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근 부동산연금박사.
근저당 방식은 말 그대로 은행 대출과 비슷한 구조다. 집 소유권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근저당권만 설정해두는 방식이다. 소유권을 지키고 싶어하는 심리적 안정감 때문인지 대부분의 가입자가 이 방식을 선택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함정이 숨어 있다.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배우자에게 연금을 승계하려면 자녀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자녀들이 상속을 포기하고 배우자의 연금 승계에 동의해야만 배우자가 계속 집에서 살면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자녀 중 누군가라도 반대한다면 배우자는 연금 승계를 받지 못하고, 결국 집을 처분해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보증금이 있는 전세나 월세는 불가능하고, 오직 보증금 없는 월세만 놓을 수 있어 임대 수익 창출에도 제약이 크다.
반면 신탁 방식은 소유권을 아예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넘기는 방식이다. 소유권을 포기한다는 점에서 심리적 부담이 클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더 안전한 선택일 수 있다. 거주권은 완전히 보장되고, 가입자 사망 시 자녀의 동의 없이도 배우자에게 자동으로 연금이 승계된다. 배우자는 계속 집에 살면서 연금을 받을 수 있어 노후 불안이 크게 줄어든다.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명확하다. 소유권 유지와 심리적 안정감을 중시한다면 근저당 방식이, 배우자 보호와 실질적 안전망을 우선한다면 신탁 방식이 유리하다. 특히 자녀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거나 상속 분쟁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면 신탁 방식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결국 주택연금은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가족 관계와 노후 설계가 복합적으로 얽힌 인생 선택이다. 소유권에 대한 집착보다는 실질적인 노후 안전망 구축에 초점을 맞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때다.
[글로벌에픽 이호근 금융·연금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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