 적극적인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기업가치 제고와 직결되는 핵심 과제"라며 "특히 집중투표제 등 소수주주 권리 보호 제도의 실질적 도입과 활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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