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는 이날 새벽 1시 13분에 발사되어 정해진 비행 시퀀스에 따라 모든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분석 결과, 발사체는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12기의 큐브위성을 목표 궤도(600㎞)에 성공적으로 분리·안착시켰다. 이번 발사를 통해 누리호의 발사 신뢰성은 기존 66%에서 75%로 증가하였으며, 점진적인 성능 개선을 거듭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민간 주도 첫 발사, 뉴스페이스 시대의 신호
이번 4차 발사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체 과정을 총괄했다는 점이다. 지난 2022년 12월 누리호 고도화 사업의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약 300개의 참여 기업을 통합하여 제작부터 조립, 발사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책임졌다. 특히 이번 발사 카운트다운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술개발팀 연구원이 직접 수행하며, 민간 기업의 역량과 책임성을 입증했다.
국내 기업들의 협력체계, 우주산업 생태계 확대
누리호의 성공은 한 기업만의 성과가 아니다. HD현대중공업은 누리호 '발사대시스템'을 총괄하며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2020년 완공된 제2발사대를 기반으로 지상기계설비(MGSE), 추진제공급설비(FGSE), 발사관제설비(EGSE) 등 발사대시스템의 모든 분야를 독자 기술로 설계·제작·설치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산화율 100%를 달성하여 한국이 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도 우주 발사 인프라를 자체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HD현대중공업은 2007년 나로호 발사대시스템 구축을 시작으로 누리호 1~4차에 걸쳐 연속 지원하며 안정적인 발사 운영 역량을 축적해왔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4차 발사 성공으로 국내 독자 기술로 구축한 발사대시스템의 안정성이 확인됐다"며 향후 누리호 5·6차 발사와 차세대 발사체 사업에 적극 참여할 방침을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누리호에 탑재된 차세대중형위성 3호의 개발을 담당한 KAI는 기존 1호기의 표준플랫폼 기술을 활용하여 독자적으로 개발한 중형급 위성을 만들어냈다. 이 위성은 지구 오로라 및 대기관 관측, 우주 플라즈마-자기장 측정을 통한 전리권 교란현상 관측, 바이오 3D 프린팅 기반 줄기세포 3차원 분화배양 검증 등의 과학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내년 누리호 5차, 2027년 6차 발사도 이끌 예정이다. 지난 7월에는 항우연과 약 24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여 2032년까지 직접 누리호를 제작하고 발사할 수 있는 통상 실시권을 확보했다. 이는 민간 기업의 우주산업 자립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5차 발사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지휘센터(MDC)와 발사관제센터(LCC) 등의 참여 인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민간 기업의 발사 운영 역량을 한 단계 높이고, 완전한 민간 주도 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연간 발사 체계 구축 목표
누리호는 현재의 고도화 사업에 따라 2027년 6차 발사로 한 단계를 마감한다. 하지만 우주항공청은 누리호의 추가 발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누리호 고도화 사업의 연장선에서 7차 발사에 대한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8차 이후부터는 적어도 연간 1회 이상의 누리호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의 우주산업이 정부 주도의 한정된 프로젝트를 넘어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사 체계를 갖춘 선진 우주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로드맵이다. 민간과 공공의 협력, 그리고 국내 기업들 간의 유기적인 협업은 누리호의 성공을 넘어 한국 우주산업 전체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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