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08.22(금)

삼성생명 회계논란 … 참여연대 출신 이찬진 금감원장 판단은?

3시간 격론 끝 ‘추가 논의’ 결정만 … 새 정부서는 매듭 지어질 듯

신규섭 금융·연금 CP

2025-08-22 09:57:04

이찬진 금감원장.

이찬진 금감원장.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삼성생명의 회계처리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금융당국의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금융감독원이 21일 오후 3시부터 6시간 넘게 진행한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추가 논의를 예고하면서, 이 문제가 단순한 회계 기준 해석을 넘어 한국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직결된 사안임이 드러났다.

금감원이 이날 오후 개최한 비공개 간담회에는 학계와 시민단체, 4대 회계법인 관계자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회의는 애초 예상보다 훨씬 길어져 3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참석자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논란의 핵심은 삼성생명의 유배당 보험 계약자 배당재원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다. 한쪽에서는 "회계 기준을 갑자기 변경할 경우 회사 재무제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기존 '계약자지분조정' 방식 유지를 주장했다. 반대편에서는 "삼성생명도 새 회계기준(IFRS17)에 따라 미래 의무를 현재가치로 평가해 유배당 보험 계약자의 배당재원을 보험부채로 잡아야 한다"고 맞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워낙 다양한 의견이 나와서 오늘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웠다"면서도 "결론을 낼 시점을 정해두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빠르게 결론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밸류업 정책이 불러온 나비효과

이번 논란은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촉발한 나비효과의 성격이 강하다. 삼성화재가 밸류업 차원에서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율이 15%를 넘어 자회사 편입 요건을 충족했지만, 삼성생명은 지분법이 아닌 단순 금융자산 회계처리를 선택했다. 이에 대해 "자기에게 유리한 해석"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 큰 문제는 삼성전자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자사주를 소각한 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10%를 넘어섰다. 금산분리 규정에 따라 일부 지분 매각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삼성전자 지배구조와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으로 남아 있다.

특히 삼성생명이 과거 유배당 보험계약자의 보험료로 삼성전자와 삼성화재 지분을 매입했음에도, 그 이익이 계약자가 아닌 회사와 대주주에게 귀속돼 온 점은 보험계약자 권익 침해 논란을 불러왔다. 소비자단체는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이 부채로 분류되지만 실제 계약자에게 귀속되지 않는 것은 실질적 권리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로 번진 논란…'삼성생명법' 재부상
논란은 이미 국회로 옮겨간 상태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박홍배, 이강일, 이정문 의원과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이 참여해 삼성생명의 회계처리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수년간 국회에 계류 중인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에 다시 힘을 싣고 있다는 평가다. 개정안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과 채권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고, 총자산의 일정 비율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은 총자산의 30% 이상을 삼성전자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대규모 지분 매각이 불가피하다. 과거에는 "이재용 회장의 지배력 약화"와 "시장 충격"을 이유로 반대 여론이 컸지만, 최근에는 밸류업 정책 기조와 맞물려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 없이는 한국 증시 체질 개선이 어렵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김남근 의원은 "삼성생명이 보험 계약자들의 자금으로 삼성전자와 삼성화재 등 계열사 지분을 매입해 그룹 지배구조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온 문제가 계속 지적되고 있다"며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계약자 보호 측면에서 적극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진 신임 원장 시대, 어떤 변화가 올까

이번 간담회는 지난 14일 취임한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 체제에서 열린 첫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 원장은 18일 첫 출근 이후 부서별 업무보고를 받기 시작했지만, 삼성생명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보고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에서는 이찬진 원장의 배경과 성향을 주목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관계가 지난 정부 초기 윤석열 대통령과 이복현 전 금감원장보다도 '끈끈한 사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대통령실의 의중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인만큼, 삼성생명 사안이 정책 기조와 어떻게 맞물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삼성전자 지분가치를 높이려면 삼성생명 지분 처리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며 "계열사 지배구조 정비가 오히려 시장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엇갈린 전망, 점진적 변화 vs 급진적 개혁의 기로

금융업계에서는 이찬진 원장 체제 하에서 삼성생명 사안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점진적 변화론에서는 급작스러운 회계기준 변경이 가져올 시장 충격을 우려해 단계적 접근을 택할 것이라고 본다. 삼성생명의 시장 지위와 보험업계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를 고려해 기존 방식을 일정 기간 유지하되, 점진적으로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급진적 개혁론에서는 밸류업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상징적 사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삼성생명 사안이 한국 금융시장의 지배구조 개선을 보여주는 랜드마크 케이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 투자자들의 ESG 투자 확대와 지배구조 투명성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과감한 개혁이 오히려 시장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찬진 원장의 첫 번째 중대한 시험대가 될 이 사안의 향방은 한국 금융시장의 미래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금감원이 예고한 추가 간담회와 이후 결정 과정에서 신임 원장의 리더십과 정책 철학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식시황

항목 현재가 전일대비
코스피 3,164.59 ▲22.85
코스닥 780.86 ▲3.62
코스피200 427.90 ▲3.49

가상화폐 시세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58,419,000 ▼141,000
비트코인캐시 785,000 ▼500
이더리움 5,983,000 ▼32,000
이더리움클래식 29,320 ▼410
리플 3,982 ▼41
퀀텀 3,109 ▼11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58,429,000 ▼251,000
이더리움 5,983,000 ▼38,000
이더리움클래식 29,330 ▼420
메탈 996 ▼8
리스크 530 ▼4
리플 3,983 ▼40
에이다 1,196 ▼10
스팀 183 ▲1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58,450,000 ▼260,000
비트코인캐시 785,500 ▼500
이더리움 5,985,000 ▼35,000
이더리움클래식 29,360 ▼380
리플 3,980 ▼41
퀀텀 3,105 ▼37
이오타 27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