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세부 기준에 있었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임직원을 모두 포함한 글로벌 기준을 적용했지만, SK하이닉스는 국내 사업장 임직원만을 대상으로 산출했다. 마치 다른 저울로 재운 무게를 비교한 셈이었다.
동일한 기준으로 다시 비교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지난 5년(2020~2024년) 평균 이·퇴직률은 삼성전자 2.1%, SK하이닉스 2.3%로 집계됐다. 삼성전자가 오히려 0.2%포인트 낮다는 의미다.
반도체 부문만 보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세부 사업 부문으로 시선을 옮기면 삼성전자의 인재 유지 능력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이·퇴직률은 1%대에 불과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등 핵심 인력 기준으로 본다면, 삼성전자의 인력 확보 경쟁력이 SK하이닉스를 앞도는 셈이다.
업계 인사들은 이 수치를 삼성전자의 고용 안정성과 '인재 록인(lock-in)' 효과를 보여주는 증거로 평가했다. 핵심 역량을 보유한 직원들을 붙잡을 수 있는 기업 역량이 여전히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해외 생산직 비중이 큰 삼성전자의 구조적 특성
글로벌 기준으로 봤을 때 삼성전자의 이·퇴직률이 높게 나타난 이유는 기업의 구조적 특성에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과 인도 등 해외에 대규모 생산라인을 운영 중이다. 이들 지역의 생산직 인력은 국내 연구개발 인력과 달리 입·퇴사가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이뤄진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생산직 직원들의 잦은 이퇴직 성향에 따라 글로벌 임직원 이퇴직률이 높게 나타난 것"이라며 "이는 글로벌 기업 전반에 나타나는 산업적 특성으로 기업의 고용 안정성이나 근무 환경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성과급 갈등 속에서 제기된 논란
이 같은 논란이 대두된 배경에는 반도체 업계 내 최근의 긴장 관계가 있다. 성과급 갈등과 인력 유출 우려가 계속되면서 양사의 인재 확보 능력을 놓고 비교 분석이 이뤄진 것이다. 다만 이번 논란으로 통계 기준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됐다.
같은 수치도 어떤 기준으로 집계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업계 투자자와 구직자들은 앞으로 기업의 인력 현황을 판단할 때 단순한 수치보다 집계 기준과 사업 부문의 특성을 함께 살펴봐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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