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안형록 변호사
가정폭력에서 ‘폭력’이란 단순히 신체적 행위로 한정되지 않는다. 언어적 모욕, 경제적 통제, 지속적인 심리적 위협도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는 가정폭력으로 판단될 수 있다. 작은 말다툼에서 비롯된 갈등이 법적 문제로 확대되는 일도 드물지 않다. 한 번 신고가 들어가면 경찰과 검찰, 법원으로 이어지는 절차가 곧바로 시작되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은 즉시 현장에 출동하고, 우선 분리 조치를 취한다. 이 과정에서 긴급임시조치가 내려질 수 있는데, 이는 주거 접근 제한, 연락 금지, 피해자 주거지로부터의 퇴거 명령 등을 포함한다. 피의자로 지목된 사람 입장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법적 제재의 일부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조사 단계에서의 진술은 이후 검찰 송치나 기소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불리한 표현을 사용하면 사건이 더 악화될 수 있다.
검찰 단계에서 사건이 송치되면, 법원에서는 임시조치나 보호명령 여부를 심리한다. 이 절차는 피해자 보호를 우선으로 하는 만큼 신속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한쪽의 해명이 충분히 이뤄지기 전에 접근금지나 연락제한 같은 제한이 내려질 수도 있다. 따라서 사건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관련 자료나 진술을 객관적으로 정리해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화 내역, 문자, 녹음, 목격자의 진술 등은 양측의 입장을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가정폭력 사건이 법원까지 넘어가면, 판결은 단순히 폭행 여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법원은 행위의 경중, 재범 가능성, 피해자의 의사, 사건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언어적 폭언, 경제적 통제, 아동이 있는 상황에서의 협박 등도 양형 판단에 반영된다. 만일 아이 앞에서 폭력이나 협박이 발생했다면, 아동학대 혐의가 추가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처벌 수위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한편, 가정폭력 사건에서도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이 인정될 수 있다. 정당방위는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행한 방어 행위를 의미하며, 긴급피난은 급박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취한 행위를 뜻한다. 피해자가 이러한 이유로 대응한 경우 형사 책임이 면제될 수 있다. 또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상담 프로그램이나 치료를 통해 재발 방지 노력을 기울이면, 법원은 이를 감경 사유로 고려할 수 있다.
가정폭력은 형사 절차뿐 아니라 이혼, 양육권, 재산 분할 등 민사적 문제와도 연관될 수 있어, 전체적인 맥락에서 사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건 초기부터 사실관계와 증거를 객관적으로 정리하고, 절차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고 당시 상황, 감정 상태, 문자·녹음·목격자 진술 등 자료를 체계적으로 기록하면, 이후 경찰·검찰·법원 단계에서 사실 확인에 도움이 된다.
법무법인 YK 안산 분사무소 안형록 변호사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당사자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사안을 판단하지 않으며, 사실 관계와 증거를 기준으로 사건을 인지한다. 따라서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면, 무엇보다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절차적 권리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초기 대응의 방향이 결과를 바꿀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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