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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혁신, 제도보다 사람이 먼저다

기금형 도입 논의 이전에 해결해야 할 '금융 문맹'과 정보 격차의 현실

장선필 연금전문위원

2025-09-28 08:31:29

글로벌에픽 연금전문위원.

글로벌에픽 연금전문위원.

[글로벌에픽 장선필 연금전문위원] 최근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저조한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기금형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전문적인 운용 체계를 통해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이 논의의 중심축은 제도나 시스템 개선을 넘어, 제도를 활용하고 자신의 노후를 설계하는 개인의 역량 강화로 옮겨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퇴직연금 문제의 본질은 '정보 비대칭'과 '금융 이해력 부족'이라는 두 가지 장벽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금융 이해력의 역설: 상위 1%와 대중 사이의 깊은 골

며칠 전 지인 소개로 강남 지역 50대 모임에 초대되어 상위 1% 자산가들의 노후 대비 고민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절세에 관심이 많았을 뿐 아니라, 주식, 채권, ETF 등 금융상품 전반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물가상승이나 금리 수준에 따른 금융 환경 변화를 거시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채권 ETF, S&P 500 ETF 등에 실제 투자하는 실행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아주 이례적이며, 일반적인 금융 소비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올 상반기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 전국민 금융이해도 조사' 결과는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융 이해력(65.7점)과 지식(73.6점) 영역은 OECD 평균을 상회했지만, 금융 태도 점수(53.7점)는 오히려 평균(58.0점)보다 낮게 나타났다. 지식은 있으나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건전한 가치관, 동기, 습관'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인플레이션이 실질구매력에 미치는 영향 인지도가 2023년 56.6점으로 급감했으며, 복리 구조에 대한 이해력 수준이 2024년 기준 45%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60% 선에 머물러 있고, 투자에 대한 태도가 소극적인 상황에서 퇴직연금 전체 자산의 80% 이상이 여전히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되어 있는 현실은 우연이 아니다.

제도 개선보다 시급한 개인 투자자의 각성

퇴직연금의 저수익 문제를 전가의 보도처럼 '기금형 도입'으로만 해결하려는 접근 방식은 문제의 근본을 외면할 위험이 있다. 아무리 잘 설계된 고성능 엔진(기금형 제도)을 장착한다 하더라도, 운전자가 운전할 의지(금융 태도)나 방법(금융 지식)을 모른다면 그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현재 확정기여형(DC) 및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운용 주체는 명확히 가입자 자신이다. 가입자가 복리 효과를 이해하고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처할 능력이 부족하다면, 그들이 직접 운용하는 자산은 언제든 다시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회귀할 것이다. DB형이라 할지라도, 제도의 변화는 결국 퇴직연금에 대한 근로자의 인식 변화를 전제로 해야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기금형 도입 논의와 더불어,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과제는 두 가지이다.

첫째, 생애 주기에 맞춘 금융 교육의 의무화이다. 퇴직연금 가입자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복리의 마법 ▲인플레이션의 의미 ▲장기 투자의 중요성 등 기본적인 금융 개념을 생활과 연계하여 교육해야 한다. 특히, 퇴직연금 가입 시점과 퇴직 시점을 전후로 의무적인 재무 컨설팅 및 교육 이수를 제도화하여 금융에 대한 무관심과 소극적인 태도를 깨뜨려야 한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5대 의무교육에 '생애주기별 금융재무' 과정을 신설할 것을 요청한다.

둘째, 정보 비대칭의 해소 및 비교 공시의 강화이다. 금융기관은 수익률, 수수료, 상품의 위험성 등에 대한 정보를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제공해야 한다. 가입자가 자신의 자산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투명하게 파악하고, 여러 금융기관의 상품을 비교하여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통합 비교 공시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는 금융기관 간의 '착한 경쟁'을 유도하여 궁극적으로 소비자 이익을 증진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가입자 연대 구축, 금융 주권 회복의 시작점

궁극적으로 노후 자산 운용의 주권을 개인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이나 정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선진국처럼 가입자들만의 협회나 연대가 있어야 한다. 700만 명이 넘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구심점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실질적인 금융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입자 주도로 운영되는 '금융정보 제공 플랫폼' 형식의 협회나 연대가 필요하다. 이 플랫폼은 단순히 금융 상품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객관적인 운용 성과 분석, 수수료 비교, 복잡한 약관에 대한 해석 지원 등 비영리적이고 중립적인 금융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가입자들이 플랫폼을 통해 상호 학습하고 정보를 교류하며 집단적인 의견을 결집할 때, 비로소 금융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게 된다.

퇴직연금은 더 이상 금융기관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 모두의 노후를 책임질 사회적 자본이 되었다. 기금형 도입이 하드웨어(제도)의 개선이라면, 가입자 연대를 통한 역량 강화는 소프트웨어(인식 및 태도)의 개선이다. 두 가지가 병행될 때 비로소 우리는 저수익의 굴레를 끊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노후를 설계할 수 있는 건강한 연금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에픽 장선필 연금전문위원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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