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손해보험 나채범 대표이사.
한화손해보험은 21일 공시를 통해 캐롯손해보험과의 합병 일정을 기존 9월 10일에서 10월 1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일정 변경으로 인한 기재정정"이라고 간략히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합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제반 사항들을 보다 완벽하게 정리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합병은 한화손해보험이 캐롯손해보험을 완전히 흡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합병 후 캐롯손해보험은 법인격이 소멸되고, 모든 자산과 부채는 한화손해보험으로 이전된다.
합병비율 1:0.297로 결정
한화손해보험의 경우 자산가치가 주당 1만7,053원으로 평가됐다. 기준시가 3,999원보다 자산가치가 높아 자산가치를 합병가액으로 채택했다. 반면 캐롯손해보험은 자산가치(2,609원)와 수익가치(6,712원)를 1:1.5 비율로 가중평균한 본질가치 5,071원을 합병가액으로 적용했다. 이는 캐롯손해보험이 상대적으로 소규모 회사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화손해보험의 안정적 자산 기반과 캐롯손해보험의 수익성 잠재력을 동시에 고려한 합리적 평가로 평가된다.
캐롯손해보험의 2024년 말 기준 재무현황을 보면 합병의 필요성이 더욱 분명해진다. 자산총계 3,607억원, 자본총계 1,547억원 규모의 캐롯손보는 매출액 6,274억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손실이 662억원에 달했다.
이는 디지털 기반의 직판 손해보험사로서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기 투자비용과 시장 진입 비용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온라인과 모바일 중심의 혁신적 보험 서비스로 주목받아왔지만, 수익성 확보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흡수합병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로 경쟁력 강화 및 경영효율성 제고"를 합병 목적으로 밝혔다. 한화손보의 탄탄한 자본력과 전통적 영업망에 캐롯손보의 디지털 혁신 역량이 결합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규모 합병으로 신속 진행, 주주 영향 최소화
한화생명보험이 캐롯손해보험의 최대주주였던 만큼, 합병 완료 후에도 한화손해보험의 지배구조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이번 합병은 국내 손해보험업계의 구조조정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저성장과 저금리 기조 속에서 보험사들은 규모의 경제와 효율성 제고를 통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한화손해보험은 캐롯손해보험의 디지털 DNA를 흡수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중심 영업 체계에 온라인 역량을 보강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젊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보험 서비스 확대와 함께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옴니채널 전략 구축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손보의 이번 합병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다른 보험사들의 구조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디지털 전환과 효율성 제고가 생존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합병 등기 예정일인 10월 1일이 되면 캐롯손해보험은 14년간의 독립 경영을 마감하고 한화손해보험 체제로 완전히 통합된다. 새로운 출발을 앞둔 한화손해보험이 합병 시너지를 통해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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