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라이 릴리는 올해 4분기 FDA 승인을 앞둔 경구용 저분자 GLP-1 작용제 '오포글리프론'의 ACHIEVE-1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임상에서 40주 복용 시 평균 8%의 체중 감량 효과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 경쟁 약물인 노보 노디스크의 '리벨서스'(4~6%)보다 현저히 우수한 수치다.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는 3분기에 추가로 공개될 예정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 역시 만만치 않은 성과를 내놨다. GLP-1/amylin 수용체 이중 작용제인 '아미크레틴'의 글로벌 1b/2a상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주 1회 주사제(20mg) 형태로 36주 기준 약 24.3%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이는 일라이 릴리의 '터제파타이드'(15mg)가 72주 임상에서 기록한 결과와 유사한 수준이다. 경구용 제형도 12주 기준 10%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복용 중단율이 3.2%에 불과해 터제파타이드의 22~25%와 비교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카그리세마'의 3상(REDEFINE-1) 결과에서도 68주 기준 22.7%의 체중 감소율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아미크레틴 임상 데이터 공개로 체중 감량 효과가 두드러지는 신약이 또다시 등장하게 됐다.
실제로 두 기업 모두 MASH(대사이상 지방간염) 치료 영역까지 GLP-1 작용제들의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으며, 기존 비만 치료제의 한계를 보완할 다양한 기전의 파이프라인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비만 치료를 넘어 대사질환 전반으로 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의미다.
반면 다른 제약사와 바이오텍 기업들이 보유한 GLP-1 기반 비만·대사 치료제 파이프라인은 아직까지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시장 진입 속도, 효능, 안전성, 약물 지속성 등 모든 면에서 두 선두 기업을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일라이 릴리의 오포글리프론은 경구용이라는 점에서 기존 주사제 대비 환자 편의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하루 한 번 복용으로 식사와 무관하게 투약할 수 있어 환자 순응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노보 노디스크의 아미크레틴 역시 낮은 중단율로 장기 치료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임상 결과 발표로 비만 치료제 시장의 판도가 더욱 명확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두 빅파마가 각각 다른 기전과 제형으로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서 후발 업체들의 추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은 비만·대사 치료제 관련 기업들의 투자 매력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선두 기업들의 압도적 우위가 확고해지면서 후발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치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발 단계에 있는 바이오텍 기업들의 경우 차별화된 기전이나 우수한 임상 데이터 없이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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