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12.09(화)

쿠팡의 위기 … 네이버-G마켓은 기회를 잡을 수 있나?

이커머스 시장 구조변화 촉각 … 신뢰회복 여부에 달려있어

안재후 CP

2025-12-09 10:24:06

쿠팡의 위기 … 네이버-G마켓은 기회를 잡을 수 있나?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절대 강자 쿠팡이 전대미문의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11월 29일 3370만 명의 고객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되었다는 사실이 공식 인정되면서 업계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 6월 24일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사건은 SK텔레콤 데이터 유출 사건(2320만 명)을 압도하는 국내 역대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다.

유출된 정보는 고객 이름,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배송지 주소, 일부 주문 정보에 이르렀다. 다행히 결제 정보와 로그인 비밀번호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피해자의 범위는 쿠팡의 활성 고객 247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쿠팡이 침해를 인지한 지 12일 뒤에야 고객에게 알렸다는 점과, 이후 사과 공지를 공유할 때 광고가 노출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소비자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복잡한 탈퇴 절차와 미온적 대응에 신뢰도 추락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것은 쿠팡의 대응 방식이었다. 회원 탈퇴를 희망하는 소비자들은 웹사이트와 앱에서 탈퇴 버튼을 찾는 것부터 난항을 겪어야 했다. 와우 멤버십 해지, 혜택 포기 확인, 본인 인증, 사용 내역 점검, 설문조사 등 6단계에 걸친 복잡한 절차는 의도적으로 고객의 이탈을 방지하려는 '다크패턴'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었다. 이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의 해지권 제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피해의 규모는 수치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공개된 지 4일 만에 일간 활성 이용자(DAU)가 1600만 명대로 하락했으며, 사흘 만에만 180만 명의 회원이 이탈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쿠팡 탈퇴법'이 확산되었고,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네이버 카페만 10여 곳이 개설되어 회원 수가 20만 명을 넘어섰다. 박대준 대표는 "3주 안에 와우 회원의 10%가 탈퇴할 수 있다"는 전문가 평가에도 불구하고, 진정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 N배송으로 배송 경쟁력 극대화

네이버는 쿠팡의 위기를 자신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올해 3월 기존의 '네이버도착보장'을 '네이버배송(N배송)'으로 전면 개편하며 배송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강화한 것이다. 네이버는 오늘배송, 내일배송, 일요배송, 희망일배송 등으로 배송 옵션을 세분화하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대폭 확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서비스 성과다. 올해 2월 기준으로 N배송이 적용된 전체 상품의 거래액과 주문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36%, 232% 증가했다. 이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소비자의 신뢰도 회복을 의미한다. 네이버는 배송 지연 시 1000원의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보상하는 도착 보장 정책까지 도입하여 배송 신뢰도를 제도화했다.

네이버의 강점은 또한 다양한 제휴와 협력에 있다. CJ대한통운, 한진, 파스토, 두핸즈 등 물류사와 협업하는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를 구축하여 물류 인프라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월 4900원)의 혜택도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회원은 1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 배송, 무료 반품과 교환 서비스를 누릴 수 있으며, 스포티파이, 넷플릭스, PC 게임 패스, 웹툰 등 콘텐츠도 매월 선택하여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올해 5월부터는 N배송 사용료 최고액을 5000원으로 제한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판매자 확보에 나섰다. 기존 주문 건당 1.5% 사용료에서 최대 5000원 한도로 제한함으로써 판매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의달 수요를 겨냥한 이러한 전략은 단순한 임시방편이 아니라, 쿠팡 고객의 이탈에 대비한 장기적 포석으로 읽힌다.
G마켓, 대한통운과 협력으로 '스타배송' 강화

신세계그룹 계열의 G마켓도 쿠팡의 기술을 추적하며 독자적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9월 도입한 '스타배송'을 올해 대폭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스타배송은 소비자와 약속한 날짜에 100% 배송을 보장하며, 지연 시 송장 기준 1건당 1000원의 스마일캐시로 보상하는 서비스다.

G마켓의 강점은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이 지난해 6월 체결한 '신세계-CJ 사업제휴 합의'에서 비롯되었다. CJ대한통운이 배송을 전담하면서 배송망의 안정성이 크게 향상되었고, 올해부터는 주 7일 배송도 시작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성과는 일요일 배송의 도입이다. 토요일에 주문한 상품을 일요일에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개별 판매자 중심의 오픈마켓 플랫폼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올해 4월 G마켓은 '판매자 스타배송' 서비스를 정식 오픈하면서 서비스 범위를 기존 메가센터 상품에서 개별 물류창고를 운영하는 브랜드사와 중소상공인까지 확대했다. 삼성전자, 유한킴벌리, 쿠쿠 등 400여 개의 유명 브랜드가 출범 당시부터 참여했다는 점은 시장의 신뢰를 충분히 반영한다.

