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쟁의행위 범위를 기존 임금·근로조건에서 구조조정과 사업 통폐합 등 경영 판단 영역까지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손해배상 카드가 약화되면서 노조들이 더욱 적극적인 투쟁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HD현대 조선 3사, '마스가' 합병에 집단 반발
한·미 조선업 협력의 핵심인 HD현대그룹이 노조 파업으로 첫 시련을 겪고 있다. HD현대 조선 계열 3사(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HD현대미포) 노조는 2일부터 나흘간 연속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이는 조선업계에서 기업의 경영 판단에 대해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전례를 찾기 힘든 일로 평가된다. HD현대는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첫 번째 협약을 체결하며 훈풍을 맞고 있었지만, 노조 파업으로 인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업계도 비상...한국GM 철수설까지 재부상
관세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5% 품목 관세 부담을 지고 있는 현대자동차·기아도 임단협을 둘러싸고 노조와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등을 요구하며 협상 결렬 시 총파업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한국GM이다. 한국GM 노조는 회사의 자산 매각 추진에 반대하며 3일까지 특근을 거부하고 하루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최근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이 노란봉투법 현실화로 GM본사가 한국GM을 재평가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것이 알려지면서 한국GM 철수설도 다시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철강·건설업까지 확산되는 강경투쟁
건설업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전국건설노조는 진보정권 출범 후 건설안전 관련 법규 강화 기조가 마련되자 총력투쟁을 예고했다. 건설노조는 "윤석열 정부는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내몰았는데, 이제 건설현장을 뒤집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17일 불법 다단계 하도급 근절 촉구 기자회견, 18일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외국계 기업 철수 우려와 경제계 대응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과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등 해외투자기업 단체들은 이미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국내에 투자한 해외 기업들이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실제로 한국GM 사례에서 보듯이 외국계 기업들의 한국 사업 축소 및 철수 가능성이 현실적 위험으로 대두되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법 시행 전임에도 우려했던 현상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산업계에는 굉장히 큰 부담"이라고 밝혔다. 또한 "개정된 노조법은 사용자의 범위와 쟁의 대상이 어디까지 확대되는지 명확하지 않기에 노동계에서는 법이 시행되지 않았음에도 기대 심리를 갖고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보완책 마련 시급
경제단체들은 노란봉투법의 부작용을 줄이려면 국회에서 후속 보완입법을 통해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하고 있다.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의 사용자를 어디까지로 볼지, 쟁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까지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와 국회는 신속한 보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미 조선업 협력과 같은 국가적 프로젝트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균형잡힌 노사관계 정립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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