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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s View] 증권거래소, 레버리지 ETF 사태에 답해야

상장-거래 담당기관이 묵묵부담 … 자산운용사 감독 금감원도 책임져야

이상호 CP

2026-08-07 11:15:08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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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이상호 CP] 최근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 사태는 단순한 시장 변동성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금융 행정의 고질적 체질 결함을 드러낸 '진단서'다.

자산운용사 대표가 직접 "투자를 멈추라", "상품을 자연사 시켜야 한다"고 호소한 것은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의 '예측 부족'이 아니라 '구조적 실패'임을 의미한다. 이는 당국이 사건을 예방할 능력이 없었고, 사건 이후에만 뒷북 규제를 반복해왔다는 자백이기도 하다. 특히 ‘자연사 운운’ 했던 당사자가 ETF를 시장에 널린 인물 중 한 명이었고, 본인이 이번 문제가 되는 레버리지 ETF를 팔았다는 사실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규제당국이 내놓은 대책들인 신규 상장 중단, 기본예탁금 현금 3000만원 상향, 광고 전면 금지는 모두 '사후 억제식'의 대응일 뿐, 근본적인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이라는 당국의 약속이 지켜지려면, 사전 시뮬레이션, 데이터 기반 감독, 실질적 투자자 보호, 이원화 감독 체계의 혁신 같은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지금의 패턴으로는 제2, 제3의 금융 참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외국 시장을 그대로 복사한 당국의 안일함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도입한 명목은 '서학개미를 흡수하겠다'는 것이었다. 미국 기술주로 빠져나가는 개인자산을 국내 증시로 돌리기 위한 정책 차원의 시도였다고 했다. 그런데 미국이나 홍콩 시장과 한국 시장의 구조는 완전히 다르다는 기본 사실을 당국은 간과했다.

미국은 개별 기업이 S&P 500 같은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 1~3%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이 코스피의 25~30% 이상을 점유한다. 이는 개별 종목의 급등락이 곧 전체 지수의 변동성으로 전이된다는 뜻이다. 더욱이 미국의 기관투자자 비중은 80% 이상, 개인투자자 비중은 20% 미만인 반면, 한국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45% 이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2배 레버리지 상품을 도입한다는 것은 ‘불붙은 시장에 기름을 붙는 격’과 다름 없다. 규모가 작은 시장에 거대한 변동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당국이 몰랐을 리 없다. 결론은 하나다. '해외 벤치마킹'이라는 그럴듯한 명분 아래, 실제로는 국내 시장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무분별하게 도입한 것이다.

당국이 놓친 세 가지 리스크
도입 전 당국이 실시했어야 할 세 가지 리스크 시뮬레이션이 모두 빠져있었다.

우선 매일 장 마감 직전 이뤄지는 리밸런싱의 파급력이다. ETF는 매일 거래 마감 후 기초 자산(삼성전자 같은 개별주)과의 괴리를 없애기 위해 '리밸런싱 매매'를 한다. 2배 상품이 수십만 건 유통되면, 매일 오후 3시 20분부터 3시 30분 사이에 대량의 매매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이것이 시장의 '패턴성 변동'을 만들고, 개인투자자의 손실을 가속화한다는 사실을 당국이 시뮬레이션했다면 도입을 강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음의 복리(Volatility Drag)의 수학적 필연성이다. 주가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할 때, 레버리지 상품은 원금 훼손의 악순환에 빠진다. 이것은 수학적 필연성이지, 시장의 운 또는 개인의 판단 실수가 아니다. 당국이 이 수식을 계산했다면 도입 자체를 제외했을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금융사의 이해관계와 투자자 보호가 정반대로 달리는 '구조적 이해상충'을 당국이 방치했다는 점이다. 레버리지 상품의 변동성이 커지고 투자자의 원금이 녹아내릴수록 손절매와 물타기로 인해 거래량은 폭증한다. 투자자가 손실을 볼수록 증권사는 거래 수수료(브로커리지) 수입을 올리고, 유동성공급자(LP)로서 매수·매도 호가 차이(Bid-Ask Spread) 수익까지 챙기는 '이중 특혜'를 누렸다. 금융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할 금융사들이 고위험 상품을 발판 삼아 투기판을 벌이고 수수료 잔치를 벌이는 동안, 감독 당국은 이를 수수방관했다.

