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11.11(화)

[그때 그 장면] 현대차 정의선 회장은 왜 젠슨 황과 만났을까?

'바퀴 달린 스마트폰' 시대를 향한 엔비디아와 전략적 동맹

안재후 CP

2025-11-11 14:14:36

[그때 그 장면] 현대차 정의선 회장은 왜 젠슨 황과 만났을까?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지난 10월 30일 서울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의 ‘치맥 만남’은 우리나라 경제에 큰 의미를 던져주는 장면이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3인이 함께 테이블에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만남의 장소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깐부'라는 의미를 담은 치킨 식당이었다는 점은 더욱 상징적이었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것이 "새로운 차원의 AI 협력을 같이 할 삼성, 현대차, 엔비디아가 강력한 연대관계를 형성하는 자리"라고 해석했다.

사실 이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다. 젠슨 황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을 계기로 15년만에 한국을 찾았다. 그는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한국 출시 25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후, 두 회장과의 만찬을 통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현대차 그룹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블랙웰(Blackwell)' 기반 새로운 AI 팩토리 도입을 통해 자율주행차, 스마트 팩토리, 로보틱스 분야 혁신을 위한 대규모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테슬라와의 격차를 극복해야 한다는 절박함
현대자동차그룹이 엔비디아와의 손을 맞잡게 된 배경에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급변하는 구도가 있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술을 무기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기존 완성차들은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미래 자동차는 더 이상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즉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는 업계의 합의가 형성되고 있다. 이 시대에 테슬라의 FSD(완전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고객들은 테슬라 차만 구매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면 운전 시간이 낭비되는 시간이 아닌 생산적인 업무를 할 수 있는 시간으로 변환되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 벤츠, BMW 같은 기업의 자동차는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한 수준에서는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기술에서 테슬라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이미 레벨 2 플러스에 도달했으나, 현대차는 여전히 차선 이탈 방지 등 운전자 보조 수준의 기술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가 발표한 '2024년 자율주행 기술 순위'에서 현대차 그룹의 모셔널(Motional)은 15위에 불과했다.

기술 격차의 근본 원인은 데이터에 있다. AI 자율주행 시스템을 훈련하려면 방대한 양의 실도로 주행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테슬라는 전 세계 500만 대 이상의 차량으로부터 현실 도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자체 AI 슈퍼컴퓨터 '도조(Dojo)'로 24시간 훈련시키고 있다. 반면 현대차가 지금부터 데이터를 모으고 훈련할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더라도 10년, 20년이 지나도 테슬라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최소 5년, 혹은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차 앞에 놓인 세 가지 선택지와 유일한 돌파구

현대차가 직면한 상황은 절박했다. 첫 번째 선택지는 자체 역량으로 테슬라를 추격하는 것이었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테슬라의 데이터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자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선택지는 테슬라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사용하는 것이었으나 이는 현대차가 60년간 쌓아온 자동차 제조의 유산을 포기하고 노키아처럼 쇠락하는 자동차계의 '예쁜 껍데기'가 되는 굴욕적인 길이었다.
그 결과 현대차는 세 번째 선택지를 선택했다. 바로 엔비디아와의 동맹이었다. 현대차의 이 선택은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의 드라이브(DRIVE) 솔루션은 현대차가 입맛에 맞는 자율주행 AI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완전 패키지'이기 때문이다.

블랙웰 GPU 5만 개로 만드는 'AI 팩토리' 인프라

현대차와 엔비디아는 10월 31일 경주에서 열린 APEC 현장에서 5만 개의 엔비디아 블랙웰 GPU를 활용한 대규모 AI 팩토리 구축을 발표했다. 이는 약 3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수반되는 프로젝트로, 현대차가 자율주행차, 스마트 팩토리, 로보틱스 분야에서 테슬라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블랙웰 기반 AI 팩토리는 세 가지 핵심 설비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대규모 AI 모델 훈련을 위한 'DGX'와 같은 엔비디아 AI 인프라다. 이 막대한 연산력으로 현대차만의 자율주행 AI를 만드는 것이 첫 단계다. 두 번째 설비는 'Omniverse'와 'Cosmos'라는 엔비디아의 가상 시뮬레이션 플랫폼이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현실 데이터의 부족을 가상 데이터로 극복할 계획이다.

특히 옴니버스(Omniverse)는 게임의 GTA처럼 가상의 도로, 건물, 사람 등을 배치해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릴 수 있게 한다. 현실 세계와 동일한 가상 환경에서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면 현실 데이터 없이도 AI가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법을 학습하게 된다. 테슬라가 실수나 오류를 보정하는 용도로 가상 공간을 활용하는 것과 달리, 엔비디아의 전략은 현실에 없는 데이터를 처음부터 가상으로 창조하는 것이다.

