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이날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일정으로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한다.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사장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이 각각 회의를 주재하며, 국내외 임원과 해외 법인장들이 참석하여 사업별 현안과 내년 목표, 투자 방향을 점검하게 된다. 이 자리는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리는 최고위급 전략 회의로서, 삼성전자의 경영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의사결정 기구이다.
매년 상·하반기 열려 … 경영방향 결정
전날 밤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번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추후 보고를 받는 방식으로 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출장 성과는 이번 글로벌 전략회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 속 AI 통한 전략 전환
이번 전략회의의 중심 화두는 단연 'AI'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정기 임원 인사에서 AI·로봇·소프트웨어 분야 인재를 전면에 배치하며 'AI 드리븐 컴퍼니'로의 전환을 분명히 했다. 단순히 제품 기능 고도화를 넘어 업무 방식과 사업 구조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고환율, 경기 둔화가 동시에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이러한 전략적 선회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AI를 통한 생산성 개선과 수익 구조 재편이 단기적 경영 위기를 넘어 장기적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DS부문, AI 메모리와 파운드리 전략 집중
18일 개최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회의에서는 AI 메모리와 파운드리 전략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메모리 사업부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를 중심으로 상용화 전략을 점검한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 대응은 물론, 빅테크 고객의 주문형 반도체(ASIC)에 맞춘 커스텀 HBM 전략도 주요 과제로 꼽히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2나노 공정 양산 안정화와 고객 저변 확대가 관건이다. 내년 가동을 앞둔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을 전제로 테슬라·애플에 이어 북미 고객을 추가로 확보하는 전략이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혀나가는 것이 파운드리 부문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시스템LSI사업부는 '엑시노스 2600' 이후를 잇는 차세대 모바일 AP 개발과 함께 아이폰용 이미지센서, 차량용 프로세서 등 비모바일 영역에서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DX부문, 전 제품군에서 AI 차별화 추진
16~17일 진행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회의에서는 전 제품군에 걸친 AI 고도화 전략이 논의된다.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내년 2월 공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의 판매 전략과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의 갤럭시 AI 차별화 방안을 점검한다.
가전·TV 사업부는 내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 2026을 앞두고 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신제품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와 글로벌 소비 둔화 속에서 AI를 중심으로 한 제품 차별화와 수익성 방어가 핵심 과제로 꼽히고 있다.
고환율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익성을 방어하고 환율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도 회의의 중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초 신년 사장단 만찬, 경영 메시지 전달 무대
삼성전자는 연초까지 전략 수립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재용 회장은 내년 초 서울 서초사옥에서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SDI·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 전 계열사 사장들을 소집해 신년 만찬을 열고 새해 사업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만찬에서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주요 발언과 경영 전략이 담긴 영상을 시청하고, 시장 트렌드와 기술 리더십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 실적 회복으로 한때 제기됐던 '삼성 위기론'이 다소 누그러진 만큼, 재계는 이 회장이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기술 경쟁력 강화에 최선을 다해 달라는 취지의 격려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창립 56주년 기념사를 통해 "AI는 이미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며 "삼성전자 고유의 기술력과 AI 역량을 본격적으로 융합해 고객과 생태계를 혁신하는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글로벌 전략회의는 이러한 메시지를 구체적인 사업 실행 계획으로 옮기는 과정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전 사업 부문에서 AI 중심의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는 모습은 한국 반도체와 전자제품 산업이 새로운 경쟁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내년 초 신년 사장단 만찬에서 이재용 회장이 전할 경영 메시지가 업계는 물론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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