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왼쪽),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갈등의 시작: 이사회 개편 요구와 거부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콜마홀딩스는 자회사 콜마BNH의 이사회 개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허가해달라는 소송을 대전지방법원에 지난 2일 제기했다. 콜마홀딩스는 콜마BNH 이사회에 윤상현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지만, 콜마BNH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법적 다툼으로 번진 것이다.
콜마홀딩스 측은 "콜마BNH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으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콜마BNH의 경영을 정상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콜마BNH의 영업이익은 2022년 611억 원에서 2023년 303억 원, 2024년 246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에 대해 콜마BNH는 12일 성명을 통해 "현재 실적 턴어라운드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 전략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대표이사 체제와 이사회 변경 요구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여원 콜마BNH 사장은 최근 2년간 건강기능식품 산업 전반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매출 성장을 달성하며 업계 내 유일한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2024년 연결기준 6156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수출도 전체 매출의 37%를 차지하며 해외 비중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또한 콜마BNH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단기 실적 개선에는 상당한 부담이 됐으나, 그 과정에서도 주주 배당금을 견고하게 유지하는 등 주주환원정책을 꾸준히 지속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콜마BNH는 "주요 경영 의사 결정이 모두 지주사와 윤상현 부회장의 협의 하에 이뤄졌음에도,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돌연 과거 실적 부진과 주가하락 리스크 등을 이유로 '경영정상화'를 언급하며 여동생인 자회사 대표의 경영 역량을 문제 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미국 행동주의펀드 달튼인베스트먼트 영향
달튼인베스트먼트는 "글로벌 K뷰티 열풍에도 콜마그룹의 기업가치가 너무 낮다"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제안과 함께 이사회에 임성윤 달튼코리아 공동대표를 포함해달라고 요구했고, 콜마홀딩스는 3월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이러한 외부 압력이 콜마BNH의 이사회 개편 시도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불완전한 경영승계의 결과?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오너 2세 간 경영권 분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2019년 창업주 윤동한 회장이 사퇴하고 보유 지분을 장남인 윤상현 부회장에게 넘기면서 콜마그룹의 경영권이 승계됐지만, 윤 부회장이 콜마BNH에 대한 지배력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콜마그룹의 지주사 격인 콜마홀딩스는 윤상현 부회장이, 자회사인 콜마BNH는 윤여원 사장이 각각 이끌고 있다. 지분으로는 윤 부회장-콜마홀딩스-콜마BNH로 이어지는 구조이지만, 콜마BNH는 윤 사장의 영역으로 분류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콜마BNH의 지분은 콜마홀딩스가 44.63%, 윤여원 사장이 7.78%를 보유하고 있다. 윤상현 부회장은 콜마홀딩스의 지분 31.75%를 갖고 있다. 지분 구조상으로는 윤 부회장이 우위에 있지만, 실질적인 경영권 행사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여원 콜마BNH 사장은 "회사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극대화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대응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며 "관련 논의는 실체적 타당성에 근거해 신중하게 접근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두 남매 간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분 구조상 콜마홀딩스의 우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콜마BNH는 이번 사태로 불필요한 혼란이 야기되고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분쟁을 통해 윤상현 부회장이 콜마BNH까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아니면 윤여원 사장이 콜마그룹 계열사이지만 콜마BNH에서 자신만의 영토를 공고하게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윤여원 사장은 윤상현 단독대표이사 체제 이후 연구개발 인력 확보, SCM 운영체계 구축, 품질인증 등을 통한 생산역량 강화에 집중했고, 그 결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정 '우수기업연구소'에 3회 연속 선정되는 등 주요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하고 있다. 남매 간 경영 갈등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그것이 콜마그룹의 기업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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