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10억원 이상 자기자본을 보유한 국내 법인이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으면 원화 연동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뱅킹 시스템 대비 압도적인 효율성 때문이다. 24시간 실시간 결제가 가능하고, 수수료는 기존의 1/10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환전 없이 글로벌 거래가 가능하며, 프로그래머블 머니 특성상 스마트 계약을 통한 자동화된 금융 서비스도 구현할 수 있다.
시장 규모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스테이블 코인 결제액은 2025년 72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B2B 거래가 70%를 차지하며 기업간 결제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수혜 업종 4대 영역... 핀테크부터 SI까지 전방위 혜택
유안타증권은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 시 4개 업종이 주요 수혜를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첫째는 결제대행사를 포함한 핀테크 기업들이다. 기존 신용카드 수수료 3% 수준 대비 스테이블 코인 결제 수수료는 0.1% 미만으로, 원가 절감을 통한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이 가능하다.
둘째는 e커머스 플랫폼 기업들이다. 낮은 수수료와 빠른 정산으로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며, 해외 진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셋째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다. 현재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이 전체 가상자산 거래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도입되면 거래량 급증과 함께 수탁업무 확대도 기대된다.
넷째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SI 기업들이다. 스테이블 코인 인프라 구축을 위한 선행 투자가 불가피해 관련 기업들의 수주 증가가 예상된다.
반면 은행업계는 복합적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준비금 100%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지급준비율 7% 대비 대출여력이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발 빠른 기술 도입과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한다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의 정책 환경상 은행을 시작으로 비은행에 점진적 허가를 하는 방식이 유력해, 초기 경쟁 우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안타증권은 NAVER에 대해 목표주가를 기존 29만원에서 36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투자의견 'BUY'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AI 분야에서 NAVER는 GPU 대량구매부터 데이터센터 구축, LLM 개발까지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기업이라는 평가다. 정부의 AI 100조원 투자 계획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테이블 코인 부문에서도 NAVER 플랫폼의 가치가 재조명받을 전망이다. 네이버쇼핑 판매업자들은 낮은 수수료로 실시간 정산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네이버페이는 스마트 계약 기반의 새로운 결제·송금·투자 서비스를 통해 수익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간 결제액 72조원으로 카카오페이 대비 3배 규모인 네이버파이낸셜(NAVER 지분 69%)의 가치 재평가가 핵심 포인트다. 유안타증권은 "META 25.8배, LY 24.7배 수준에 맞춰 목표 P/E 26.4배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역시 목표가를 기존 5만3천원에서 8만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핵심은 2,331만 MAU와 수백만 가맹점을 보유한 카카오페이의 변신이다. 스테이블 코인 결제 도입 시 기존 VAN수수료와 PG수수료가 원가 차원에서 소멸되면서 수익성이 급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 계약 기반의 새로운 금융서비스 도입으로 사업 영역 확장도 기대된다.
유안타증권은 SOTP(부문별 합산) 방식으로 카카오의 적정 가치를 산정했다. 광고플랫폼 6조1천억원, 커머스 5조3천억원, 카카오페이 5조1천억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5조6천억원 등 계열사들의 가치 상승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지분 10.6%도 스테이블 코인 도입에 따른 거래량 증가로 동반 상승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성공을 위해서는 실제 사용처 확보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투자 목적이 아니라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의 역할이 중요하다. 수백만 가맹점과 수천만 사용자를 확보한 이들 플랫폼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일반 화폐처럼 사용될 수 있다면, 국내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경제의 완성체로 불리는 스테이블 코인이 한국 시장에 본격 도입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 재평가와 함께 새로운 투자 기회가 열리고 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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