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 수요 폭발, 서진시스템이 답한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 공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서진시스템은 26일 공시를 통해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 기업과 약 1,853억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주는 회사 지난해 매출액의 약 15.3%에 해당하는 대형 계약으로, 전량 미국향 ESS 제품이다.

이번 계약의 핵심은 생산 인프라다. 공급물량의 90% 이상은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신규 설립한 서진시스템의 미국 공장에서 생산해 납품될 예정이다.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이슈를 우회하고, 납기를 단축하며, 고객사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관세 이슈로 북미향 수주가 부재했지만, 미국 내 생산 인프라가 완성되고 고객사의 대형 프로젝트들이 빠르게 재개되면서 서진시스템의 미국향 ESS 공급이 다시 가속화되고 있다. 이연됐던 수요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양상이다.
실제로 미국 현지 공장 가동은 서진시스템의 북미 시장 공략에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높은 관세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공급하는 제품은 단순한 ESS가 아니다. 대규모 전력망용 인프라에 적용되는 고사양의 중대형 ESS로, 기존 제품 대비 단가가 높은 프리미엄급 모델에 해당한다.

전력망 안정화를 위해 설치되는 중대형 ESS는 용량과 출력이 크고, 안전성과 내구성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다. 특히 미국의 경우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산업시설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인프라급 ESS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서진시스템은 이러한 고난도 제품에서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으며 대형 계약을 따낸 것이다.

매출 기여도 역시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리미엄 제품의 특성상 기존 제품보다 높은 마진을 기대할 수 있으며, 이연됐던 미국향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매출 확대도 예상된다.

AI 시대, ESS는 '필수 인프라'

서진시스템의 대형 수주 배경에는 AI 산업의 폭발적 확대가 있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확산되고 대규모 언어모델(LLM) 학습이 일상화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ESS 시장 중 미국 시장은 가장 높은 성장성을 보이는 핵심 전략지로 평가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천문학적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를 쏟아붓고 있으며, 이들 시설의 전력 안정성 확보를 위한 ESS 도입이 사실상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텍사스 지역은 독립 전력망을 운영하며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 전력 변동성이 크다. 이로 인해 대규모 ESS 설치 수요가 집중되고 있으며, 서진시스템이 텍사스 휴스턴에 공장을 설립한 것도 이러한 시장 환경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다.

서진시스템은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치밀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과 베트남을 아우르는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해 지역별 수요와 관세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미국 공장에서는 북미 시장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를, 베트남 공장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요를 담당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이를 통해 고객사별로 최적화된 납품 체계를 운영하고, 물류 비용과 리드타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서진시스템 관계자는 "AI 확산으로 ESS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점에서 당사가 확보한 대형 수주는 북미 시장에서의 생산 능력과 제품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베트남을 아우르는 글로벌 공급망을 기반으로 북미 시장의 ESS 설치 수요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이미 진행 중인 추가 프로젝트들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올해 실적 개선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2차전지 업황 부진 속 ESS로 돌파구

서진시스템의 대형 수주는 2차전지 업계 전반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나온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배터리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ESS 부문은 AI와 재생에너지 확대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제 혜택과 보조금이 ESS 설치를 적극 지원하면서, 향후 수년간 북미 시장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2030년까지 미국 ESS 시장이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진시스템은 이러한 시장 변화에 한발 앞서 미국 ESS 제조 공장을 설립하고,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연이어 확보하는 등 북미 ESS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번 1,853억 원 규모 계약은 시작에 불과하며, 향후 추가 수주를 통해 북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