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과 함께 태어난 대한민국 1호 과자
1945년 광복과 함께 탄생한 연양갱은 문자 그대로 '해방둥이'다. 해방 후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 속에서도 굶주린 국민들의 배를 채우겠다는 의지로 탄생한 이 제품은 80년간 단 한 번도 생산이 중단된 적이 없는 기록을 자랑한다.
해태제과 창업주 고 박병규 회장은 광복 직후 일본인 공장주가 버리고 간 나가오카 제과 남영동 공장을 인수해 해태제과를 설립했다. 당시 간식거리라고는 감자와 옥수수가 전부였던 시절, 팥앙금과 한천을 가마솥에 넣고 졸이는 전통 방식으로 연양갱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6·25 전쟁 중에도 피난지인 부산으로 가마솥과 보일러를 들고 가서 생산을 계속할 정도로 연양갱에 대한 의지는 확고했다.
이번 광복 80주년 에디션은 연양갱의 특별한 출생 배경을 기념하는 의미가 크다. 80만 개 한정 판매되는 이 제품의 패키지에는 독립운동을 상징하는 5곳의 역사적 장소가 담겨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을 시작으로 수많은 독립지사들이 희생된 서대문형무소, 독립운동의 상징인 안중근기념관과 김구기념관, 그리고 광복의 기쁨을 상징하는 독립기념관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무대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패키지 디자인에는 무궁화와 함께 연양갱의 캐릭터 '갱이'와 국가보훈부의 마스코트 '보보'가 등장해 광복의 역사와 의미를 전달한다.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서 역사 교육의 역할까지 담당하는 셈이다.
역사 탐방 이벤트로 교육 효과까지
해태제과는 연양갱 구매 고객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도 마련했다. '독립운동 역사 탐방 이벤트'는 패키지에 담긴 5개 장소 중 한 곳을 방문해 QR코드를 통해 인증샷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커플 운동화를 증정하는 행사다. 많이 참여할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방식으로, 9월까지 진행된다. 이는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실제로 역사 현장을 찾아가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하는 교육적 효과를 노린 것이다.
80년 역사, 35억 개 판매의 국민 간식
젊은 세대에게 재발견되는 연양갱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운동을 즐기는 젊은 층이 스포츠 보조 식품으로 찾는 사례가 늘었다. 자체 수분 함량이 높아 물 없이도 쉽게 섭취할 수 있고, 식이섬유와 비타민이 풍부해 단기간에 탄수화물과 당을 집중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초콜릿바와 달리 더운 날씨에 녹지 않아 아웃도어 활동에 적합하다는 점도 재평가받는 이유다.
'BIBI 밤양갱' 신드롬과 문화의 힘
최근에는 가수 BIBI의 '밤양갱' 히트로 젊은 세대에게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24년 2월 발매된 이 곡이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하면서 양갱 제품 전체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편의점 체인들의 집계에 따르면 곡 발매 이후 연양갱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최대 100%까지 증가했을 정도다. 크라운해태 윤영달 회장도 "문화의 힘이 정말 대단하다"며 감탄을 표했다.
시대와 함께 변화하는 끊임없는 혁신
해태제과는 시대 변화에 맞춰 연양갱의 변신도 지속해왔다. 2004년 호두를 넣은 제품, 2005년 홍삼농축액을 첨가한 제품, 2013년 우유 1팩 분량의 칼슘을 함유한 프리미엄 연양갱 골드, 2015년 검은깨로 만든 '흑 연양갱' 등을 출시하며 다양한 연령층의 취향을 반영했다. 아이스크림 형태의 '연양갱바'도 선보이는 등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80년간 사랑받는 비결을 보여줬다.
현재 해태 연양갱은 약 250억 원 규모의 국내 연양갱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광복 80주년 에디션은 이러한 전통과 역사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대에게 호국보훈의 정신을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우리나라 최초 과자 연양갱이 출시 8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순국선열께 감사와 존경의 의미를 담은 호국보훈 에디션"이라며 "광복과 동갑내기인 연양갱을 통해 젊은 세대들도 자연스럽게 역사의식을 기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연양갱이 단순한 과자를 넘어 역사의 증인이 되어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80년 전 광복의 기쁨과 함께 태어난 이 작은 과자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 곁에서 그 의미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동적이다. 달콤한 연양갱 한 입에 담긴 80년의 역사와 희망을 되새기며,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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