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조석래 명예회장이 지난해 3월 29일 별세함에 따른 결과다. 형사소송법 제328조는 피고인이 사망한 경우 공소를 기각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 10년간 계속됐던 재판이 사망으로 인해 실체 심리 없이 종료되는 특이한 형태의 결말을 맞게 된 것이다.
2008사업년도 법인세 포탈 혐의는 무죄 판단
재판부는 2008사업연도 법인세 포탈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렸다. 과세 관청이 해당 사업연도의 법인세 과세 처분을 전액 취소했기 때문이다. 이는 2020년 12월 대법원의 파기 지시를 따른 결과로, 세금 납부 의무가 소멸한 상황에서 조세포탈죄를 성립시킬 수 없다는 법리를 적용했다.
최저한세 제도 적용으로 2006년 약 26억원, 2011년 약 16억원의 포탈 세액이 추가로 인정되지 않았으며, 이를 반영해 일부 포탈 세액이 감액되었다.
조석래 명예회장과 이상운 부회장은 2003년부터 10년간 약 5000억원에서 89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통해 법인세 약 1237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허위 자산을 가공 기계장치로 대체하고 감가상각비를 계상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부당히 줄였다.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한 비리도 적발되었다. 조석래 명예회장이 1996년 홍콩에 설립한 CTI, LF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효성의 해외 법인 자금 약 698억원을 빼돌렸다. 이들은 또한 차명 계좌 운용을 통해 125억원 상당의 추가 세금을 포탈했으며, 해외 차명 주식 거래로 양도소득세 268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횡령과 불법 배당으로 인한 손실
조석래 명예회장이 조종하던 페이퍼컴퍼니가 효성 싱가포르 법인에 대해 져야 할 대여금 채무를 불법적으로 전액 면제하도록 지시해 효성에 233억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혐의도 있었다. 이는 배임 행위로 평가되는 대목이다.
2014년 기소 후 10년 넘게 진행
이 사건은 2014년 1월 검찰 기소 이후 약 10년 반에 걸쳐 진행되었다. 2016년 1월 1심은 조석래 명예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1365억원을 선고했고, 이상운 부회장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018년 9월 2심에서도 동일한 형량이 유지되었으나, 2020년 12월 대법원의 파기 판결로 인해 사건이 다시 돌려 보내졌다. 대법원은 일부 법인세 포탈 혐의를 무죄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고, 2007사업연도 위법배당에 대해서는 유죄 판단을 할 것을 지시했다.
파기환송심 판결은 대법원 판결로부터 5년 만에 나왔다.
대법원 판결 후 5년만에 파기환송 판결
재판부는 이미 권고형의 하한인 2년 8개월에서 이탈한 2년 6개월이 이전에 선고된 점을 고려하여, 일부 무죄 부분이 추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낮은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신 포탈 세액의 감소를 반영하여 벌금 액수를 감액하고 선고를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판결 당일 법정에 출석한 이상운 부회장은 무죄 판결에 대한 공시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사망으로 이 사건은 형식적 차원의 공소 기각으로 종료되었다. 이는 피고인이 별세한 상황에서 개별 혐의의 유·무죄를 다시 심리할 실질적 필요가 없다는 법리에 기반한 것이다. 반면 이상운 부회장은 최종적으로 징역 2년 6개월의 집행유예 4년 판결이 확정되었으며, 이는 약 1237억원대의 법인세 포탈을 포함한 다양한 기업 비리에 대한 법원의 최종 평가라 할 수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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