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13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43조 5천억원에서 이달 초 120조 7천억원으로 77조 2천억원 증가했다. 증가율로 환산하면 177.4%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30.6%, 한화를 제외한 10대 그룹 평균이 30.3%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높은 수치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말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2.3%에 불과했던 한화그룹 상장사들이 올해 코스피 상승분의 12.9%를 견인했다는 사실이다. 소수의 기업이 전체 시장 상승을 주도하는 독특한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급성장의 핵심은 방산과 조선 분야 계열사들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등 방산·조선 3사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31일 기준 97조원에 달한다.
한화오션의 성장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조기 경영정상화 성공과 한미 관세 협상 여파로 주가가 3만 7천350원에서 11만 2천300원으로 200.1% 급상승했다. 특히 이달 1일 시가총액 35조 9천729억원을 기록하며 네이버를 제치고 코스피 시총 13위에 올랐다. 인수 당시 3조원에 불과했던 기업가치가 2년 2개월 만에 10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한화오션의 급성장 배경에는 한미 관세 협상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 현지 조선소를 보유한 유일한 국내 조선업체로서 지난해 말 인수한 필리조선소를 통해 설비 투자와 기술 이전을 진행하며 한미 관세 협상에서 지렛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변웅진 iM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한국이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돕는 구조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상선 및 군함 발주를 한국 기업이 수주하는 방식으로 보답받을 것"이라며 "한화오션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그룹의 급성장은 투자상품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이 지난해 말 설정한 'PLUS 한화그룹주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은 최근 1천800억원을 돌파했으며, 연초 대비 수익률은 151.57%로 국내 대기업 그룹주 ETF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관세 협상이라는 외교적 이슈가 국내 기업의 주가와 증시 지형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패턴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