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B금융지주 부회장 취임 9일만에 전격 사임한 백종일 전 전북은행장.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백 전 은행장은 지난해 12월 31일 전북은행장 임기 3년을 마친 직후 이달 1일 JB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선임됐으나, 불과 9일 만인 9일 사임 의사를 밝히고 금융지주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회장 임기는 올해 말까지였다.
공식적으로는 건강을 비롯한 일신상의 이유로 알려졌지만, 은행권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지배구조 특별점검 발표가 백 전 부회장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금감원이 지배구조 점검을 예고한 시점과 백 전 부회장의 사임 시점이 맞물리면서 이런 추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감원은 14일 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 iM, BNK, JB 등 8대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특별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관행을 두고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지적한 데 따른 조치다. 점검은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당국이 지적한 대표적인 문제 사례는 최고경영자의 셀프 연임, 이사회 및 각종 위원회의 거수기 전락, 사외이사의 실질적 견제·감시 기능 약화 등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모범 관행의 취지를 형식적으로만 이행하거나 운영 단계에서 편법적으로 우회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며 "개정된 상법 취지에 맞게 사외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대변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의 건전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감원이 개별 지주의 구체적인 문제 사례를 일일이 나열하면서 업계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금감원은 BNK금융의 차기 회장 후보 접수 기간이 추석 연휴를 포함해 실제 영업일 기준 5일에 불과했던 점, 하나금융이 차기 회장 후보 롱리스트 선정 직전 재임 가능 연령을 완화한 점, 신한금융이 사외이사 평가를 설문 방식으로만 진행하고 전원에게 재선임 기준 등급을 부여한 점 등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금융 당국은 이번 특별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16일 출범하는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에서 개선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민관 합동 TF에서 감독·권고 수준을 넘어 법·제도 전반을 포괄하는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CEO 선임과 이사회 독립성 제고, 성과보수 개선 등이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에도 관심이 기울어지게 된다. 올해 3월 각 지주의 주주총회에서 신한, 우리, BNK금융 회장 연임안이 상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금융지주의 회장 및 이사회를 향해 "연임이 반복되면 차세대 리더십도 골동품이 된다" "이사회 참호 구축"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배구조 선진화라는 명분 아래 당국이 과도하게 개입해 민간 회사인 금융지주의 의사결정 구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 추천·선임 등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이미 마련돼 있다"며 "금융회사에 대한 관치가 한층 노골화되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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