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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연간 수주 25조 돌파 비결은

이한우 대표 ‘에너지 전환 리더’ 비전 주효 … 예정보다 4년 앞당겨 달성

안재후 CP

2026-01-09 10:04:13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국내 건설업계에 새로운 역사가 쓰였다. 현대건설이 2025년 연간 수주액 25조 5151억원(추정치)을 기록하며 국내 단일 건설사로는 처음 연간 수주 25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2024년 18조 3111억원 대비 39%나 증가한 수치로, 건설업 역사상 그 의미가 크다. 현대건설이 이토록 거대한 수주액을 달성한 배경에는 단순한 경기 회복만이 아닌, 전략적 사업 구조 개편과 글로벌 시장 대응의 결합이 있었다.

'에너지 전환 리더'로의 패러다임 전환

현대건설의 급속한 성장은 지난해 3월 공개한 새로운 비전에서 비롯되었다. 이한우 대표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전통적인 건설사 이미지를 벗어나 '에너지 전환 리더'(Energy Transition Leader)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놀랍게도 현대건설은 이 자리에서 2030년까지 연간 수주 2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는데, 예정보다 4년 앞당겨 올해 달성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급속한 성장의 핵심은 에너지 산업으로의 사업 구조 전환에 있다. 과거 토목, 주택 등 전통 건설 사업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원전, 신재생에너지, 송전, 데이터센터 등 에너지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원전 사업 대대적 수주로 기반 마련

에너지 사업의 성장을 이끈 첫 번째 축은 원전(원자력발전소) 분야다. 현대건설은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 기업 페르미 아메리카(Fermi America)와 함께 대형원전 4기 건설 기본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핀란드의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사전업무 계약(Early Works Agreement)도 확보했다. 이는 단순한 수주를 넘어 향후 본 공사(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초석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 사업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의 수주라는 것이다. 선진국 건설시장의 높은 기술 기준을 충족하며 수주를 따낸 것은 현대건설의 기술력이 글로벌 수준임을 입증하는 사건이다. 현재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탄소 중립을 향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는 와중에 현대건설이 이러한 핵심 프로젝트들을 확보한 것은 앞으로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재생에너지로 포트폴리오 다각화

원전이 기반을 마련했다면, 재생에너지는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현대건설은 미국 텍사스에서 태양광 발전사업을 수주했고, 국내에서는 전남 신안우이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확보했다. 이는 저탄소 에너지 전환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도 비중 있는 사업 기회를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재생에너지 사업의 특징은 높은 부가가치와 장기 수익성이다. 건설 단계에서의 수주액도 크지만, 이후 운영 단계에서의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현대건설이 단순 시공사를 넘어 발전사업권까지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이러한 장기 수익성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에너지 밸류체인의 완성: 송전과 데이터센터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에너지 생산 부문이라면, 송전과 데이터센터는 에너지 이동과 소비 부문을 담당한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송전선(전력 전송 시스템) 사업을 수주했고, 수도권 주요 데이터센터도 확보했다.

이는 현대건설이 목표로 삼은 '에너지 밸류체인 전 분야'를 현실화하는 과정이다. 에너지 생산에서 시작하여 이를 이동시키고 최종 소비처인 데이터센터까지 연결되는 전체 가치사슬을 장악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사우디 프로젝트는 중동 에너지 시장으로의 진출을 의미하며,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 시대의 필수 인프라로서 미래 성장성이 높은 사업이다.

기술력과 신뢰의 축적: 이라크 프로젝트와 인프라 수주

2025년 수주액을 견인한 또 다른 주요 요소는 기술력과 신뢰에 기반한 비경쟁 수주들이다. 현대건설은 이라크에서 약 30억 달러(한화 약 4조원) 규모의 해수공급시설(WIP·Water Infrastructure Project) 프로젝트 계약을 수주했다. 이 프로젝트는 40년 이상 이라크에서 국책 인프라를 수행해온 현대건설에 대한 굳건한 신뢰가 만들어낸 성과다.

