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이날 핵심 전략 과제 전담 조직인 '이노X랩(InnoX Lab)'을 신설한다고 사내에 공지했다. 조직명은 혁신(Innovation)과 변화(Transformation)를 결합한 것으로, AI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노X랩은 기존 사내 조직과 달리 전사 차원에서 각 사업부의 도전적 전략 과제를 전담하는 실행형 조직이다. 유연한 협업과 빠른 실행을 통해 단기간 내 실질적 성과 창출을 목표로 한다.
4대 핵심 과제로 스마트팩토리 생태계 구축
이들 기술은 모두 스마트팩토리의 핵심 요소로 평가받는다.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 객체의 디지털 복제본을 만들어 실시간 모니터링과 최적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변수를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어 비용 절감과 품질 향상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피지컬 AI는 올해 CES 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강조하며 화두에 오른 개념으로, AI가 현실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하며 물리적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 제조 장비 등에 적용돼 제조업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시너지로 휴머노이드 개발 가속화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는 지난해 말 자회사로 편입된 레인보우로보틱스와의 협업이 주목받는다. 삼성전자는 최근 레인보우로보틱스와 'S&R 휴머노이드 팀'을 구성해 공동 연구개발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오준호 삼성전자 미래로봇추진단장을 필두로 연구원 50여명이 투입된 이 팀은 올해 초부터 레인보우로보틱스 대전 본사 인근에서 협력 근무를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AI·소프트웨어 기술과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하드웨어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해 미래 로봇 개발 가속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며 "당사의 젊고 유능한 로봇 인력을 배치해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휴머노이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이 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AI 생산성 혁신으로 전사 변화 추동
이번 이노X랩 신설은 삼성전자의 'AI 드리븐 컴퍼니' 전환 전략의 연장선이다. 회사는 지난 5월 DX 부문에 'AI 생산성 혁신 그룹'을 신설한 데 이어, 각 사업부에 'AI 생산성 혁신 사무국'을 설치하는 등 전사적 AI 역량 강화에 나섰다.
노태문 DX 부문장(사장) 직무대행은 지난 4월 임직원에게 "원 삼성(One Samsung) 모토 아래 사업부 간 유기적인 협력을 하자"며 "DX부문의 강점을 연결해 더 큰 가치를 만들자"고 강조한 바 있다.
이노X랩은 과제별로 조직 간 경계를 넘어 필요 역량을 가진 인재를 유연하게 선발·충원하고, 과제 중심의 유기적 협업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태스크포스(TF)보다 큰 범위에서 핵심 전략 과제를 집중 수행하며, 새로운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실행할 예정이다.
글로벌 AI 로봇 시장 선점 위한 포석
삼성전자의 이러한 움직임은 급성장하는 글로벌 AI 로봇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넥스트MSC에 따르면 글로벌 AI 로봇시장은 2021년 약 126조원에서 2030년 약 243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테슬라의 '옵티머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유니트리의 'G1' 등 글로벌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그간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 경쟁력을 강조해온 만큼,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쯤 '세상에 없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품과 서비스가 이노X랩을 통해 구현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이미 올해 상반기 AI 컴패니언 로봇 '볼리'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가정용 로봇 시장 진출의 신호탄인 볼리를 통해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으로 로봇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AI와 로봇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한 조직적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노X랩을 통해 전사 차원의 혁신 역량을 결집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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