자율주행 AI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극단적 돌발 상황 데이터다. 평범한 데이터 99.9%보다 고라니가 튀어나오거나 타이어가 굴러오는 0.1%의 극한 상황이 중요하다. 옴니버스에서는 이러한 시나리오를 초당 1,000번 이상 반복 생성해 AI를 극한 상황에 노출시킬 수 있다. 현대차는 이 기술을 통해 테슬라의 현실 데이터라는 치명적 약점을 공략할 수 있다.

세 번째 설비는 'DRIVE AGX Thor'라는 통합 칩이다. 기존 현대차는 자율주행용, 인포테인먼트용 등 열 개가 넘는 작은 컴퓨터가 차체 곳곳에 분산되어 있었다. 드라이브 토르는 이 모든 기능을 하나의 칩으로 통합시켜 원가 절감과 함께 소프트웨어의 자유도를 확보하게 한다. 차량 전체 OS를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어 테슬라처럼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한 지속적 개선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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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차원의 'AI 생태계' 구축 전략

이 협력은 단순한 기업 간 거래를 넘어 한국 정부 차원의 국가 전략으로 확장됐다. 한국 정부는 현대차, 삼성전자, SK 그룹,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에 총 26만 장 이상의 블랙웰 GPU를 공급받기로 했다. 기존 한국이 보유한 GPU 규모 6만 5천 개에서 30만 개 이상으로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엔비디아와 정부, 현대차는 'AI 테크놀로지 센터', '현대차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설립, 국내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AI 전문가 간 협업이 증진되고 차세대 AI 전문 인재 양성 생태계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현대차는 올해 초부터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엔터프라이즈를 기반으로 공장 디지털 트윈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현대차 미래 전략: 자동차 넘어 '피지컬 AI' 플랫폼으로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이번 협력을 "AI 기반 모빌리티와 스마트 팩토리의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도약"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양사는 첨단 기술을 함께 구축하는 것을 넘어, 한국의 혁신을 촉진하고 인재를 육성하며, 글로벌 AI 리더십의 최전선에 설 수 있는 견고한 AI 생태계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의 비전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명확히 보여준다. 기존 현대차는 레벨 2 수준의 하이웨이 드라이빙 어시스트(HDA)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블랙웰 기반 AI 팩토리를 통해 운전자가 비상시만 개입하는 레벨 3 기술을 빠르게 고도화할 계획이다. 현대차 자율주행 사업부장 장웅준 전무는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은 초당 144조회 연산을 하는데, 현대차의 3세대 통합제어기는 이를 웃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한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 시설에 본격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시뮬레이션 플랫폼 '아이작 심(Isaac Sim)'을 활용해 로봇의 동작 계획과 안전성을 가상 환경에서 검증하는 방식이다. 현대차 그룹은 차량 내 AI, 자율주행, 제조 공정, 로보틱스를 모두 하나의 지능형 생태계로 통합하는 '피지컬 AI' 전략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엔비디아 생태계 확대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재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AI는 모든 산업의 모든 측면을 혁신하고 있다. 운송 분야만 보더라도 차량 설계와 제조부터 로보틱스, 자율주행에 이르기까지, 엔비디아의 AI와 컴퓨팅 플랫폼은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며 "현대차그룹과 함께 미래 수조 달러 규모의 모빌리티 산업의 방향을 결정지을 지능형 자동차와 공장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전략은 테슬라를 제외한 나머지 자동차 기업들을 자신의 생태계 내에 포섭하는 것이다. 현재 현대차, 메르세데스 벤츠, 볼보, 도요타, 비아디 등 글로벌 주요 15개 이상 기업이 엔비디아 연합에 합류했으며 이 연합은 더욱 거대해질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엔비디아가 테슬라를 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자체 도조(Dojo)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엔비디아의 GPU로 돌아섰으며, 지금 엔비디아의 'VVIP 고객'이 된 상황이다.

기술 혁신의 전초기지가 된 한국

이번 현대차-엔비디아 협력은 한국이 자동차 산업의 미래 기술 경쟁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한국은 이미 반도체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국가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를 위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에 주력하고, SK하이닉스도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현대차가 '피지컬 AI' 플랫폼의 선도기업이 되고, 정부 차원에서 AI 인프라를 대규모로 확충하는 이 모든 움직임은 한국을 글로벌 AI 산업의 중심으로 만들려는 국가 전략의 일부다.

미래 자동차는 더 이상 '달리는 기계'가 아니라 '달리는 컴퓨터'가 될 것이다. 정의선 회장과 젠슨 황 CEO의 깐부 치킨 만남에서 시작된 이 협력이 현대차 그룹을 테슬라의 진정한 경쟁자로 만들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다만 블랙웰 GPU 5만 개, 30억 달러의 투자, 그리고 글로벌 최강의 AI 칩 기업과의 동맹은 분명 현대차가 미래 자동차 시대에 자신의 생존을 위해 취한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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