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는 지난 28일부터 29일까지 울산 북구 현대차문화회관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요구안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3조2299억원의 30%에 해당하는 3조9690억원을 성과급으로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을 요구했다. 이는 지난해 실제 인상액 11만2000원보다 26% 많은 금액이다. 상여금도 현재 통상임금의 750%에서 900%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정년 연장도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노조는 현재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개시 전년 연말인 최장 64세까지 연장할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도입,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도 요구안에 포함시켰다.
현대차 노조의 이번 요구안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그동안의 협상 역사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는 2019년 이후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무파업 타결을 달성하며 '모범 임단협 사례'로 평가받아왔다.
지난해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 11만2000원 인상, 성과급 500%와 1800만원, 현대차 주식 25주 지급 등 '역대급'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이는 연봉 5000만원 인상 효과를 가져다주는 수준이었다.
현대차는 연간 성과가 좋을 경우 별도의 특별성과급도 지급해왔다. 2022년에는 전 직원에게 각각 400만원의 특별성과급을 줬고, 지난해에는 '400만원+주식(현대차 10주)'을 지급했다.
하지만 협상 과정이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2024년 초 노조는 기본급 15만90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금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며 일시적으로 협상이 결렬되기도 했다. 2021년에는 회사 측이 연 1000만원 인상안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노조가 이를 거부하며 파업 찬반투표에 부치기도 했다.
닛산은 글로벌 인원 9000명 감축
닛산은 실적 부진으로 글로벌 인원 9000명을 감축하기로 했고, 스텔란티스는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미국 오하이오주 지프 공장에서 1100명을 감원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말 독일 내 공장 3곳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 자체의 실적도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매출은 175조2231억원으로 7% 늘었지만, 이는 전년도 증가율 14%의 절반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2023년 15조1269억원에서 지난해 14조2396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증가율도 2023년 53.7%에서 지난해 7.8%로 급감했다.
대미 수출 부품업계 영업이익 급감
자동차 부품업계는 더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부산 자동차부품업계 간담회'에서 오린태 부산자동차부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자동차부품에 25% 관세가 부과되면서 대미 수출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있다"며 "관세 조치가 장기화할 경우 기업 존립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품업체들은 관세 인상분 부담을 놓고 완성차 업체와 치열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완성차 업체와의 협의 끝에 약 10%의 비용증가분을 자체 부담하게 됐다"면서도 "관세조치가 장기화할 경우 수익성 악화는 물론 대미수출 자체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현대트랜시스의 사례는 이러한 우려를 현실화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지난해 현대차 노조와 유사하게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매출액의 2%에 달하는 성과급을 요구했다가 협상이 결렬되자 한 달여간 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성과급 요구액은 영업이익의 두 배 수준이었다.
노조 58.11%가 파업투쟁 지지
흥미롭게도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의 내부 여론은 상당히 적극적이다. 노조가 조합원 2만75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0.51%가 올해 성과급으로 3500만~4000만원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협상 진행 방식을 묻는 질문에서는 58.11%가 '파업투쟁'을 고려한다는 의견을 냈다.
요구안 우선순위로는 기본급 인상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고, 이어 정년연장, 통상임금 범위 확대, 성과급 확대, 상여금 인상 순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노사는 이르면 6월 중순 본격적인 임금단체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연말 노조 집행부 선거가 예정되어 있고,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과 전기차 캐즘 등 외부 환경이 악화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 노조의 요구안이 계열사 임단협의 준거가 된다는 점도 우려 요소다. 이미 기아도 주 4.5일제를 요구안에 담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대차그룹 전체 계열사로 확산되면 협상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6년간 이어온 무파업 기록을 유지하며 '상생 모델'로 평가받아온 현대차 노사관계가 올해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위기 상황과 노조의 사상 최대 요구안 사이에서 현대차 경영진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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