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서울시는 2일 전날 개최된 제9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수정가결했다고 발표했다. 오랜 기간 35층 높이제한으로 답보상태에 있던 재건축 사업이 높이제한 완전 폐지와 함께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주민들은 2015년 처음 50층 규모로 재건축을 제안했지만, 당시 35층 높이제한에 막혀 좌절을 겪어야 했다. 이후 2023년 최고 35층으로 축소된 정비계획이 결정되었으나, 경제성 부족으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됐다.
그러나 서울시가 강남권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35층 높이제한을 전면 폐지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번 정비계획 변경은 신속통합기획, 일명 '패스트트랙' 방식을 통해 올해 1월 자문 신청 이후 단 8개월 만에 결정되는 파격적인 속도를 보였다. 이 방식은 별도의 복잡한 기획설계 과정 없이 전문가 자문을 거쳐 주민 제안안을 신속하게 다듬어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에 대비한 방재시설도 대폭 강화된다. 4만㎥ 규모의 대형 저류조를 설치해 대치역 일대의 침수 피해를 예방할 예정이다. 인근 미도아파트와 선경아파트에도 동일한 저류조가 설치되어 지역 전체의 홍수 대응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재건축의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재건축 사업 최초로 공공분양주택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역세권 용적률 특례를 활용해 공공임대주택 231세대와 공공분양주택 182세대가 추가 공급된다. 이는 강남권 재건축이 기존 조합원들만의 이익이 아닌, 서울시 전체 주거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서울시는 공공분양주택의 경우 신혼부부와 다자녀 가구에 대한 특별공급을 포함한 세부 공급방안을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속도, 공공책임, 삶의 질 개선이라는 3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재건축 공급 시계를 신속하게 돌려 더 많은 집을 더 빠르게 공급하겠다"면서 "용적률 완화로 추가 공급되는 공공분양주택의 공급 대상과 방법을 차질 없이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46년의 역사를 마감하고 새롭게 태어날 은마아파트는 단순한 주거공간을 넘어 대치동 일대의 랜드마크이자 강남권 재건축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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