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12.08(월)

최태원 회장, “한-일, EU수준 경제통합 해야”

6조달러 규모 세계 4위 경제블록 도약 … 저출산·에너지·AI 협력

안재후 CP

2025-12-08 15:09:06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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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한국과 일본이 단순한 협력을 넘어 유럽연합(EU) 수준의 긴밀한 경제연대로 글로벌 통상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6조달러 규모의 경제권 창출을 통해 미국, 중국, EU에 이어 세계 4위 경제 블록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공통의 과제 앞선 한일의 현실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은 안팎으로 공통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양국이 처한 구조적 문제를 진단했다. 대외적으로는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과 첨단기술 경쟁에 대응해야 하며, 대내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지역소멸 등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한일 양국이 대규모 제조업 국가로서 새로운 혁신 비즈니스를 개발하지 못할 경우 성장잠재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또한 양국 모두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재생에너지 환경이 유리하지 않아 에너지 협력의 필요성도 절실한 상황이다.
'룰 세터'로의 전환을 위한 경제연대

최 회장이 한일 경제연대를 강조하는 핵심 이유는 국제 경제질서에서의 주도권 확보에 있다. 그는 "지금 세계 경제의 룰을 결정하는 것은 미국, 중국, 유럽연합 정도이고 우리는 그 룰을 수용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대한민국 혼자서는 국제질서나 룰을 바꿀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같이 연대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규칙을 따르는 '룰 테이커'(Rule Taker)에서 규칙을 설계하고 주도하는 '룰 세터'(Rule Setter)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산업·통상구조 재편 속에서 양국이 기존 방식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며 이러한 전환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최 회장은 한일 경제연대의 구체적 모습을 여러 분야에서 제시했다. 먼저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양국이 공동으로 에너지를 구매함으로써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위해서는 의료 시스템을 공유해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관광 활성화 방안으로는 유럽연합의 '솅겐 조약'과 같이 여권 없는 왕래를 실현하는 것을 제안했다. 지난해 882만 명에 달하는 한국 국민이 일본을 방문해 역대 방문 최대치를 기록한 만큼, 출입국 절차 간소화는 관광 교류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 회장은 "협력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험해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산업 협력과 시너지 효과

한일 양국 상의는 이날 인공지능(AI)·반도체·에너지 등 미래산업 협력을 핵심 과제로 선정했다. 최 회장은 양국의 강점이 결합될 경우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과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이 결합되면 저비용의 연구개발 조인트벤처 창출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SK는 이미 일본 NTT와 반도체 기술 개발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양국의 의료 분야 협력도 주목할 만하다. 양국이 손을 잡으면 가성비가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고, 의료산업 인프라 확대에 따른 효율성 증대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경제적 파급효과와 글로벌 위상

한일 경제연대의 경제적 규모는 상당하다. 현재 한국 경제 규모 1조8000억달러와 일본의 4조2000억달러가 결합되면 6조달러 규모의 경제권이 탄생한다. 시너지 효과까지 포함하면 7조달러대의 경제권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경제권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한상의는 한국과 일본에 기타 아시아 신흥국을 포함한 경제권이 2030년 47조78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미국 규모의 1.34배가 되어 세계 최대의 경제권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아시안 연합(Asian Union) 형성의 첫 단계가 될 수 있다.

양국 경제계의 공감대 형성

일본 측도 한일 경제연대 필요성에 동의했다. 고바야시 켄 일본상의 회장은 개회사에서 "미국 관세 조치와 같은 보호주의 정책은 국제 경제질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무역 중심국인 한국과 일본이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유 무역주의 체제 유지와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또한 "한국과 일본은 출산율 저하, 인구 감소라는 공동의 사회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한일 관계는 지금까지 경쟁 구도였지만 앞으로는 협력 구도로 나아가는 시대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는 2018년 한일 무역 갈등과 코로나 사태로 중단되었다가 6년 만인 2023년 재개되었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11월 일본 오사카 회의 이후 1년 1개월여 만에 개최된 것으로, 양국 간 왕래 외교와 경제 교류 재개의 모멘텀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날 양국 상의는 미래산업 협력, 저출산·고령화 공동 대응, 문화교류 확대 등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인천상의와 아오모리상의가 한일 지역 협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우수 상의로 선정되는 등 지역 차원의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내년 제15회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는 일본 센다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최태원 회장의 경제연대 구상이 단순한 제안을 넘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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