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임기가 끝나는 강태영 농협은행장이 재임명의 기로에 섰다. 전국적 점포망과 공공·농업 금융 기반을 바탕으로 고금리 시대에 안정적 실적을 달성한 점은 강력한 연임 무기지만, 임기 중 반복된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부실은 ‘낙마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연임 성공 여부는 구조적 약점을 보완하고 금융당국의 엄격한 CEO 책임론을 돌파하는 데 달려 있다.
안정적 실적과 조직 관리 역량
강태영 행장의 가장 큰 강점은 안정적인 실적 성장이다. 농협은행 고유의 전국적 점포 인프라와 농업·공공금융 기반을 활용해 우량 예수금을 확대하고 순이익을 견고하게 유지했다.
조직 관리 능력도 높게 평가된다. 농협중앙회-금융지주-은행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지배구조 속에서 내부 사정에 밝은 인물로서 조직 내 큰 잡음 없이 신뢰를 얻고 안정적 경영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회사에서 조직 응집력과 내부 신망은 매우 중요한 리더십 요소로 작용한다.
글로벌·디지털 경쟁력 미흡
그러나 명확한 약점도 존재한다. 타 시중은행 대비 글로벌 경쟁력과 디지털 역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해외 네트워크가 취약해 글로벌 수익 비중이 낮고, 대표 모바일 플랫폼인 NH올원뱅크 역시 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취약점이다.
7월 외환시장 24시간 개방
강 행장에게는 이러한 약점을 극복할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오는 7월 6일부터 시행되는 원/달러 외환시장 24시간 무중단 거래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던 외환(FX) 딜링 역량과 글로벌 인프라를 대폭 강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열린 것이다.
여기에 농업·지역 기반 지식과 AI를 결합한 특화 금융 상품 개발, WM(자산관리) 사업 확대 등을 통해 독자적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낸다면 디지털·글로벌 약점을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사고 반복과 CEO 책임론
연임의 최대 걸림돌은 반복되는 금융사고다. 임기 중 100억원대 업무상 배임, 대규모 사기대출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의 근본적 미흡이 지적되고 있다. 최근 4~5년간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규모가 8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또 다른 변수는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의 ‘인적 쇄신’ 의지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 속에서 연말에 전격적인 세대교체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태영 행장의 연임 여부는 여러가지 숙제 해결 여부에 달려 있다. 반복된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론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돌파하고 구조적 개선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 더불어 7월 외환시장 개방을 계기로 글로벌·디지털 경쟁력 강화와 WM 사업 확대를 얼마나 구체적이고 가시적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 또한, 금융당국과 지주·중앙회의 구조 개혁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경영 안정성과 조직 결속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강 행장이 안정적 실적과 공공금융 장악력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금융사고의 꼬리표와 내부통제 부실이 상당히 무거운 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7월 외환시장 개방을 활용한 체질 개선 성과가 중요한 가산점이 될 수 있으나, 당국의 규제 압박과 지주의 쇄신 기조를 동시에 극복해야 연임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에픽 이상호 CP / sangho@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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