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박찬민 변호사
실제로 최근 한 횡령 사건에서는 회사 대표가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회계담당자가 돈을 빼돌린 것처럼 장부를 조작하고, 허위 확인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한 일이 있었다. 대표는 처음에는 “직원이 독단적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포렌식 결과 장부 작성 시점이 사건 이후였다는 점이 드러났다. 결국 대표는 횡령 혐의뿐 아니라, 회계담당자를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증거를 만든 점이 인정되어 모해증거인멸죄 혐의까지 추가되었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지인과의 폭행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피의자가, 상대방이 먼저 폭행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허위 녹취록과 사실확인서를 만들어 제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른 사람 명의의 허위 확인서를 임의로 작성해 제출한 행위는 단순한 방어가 아니라 “타인을 모해할 목적으로 허위 증거를 새로 만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실제 대법원은 타인을 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확인서를 작성·제출한 경우 형법상 모해증거위조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모해증거인멸죄는 형법 제155조에 규정되어 있다.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없애거나 숨기고, 나아가 위조·변조하여 다른 사람을 처벌받게 할 목적이 있을 때 성립한다. 단순 증거인멸죄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인 것과 달리, 모해 목적이 인정되면 벌금형 없이 10년 이하의 징역만 규정되어 있을 정도로 훨씬 무겁게 처벌된다. 즉, “상대방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의도”가 인정되는 순간 사건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최근에는 카카오톡, 텔레그램, 문자메시지, 사진 파일을 삭제하거나 캡처본을 편집하는 방식의 디지털 증거 조작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휴대전화 포렌식과 메타데이터 분석을 통해 삭제 시점과 조작 흔적을 상당 부분 확인하고 있다. 따라서 “메시지만 지우면 들키지 않겠지”, “캡처 화면만 조금 바꾸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오히려 원래 혐의보다 모해증거인멸죄가 추가되면서 구속이나 실형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실무에서는 ‘모해의 목적’이 있었는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된다. 단순히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자료를 제출한 것인지, 아니면 특정인을 처벌받게 하려는 의도로 허위 자료를 만든 것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사실관계를 잘못 기억해 진술서를 작성했거나, 실수로 잘못된 자료를 제출한 정도라면 모해 목적이 부정될 여지가 있다. 반면 상대방에게 책임을 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날짜를 바꾸거나, 없는 대화를 만들어낸 경우에는 모해 목적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모해증거인멸죄가 원래 사건의 양형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법원은 증거를 조작하거나 타인에게 죄를 전가하려 한 행위를 “범행 후 정황이 매우 불량하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원래 사건이 초범이거나 벌금형 수준이었던 경우에도, 증거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 집행유예나 실형으로 형이 크게 무거워질 수 있다. 실제 양형기준에서도 모해증거인멸은 일반 증거인멸보다 훨씬 무겁게 보아, 기본적으로 징역형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있다.
결국 모해증거인멸죄는 “조금만 숨기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대응했다가 원래 사건보다 더 큰 처벌을 받게 되는 대표적인 범죄다. 이미 수사를 받고 있거나, 상대방에게 책임을 돌리는 자료를 제출한 상황이라면 추가 행동을 하기 전에 법률적으로 어떤 위험이 있는지부터 정확히 검토해야 한다. 특히 허위 진술서, 조작된 캡처본, 삭제된 메시지 등이 문제 되는 상황이라면 초기 대응에 따라 무혐의와 실형 사이의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도움말 : 법무법인 오현 박찬민 형사전문변호사
[글로벌에픽 이성수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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