사건 이후 '뒷북 행정'은 왜 반복되는가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자, 당국이 내놓은 대책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전형적 사후 처방이었다.

신규 상장 전면 중단은 이미 피해를 본 투자자는 돌아오지 않는데, 신규 진입자를 차단하는 것이 해결책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기본예탁금 3000만원으로 인상은 결과적으로 이는 "가난한 개인투자자는 진입하지 말라"는 뜻이 되어, 오히려 불공정성을 확대한다. 마케팅 전면 금지 또한 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이 아니라, 광고만 가두는 것은 '알리지 말되 판매는 계속'하라는 이상한 신호다.

이 모든 대책의 공통점은 '시장 접근 제한'이다. 근본 원인인 '상품 설계의 결함'이나 '당국의 사전 검증 실패'를 인정하지 않은 채, "이 상품이 위험하니 너희들이 조심하라"는 메시지만 던진다. 이는 '파수꾼'이 아니라 '통제자'의 발상이다.

한국거래소와 금감원의 '감시 공백'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금융당국의 이원화 구조에 있다. 한국거래소는 상품의 상장과 거래를 담당하고, 금감원은 자산운용사를 감독한다. 두 기관이 책임을 서로 미루는 사이에 시장 감시의 공백이 생겨난다.

상품 출시 당시 거래소는 "상장 요건만 맞으면 된다"고 했고, 금감원은 "운용사 감독은 하되, 개별 상품까지 일일이 감시할 수 없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괴리율이 이상하다", "리밸런싱이 시장을 교란한다"는 현장의 신호가 양쪽 기관에 모두 무시되었다.

이는 '구조적 무책임'이다. 개별 기관의 책임이 불명확한 상황에서는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공백이 생긴다. 선진 금융국에서는 "한 명의 기관 또는 담당자가 최종 책임을 진다"는 원칙으로 이를 해결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당국 내 '단일 책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선진 금융행정으로의 전환, 가능한가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앞으로 새로운 파생상품 도입 시 '스트레스 테스트' 제도를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 과거 10년치 시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악의 시장 상황에서 그 상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입증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과한 상품만 상장을 허가하는 구조여야 한다.

또한 시장 급변시 당국이 탄력적으로 레버리지 배율을 임시 조정하거나 장중 리밸런싱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현재의 상장 중단 같은 일률적 조치가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악화를 멈춘다는 응급처치 능력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기본예탁금 인상이나 형식적 인터넷 강의가 아니라, 투자 숙려제도를 도입하고, 모의거래를 통한 리스크 체험을 의무화하는 방식이다. 고위험 상품 매수 시 최소 7일간의 '생각하는 시간'을 강제하면, 충동적 결정으로 인한 손실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단기 투기성 상품을 억누르는 것만이 아니라, 장기 자산배분형 ETF나 배당형 상품에 세제 혜택(배당소득세 감면, ISA 한도 확대)을 주는 식으로도 자금을 생산적 투자로 유도해야 한다.

당국의 진짜 선택은 무엇인가
현재 금융당국의 입장은 "규제를 강화했으니 이제 괜찮을 것"이라는 자족에 빠져있는 것 같다. 하지만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규제를 '강화'하기만 하면, 결국 금융시장은 '규제 속의 죽음'을 맞게 된다.

시장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관료적 금융 행정이 사라지지 않으면 금융시장은 더 경직될 수밖에 없다. 시장 돌아가는 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잘 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낄낄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고)’의 교훈을 얻고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에 ‘No’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고 자본시장이 발전할 수 있다.

[글로벌에픽 이상호 CP / sangho@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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