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고병수 변호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활용할 수 있는 제도는 경찰의 응급조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폭력 행위를 제지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각 분리하며 필요 시 가해자를 수사 기관으로 인도하거나 피해자를 의료 기관 및 보호 시설로 안내한다. 만약 재발의 우려가 매우 높고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경찰은 직권으로 또는 피해자의 신청에 의해 '긴급임시조치'를 결정할 수 있다. 이는 가해자를 주거지로부터 퇴거시키거나, 주거 및 직장 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 접근을 금지하고, 전화나 문자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까지 차단하는 행정 처분이다. 이러한 조치는 사후에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효력이 유지되지만 사건 초기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위해를 막는 데 효과적이다.
가정폭력 사건은 크게 '형사 사건'과 '가정 보호 사건'으로 나뉘어 다뤄진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 가해자의 전과, 피해자의 처벌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일반 형사 재판으로 넘겨져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해진다. 반면, 가정을 유지할 의사가 있거나 가해자의 성행 교정이 우선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법원은 '가정 보호 사건'으로 송치하여 사회봉사, 수강명령, 보호관찰, 상담 및 치료 위탁 등의 보호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수사 단계와 별개로,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청구하여 권리를 구제받는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는 실질적인 자립을 돕는 수단이다. 이 제도는 형사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법원이 즉각적으로 가해자에게 접근 금지를 명할 수 있으며, 최장 3년까지 보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자녀가 있는 경우 가해자의 면접교섭권을 제한하거나 친권 행사를 정지시킬 수 있으며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생활비나 자녀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부양료 지급 명령까지 포함할 수 있다.
법적 절차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폭행 직후의 신체 사진, 파손된 가구 및 집기류의 모습, 가해자의 협박이 담긴 문자 메시지나 통화 녹음 등은 가해자의 혐의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자료가 된다. 또한 인근 병원에서 발급받은 상해 진단서와 정신과 진료 기록 등은 폭력의 지속성과 피해의 심각성을 법원에 전달하는 핵심 지표다. 이러한 증거들은 향후 이혼 소송에서의 위자료 청구나 양육권 결정 과정에서도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므로, 사건 발생 초기부터 전문가의 조력을 통해 빠짐없이 수집하고 관리해야 한다.
법무법인 YK 제주 분사무소 고병수 변호사는 "가정폭력 사건은 단순히 폭력을 멈추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긴급임시조치와 피해자보호명령 등 법적 장치를 총동원하여 가해자의 지배력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관건이다. 특히 상해 진단서 확보와 일관된 진술 등 증거 관계를 철저히 구축하여 사법 기관이 즉각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법률 전문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피해자의 주거와 경제적 권리까지 보장받는 다각도의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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