수석대교와 부산 진해신항 컨테이너부두 같은 인프라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이들 프로젝트는 기술력을 중심으로 경쟁을 통해 수주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신뢰와 기술 경쟁력이 결합되어 자연스럽게 이어진 수주들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전략은 기본설계(FEED) 단계부터 참여하여 최종 본 공사(EPC)까지 독점적으로 이어가는 방식이다. 이는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부터 관여함으로써 높은 부가가치를 확보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현대건설의 진화된 사업 모델을 보여준다.

주택 분야: 도시정비 시장의 절대 강자

에너지 사업의 확대가 화려한 외침이라면, 주택 분야는 여전히 건설사의 기본 사업이자 안정적 수익원이다. 현대건설은 2025년 개포주공 6·7단지, 압구정 2구역 재건축 등 주요 도시정비사업 시공권을 연이어 수주하며 연간 수주액 10조 5105억원을 기록했다.

이 수치가 갖는 의미는 크다. 국내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 단일 건설사가 연간 10조원을 넘는 수주액을 달성한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현대건설은 7년 연속 도시정비 수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서울의 주요 도시정비 사업에서 현대건설이 얼마나 절대적인 신뢰와 선호를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주택 부문의 강세는 현대건설의 건설사로서의 기본기가 여전히 탄탄함을 의미한다. 에너지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도 전통 사업에서의 경쟁력을 잃지 않은 것은 현대건설의 균형 잡힌 경영 전략을 반영한다.


2026년과 그 이후: 성장의 가시화

현대건설은 2026년을 '성장 가시화의 해'로 설정했다. 2024년 설계 계약을 체결한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원전을 비롯해, 최근 미국 에너지부가 주관하는 'SMR(소형모듈원전) 펀딩 프로그램'에 최종 선정된 홀텍과 공동 추진하는 '팰리세이즈 SMR-300', 그리고 발전사업권을 이미 확보한 해상풍력사업 등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본격 추진 단계에 진입한다.

송전 분야에서는 사우디에 이어 호주 등 신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데이터센터는 개발부터 운영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가속한다. 이는 설계 단계의 수주를 실제 시공 수주로 전환하고, 국내에 한정되었던 사업 영역을 글로벌로 확대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는 신년 메시지를 통해 "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포한 이래 기술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견고한 사업 기반을 다져왔으며, 올해는 생산-이동-소비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노력들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직 개편으로 전략 뒷받침

25조원 수주를 가능하게 한 또 다른 요소는 조직 개편이다. 현대건설은 최근 건축과 주택, 안전과 품질 조직을 통합하여 시너지를 확대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양수발전, 해상풍력, 데이터센터, 지속가능항공유(SAF), 수소·암모니아 등 미래 핵심사업 전담팀을 신설했다는 것이다.

이는 조직이 전략을 뒷받침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따르는 사례다. R&D 조직을 재편하고 현장 밀착형 조직 전환도 진행했으며, 워크이노베이션센터라는 새로운 조직까지 신설했다. 이러한 조직적 변화들은 25조원 수주 달성 이후 2026년의 '성장 가시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다.

전략적 변신의 성공

현대건설이 연간 25조원 수주를 달성한 것은 대형 프로젝트 하나가 이룬 성과가 아니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글로벌 트렌드를 정확히 읽고, 이를 자사의 기술력에 맞춰 체계적으로 추진한 결과다. 원전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에서 송전·소비까지 에너지 밸류체인 전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도, 기존의 도시정비와 인프라 부문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한 균형감각이 핵심이었다.

특히 단순한 시공사업을 넘어 기본설계 단계부터 참여하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 40년의 신뢰가 만들어낸 이라크 해수공급시설 같은 비경쟁 수주 확보, 그리고 미국, 유럽, 호주 등 선진시장으로의 적극적인 진출은 단순한 수주 수치 확대를 넘어 건설사의 미래상을 제시한다.

현대건설이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던 목표를 2025년에 미리 달성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전략적 선택과 실행이 만난 성과이며, 앞으로의 한국 건설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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