G마켓의 전략은 또한 고객 접근성을 높이는 데 집중되어 있다. 스타배송 전문관을 별도로 마련하고, 상품 검색 후 필터에서 '스타배송 골라보기'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쉽게 도착보장 상품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신뢰가 이커머스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정확한 고객 중심의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 “쿠팡 물류시스템은 넘사벽”

다만 전문가들은 네이버와 G마켓이 완전히 쿠팡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숙명여자대학교 서용구 교수는 "쿠팡의 이번 사태로 네이버, 컬리 등이 이익을 보겠지만, 다른 플랫폼들이 쿠팡을 온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쿠팡의 자체 물류망 때문이다. 전국 30개 이상 권역에 120개가 넘는 물류센터와 직매입·직배송(로켓배송) 방식으로 구축된 쿠팡의 물류 시스템은 수년간의 투자와 축적된 노하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쿠팡의 전체 상품 중 90%가 직매입 상품이라는 점도 경쟁 우위를 의미한다.

네이버는 여러 택배사에 배송을 의존하기 때문에 쿠팡에 준하는 배송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 컬리는 프리미엄 가격대 상품을 취급하며 배송 지역도 제한적이다. 오프라인 채널로의 회귀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산업통상부 발표에 따르면 온라인 채널의 매출 비중이 50.6%로 과반을 차지했으며, 올해도 월별로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2023년만 해도 오프라인이 52.7%였던 것을 감안하면 온라인 시장으로의 회귀는 불가역적이다.

회복 가능성, 경영진의 대응에 달렸다

서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쿠팡의 회복 가능성은 경영진의 대응에 달려 있다. 그는 "만약 김범석 의장의 진지한 사과나 구체적인 대처 로드맵이 마련된다면 이번 사태 이전으로 복구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쿠팡의 대처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향후 3주 안에 와우 회원의 10%가 추가로 탈퇴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2027년까지 3조원을 투자해 전국 100% 무료배송을 실현하겠다는 쿠팡의 야심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하지만 신뢰는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쿠팡도 알고 있을 것이다. 박대준 대표가 국회 현안 질의에서 피해자 보상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피해자 보상을 피해 범위 확정까지 미루겠다는 태도는 적극적인 신뢰 회복 노력이라고 보기 어렵다.

시장 재편의 신호탄, 다가오는 격변의 시대

현재의 상황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구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쿠팡의 독주 체제가 흔들리면서 네이버, G마켓, 컬리 등 경쟁 플랫폼들이 고객 확보를 위해 배송, 멤버십, 제휴 등 모든 영역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5월의 '배송 삼국지' 경쟁에서 쿠팡의 로켓배송, 네이버의 N배송, G마켓의 스타배송이 동시에 힘을 겨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쟁의 승자는 기술이나 규모가 아니라 소비자의 신뢰를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는가로 결정될 것이다. 쿠팡의 위기가 네이버와 G마켓 같은 경쟁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한편,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 전체에 신뢰와 투명성을 제고하라는 강력한 신호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부와 업계가 함께 개인정보보호 기준을 강화하고, 기업들이 소비자 중심의 경영으로 전환하는 것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이기 때문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식시황

항목 현재가 전일대비
코스피 4,134.12 ▼20.73
코스닥 930.93 ▲3.14
코스피200 584.59 ▼4.58

가상화폐 시세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34,390,000 ▲15,000
비트코인캐시 860,500 ▼2,500
이더리움 4,630,000 ▼2,000
이더리움클래식 19,900 ▼40
리플 3,079 ▲3
퀀텀 2,156 ▲1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34,495,000 ▲176,000
이더리움 4,632,000 0
이더리움클래식 19,930 0
메탈 589 ▼4
리스크 304 ▼1
리플 3,079 ▲3
에이다 641 ▲3
스팀 108 0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34,370,000 ▲130,000
비트코인캐시 858,500 ▼3,000
이더리움 4,626,000 ▼4,000
이더리움클래식 19,900 ▼40
리플 3,078 ▲3
퀀텀 2,159 0
이오타 15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