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1.21(수)

다보스 간 정기선 회장, 팔란티어 CEO 왜 만났나

빅데이터 분석-시각화 기술 접목 ‘미래형 조선소’ 구현 … 그룹 디지털 전환도 속도

안재후 CP

2026-01-21 10:58:49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26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 둘째 날인 1월 20일(현지시간) 미국의 엔터프라이즈 인공지능(AI)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알렉스 카프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두 리더는 단순한 악수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십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로 결정했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양사는 다보스포럼 행사장에서 소프트웨어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그 규모는 수년간 수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이후 올해로 네 번째 다보스포럼 참석인 정 회장은 단순히 글로벌 무대에 참석하는 것을 넘어 HD현대 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전략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회동은 국내 대형 산업집단이 세계적 AI 기업과 맺는 대규모 파트너십으로, 조선업계의 디지털 혁신을 앞당기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5년의 신뢰 위에 세운 실제 성과

HD현대와 팔란티어의 인연은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2021년 HD현대오일뱅크에서 팔란티어의 빅데이터 솔루션과 인공지능 플랫폼(AIP)을 도입한 이래, 양사의 협력은 조선·해양, 에너지, 건설기계 등 핵심 사업 분야로 확대되어 왔다. 하지만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HD현대는 팔란티어의 빅데이터 분석과 시각화 기술을 자사 생산 공정에 맞춤 적용하면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본격 구축했다. 그 결과는 수치로 증명되었다. 업계에 따르면 팔란티어 소프트웨어 활용 이후 선박 건조 속도가 약 30% 향상되었다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성과다. 이는 설계, 생산, 공정 관리 전반에서 효율성이 극적으로 개선되었음을 의미한다.

정 회장은 이번 협약을 평가하며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는 그룹 전반의 데이터와 업무 흐름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 더 빠르고 정교한 의사결정으로 이어가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선박 건조 속도의 30% 개선이라는 구체적 성과가 이같은 평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룹 전체 디지털 전환의 신호탄

이번 협약의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협력 범위의 획기적 확대에 있다. 그동안 일부 계열사 중심의 협력이었다면, 이번 계약을 계기로 HD현대 그룹 전체로 팔란티어의 기술이 확산될 예정이다.

HD현대는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로보틱스, HD현대마린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를 포함해 그룹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국, 중국 등 강력한 경쟁사들이 빠르게 자동화하고 지능화하고 있는 가운데, HD현대가 조선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 전체의 DNA를 데이터 기반으로 재편성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정 회장은 팔란티어가 "세계적인 AI 기반 분석 역량을 갖춘 파트너로, HD현대가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에 실행력을 더해줄 것"이라고 말했으며, 팔란티어의 카프 CEO는 "HD현대는 글로벌 산업을 선도하는 개척자"라며 "향후 전략적 협력을 더욱 강화해 HD현대 그룹의 경쟁력 제고를 뒷받침하고, 함께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인재 양성으로 AI 기반 문화 구축

구체적인 협력 방안도 함께 공개되었다. HD현대는 향후 팔란티어와 공동으로 '센터 오브 엑설런스(Center of Excellence, CoE)'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교육 센터가 아니다. 임직원의 고급 데이터 분석 및 AI 활용 역량을 체계적으로 내재화하고, AI 기반 혁신을 이끄는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HD현대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을 넘어, 직원 교육을 통한 조직 문화의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의사결정하는 조직 문화가 정착되면, 향후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혁신을 만들어낼 토대가 마련된다는 계산이다. 이는 팔란티어가 한국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카프 CE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시장을 매우 낙관적으로 본다"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흥미로우며 예술적인 곳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조선업 디지털 혁신의 글로벌 사례로

팔란티어는 방위산업과 안보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데이터 분석 기업으로, 최근 가상증강현실(VR/AR)과 로보틱스 등을 조선 공정에 접목하는 '미래형 조선소(FOS, 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HD현대와의 이번 협력은 이같은 차세대 조선 기술 구현을 위한 구체적 통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HD현대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팔란티어의 아시아 시장 확대라는 각사의 전략 목표가 만나는 지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팔란티어의 카프 CEO는 미국 사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고려해 해외 사업은 "선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HD현대와의 파트너십을 강조한 것은 한국 시장과 HD현대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현안 논의 무대에서의 역할 강조

정 회장은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팔란티어와의 회동 외에도 적극적인 국제 활동을 펼쳤다. 포럼의 주요 공식 세션에 참석해 글로벌 리더들과 AI가 만들어낼 산업 전환, 에너지 전환의 핵심 축으로 부상한 접근성·회복탄력성·AI의 역할, 지정학적 변화에 따른 글로벌 성장 둔화 가능성과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에너지 산업 협의체' 회의에도 참석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 환경 변화와 에너지 전환, 에너지 안보, 기술 혁신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다보스포럼은 19일부터 23일까지 '대화의 정신(A Spirit of Dialogue)'이라는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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