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발행어음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밀린 가운데 내부통제 리스크와 사법 리스크까지 겹치자, 금융당국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전략적 조직 개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자기자본 200% 한도 내 저비용 자금조달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초대형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1년 이내 단기 금융상품으로, 약정 이자 지급과 만기 원금 보장을 특징으로 한다.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최대 200% 한도 내에서 저비용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기업금융과 대체투자 등으로 운용해 수익성 개선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후발주자들은 높은 금리를 앞세워 인기몰이 중이다. 최대 금리 3.45%를 제시한 키움증권, 최고 3.6% 금리를 제시한 하나증권은 조기 완판을 기록했다. 키움증권과 하나증권은 이미 각각 연내 2조원대 발행어음 추가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국내 발행어음 사업자는 총 7곳에 달한다. 기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4곳에 지난해 키움증권이 5번째,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6, 7번째 사업자로 시장에 합류했다. 메리츠증권과 삼성증권이 인가를 받으면 9파전 경쟁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주요 증권사 4곳의 발행어음 잔고는 2024년 4분기 41조5천억원에서 지난해 12월 중순 48조5천억원으로 1년 만에 7조원 증가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도 전체 시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가를 먼저 받는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이 누릴 수 있는 선점효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9년째 발행어음 '오매불망'
송 실장은 지난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삼성증권 내부에서 핵심 보직을 차지했다. 이는 금융위 출신이 민간 금융회사에서 단순 외부 인재로 남지 않고 회사 내부의 인사이더로 자리 잡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또한 금융위 과장급 공무원이 재취업 심사를 거쳐 삼성증권 기획담당 상무 자리로 추가 이직할 것으로 전해지는 등 삼성증권의 대관 라인 강화가 계속되고 있다.
2017년부터 9년째 대기...WM 제재 수위가 변수
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인가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한 지난 2017년 이후 9년째 발행어음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2017년 당시 한투증권·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잇달아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했으나,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인가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이재용 회장 사법 리스크를 모두 해소하며 인가 작업이 수월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새로운 장애물이 등장했다. 최근 금융당국 검사에서 고액 자산관리(WM) 부문의 고위험 상품 관련 문제가 적발되자 금융감독원이 발행어음업 심사 중단을 요청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4월 주요 영업점의 내부통제 이슈가 불거지며 영업점 일부 정지와 임직원 중징계에 대한 사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의 WM 부문 검사에 대한 제재 심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게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제재 수위가 '일부 영업정지' 이상의 중징계로 결정될 경우 발행어음 인가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 자본시장법상 발행어음 인가의 결격 요건은 '일부 영업정지'(본점 혹은 영업점) 이상의 제재부터다. 금감원이 '기관경고' 수준의 결정을 내리면 인가 절차가 진척될 수 있지만, '일부 영업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나오면 인가는 사실상 물건너간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의 발행어음 인가 절차는 ▲접수신청 ▲서류심사 ▲외부평가위원회(외평위) 심사 ▲현장 실지조사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심의 ▲금융위원회 최종 심의·의결 순으로 이뤄진다.
삼성증권은 외평위 심사까지 마쳤지만, 아직 현장 실사를 마치지 못해 빨라야 2월 증선위에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9년째 발행어음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삼성증권은 인가를 받으면 첫 해에 최대 300억원 수준의 이익 개선효과를 거둘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 이중 리스크에 직면
9일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경영지원실(CFO) 산하에 본부급인 '경영혁신담당' 조직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혁신담당 조직의 핵심 업무는 대관이다.
이를 위해 메리츠증권은 경영혁신담당 상무로 금융위원회 출신 윤현철 부이사관을 영입했다. 윤현철 상무는 지난달 인사혁신처의 퇴직공직자 취업심사를 통과하면서, 조만간 출근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메리츠증권은 당국·국회와 의견을 조율하는 조직이 없어 중대 사안이 있을 때마다 메리츠화재와 지주 측의 도움을 받아왔다. 업계 일각에선 발행어음 인가 획득 과정에서 겪은 고초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화전기 BW + 금융지주 상장 관련 압수수색
메리츠증권은 지난 2021년 이화그룹 계열사 3곳(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 1천7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무담보로 발행한 것처럼 허위 공시해 투자자들을 기망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거래 정지 직전 메리츠증권이 보유 BW를 주식으로 전환해 장내 매도, 손실을 피한 혐의도 적발됐으며, 1년7개월째 수사가 진행 중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달 8일 발생한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지난해 9월에 이은 두번째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이날 메리츠증권 본사와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 메리츠화재 전 사장과 임원 1명이 2022년 11월 메리츠금융지주의 계열사 합병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고 주식을 매매한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합병 계획 발표 전 가족 계좌를 동원해 주식을 대규모로 매수했고, 발표 이튿날 3개 종목은 모두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들은 주가 급등 후 보유 주식을 매도해 각각 5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를 받는다.
메리츠증권은 발행어음 인가 관련해 현장실사까지 모든 절차를 마치고 최종 금융위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7일 열린 올해 첫 증선위 정례회의에서 메리츠증권의 발행어음 관련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아울러 지난달 8일의 검찰의 압수수색이 심의 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가 전망: 모험자본 정책과 분리 판단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의 발행어음업 인가를 놓고 큰 걸림돌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일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삼성증권의 WM부문 제재 수위와 메리츠증권의 지난달 8일 압수수색이 변수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의 제재 수위 확정과 메리츠증권의 검찰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 올해 상반기 중 최종 인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해 12월 간담회에서 "정책과 제재는 분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모험자본 공급 확대라는 정부 정책과 별개로 내부통제 문제 발생 시 제재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2026년 신년사에서도 "무늬만 모험자본 투자에 그치지 않도록 모험자본 공급의 질적, 양적 확대를 추진하겠다"며 "벤처중소기업의 혁신을 지원할 수 있는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9년째 발행어음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삼성증권, 이중 리스크에 직면한 메리츠증권. 두 증권사가 대관 라인 강화로 인가 지연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증권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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