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과 국내 석유화학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주요 10개 화학기업이 참여한 '석유화학산업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에서 제시된 구조개편 3대 방향은 ▲NCC 감축 ▲고부가·친환경 제품으로의 전환 ▲지역경제 및 고용영향 최소화다. 정부는 기업별로 구체적인 계획을 연말까지 제출받아 금융, 세제, 규제완화 등 지원 패키지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전날 석유화학 사업재편 간담회에서 "석유화학업계의 자구노력이 지원의 전제"라며 "선 자구 노력과 채권단의 협조가 유기적으로 질서정연하게 진행돼야 이 문제를 유능하고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지금은 얼어붙은 강을 건너는 때"라며 "줄을 묶고 함께 건너면 정부가 손을 잡아주겠지만 홀로 걸어가면 얼음이 깨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증권가는 일단 감축 방침 자체에 대해서는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2년 이후 석유화학 불황이 장기화했고 불안한 대외여건이 지속해 발생해 업황의 사이클 변화가 무색해졌을 정도였다"며 "한계산업에 봉착할 우려가 높았던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 체질 개선을 요지로 한 민간-정부 합동의 재편 움직임은 그 자체로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국내 석유화학단지는 여수(49%, LG화학/여천NCC), 대산(37%, 롯데케미칼), 울산(14%, SK지오센트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작년부터 논의되던 산업단지별 구조개편이 본격 시동을 걸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화학 업황은 2021년 상반기 이후 고유가, 글로벌 경기 둔화, 중국 중심 대규모 증설의 삼중고로 강한 다운사이클을 진행 중"이라며 "특히 범용 제품 비중이 큰 NCC 업체는 2022년부터 적자기조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 화학 업종 PBR은 역대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권가는 이번 조치로 당장의 업황 회복까지 바라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조현렬 연구원은 "감축에 성공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업황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전기차 침투율 상승으로 가솔린과 디젤 수요가 감소하는 구조적 변화가 발생해, 화학제품 생산 확대 기조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업황 회복을 위해서는 향후 증설이 지속될 중국과 인도 같은 외국산 화학제품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 등으로 국내 유입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진명 연구원도 "금번 발표를 통해 과거 일본 구조조정 사례처럼 단지별 크래커 통폐합이 가시화될 경우 수급 밸런스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라면서도 "자율적인 조치로 강제성이 결여된 점, 2026년 S-Oil 샤힌프로젝트(180만톤) 가동, 중국/중동 증설 지속으로 단기간 내 유의미한 펀더멘털 변화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업계의 자율협약에도 감축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다. 조현렬 연구원은 "이번 자율협약에서의 공급 감축에 앞서 산업단지별 설비 통합 논의가 진행돼 왔는데 향후 폐쇄까지 단행해야 할 설비에 대한 가치평가를 두고 기업 간 이견은 여전히 남을 것"이라며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감축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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