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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저가 혁신? 질 낮은 침투?] ① 무한 확장의 명암

국내 유통 인프라 장악 … 5만 중소기업 쥐락펴락

안재후 CP

2026-04-28 12:45:03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알리바바의 한국 진출은 단순한 해외 플랫폼 확장이 아니다. 물류센터, 역직구 채널, 한국 셀러 흡수, 그리고 G마켓 합작까지.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규칙 자체를 다시 쓰는 초대형 인프라 전략이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판을 통째로 흔들고 있다. 시작은 초저가 직구였지만, 끝은 한국 유통 생태계의 인프라 장악으로 향한다. 물류센터를 짓고, 한국 셀러를 글로벌 채널로 빨아들이며, 토종 플랫폼 G마켓까지 공동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알리바바가 그리는 그림은 더 이상 '해외 직구 플랫폼'이 아니다. 한국 안에서 한국 기업처럼 움직이는 거대 사업자다.

알리바바 타오바오몰 물류센터[알리바바그룹 제공]

알리바바 타오바오몰 물류센터[알리바바그룹 제공]


1조5000억 투자, 국내 최대 물류센터 건립
알리바바그룹은 2024년 3월 한국 정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며 3년간 11억 달러, 약 1조 5000억 원을 한국에 쏟아붓겠다고 선언했다. 핵심은 물류 인프라다. 2억 달러(약 2632억 원)를 투입해 18만㎡ 규모의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를 짓는다. 축구장 25개에 맞먹는 면적으로 단일 시설로는 국내 손꼽히는 규모다. 알리바바는 이 센터를 통해 알리익스프레스 상품의 당일·익일 배송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알리익스프레스의 약점은 배송이었다. 평균 5~7일 걸리는 배송은 쿠팡의 로켓배송이나 네이버 도착보장과 정면 경쟁이 어려웠다. 그러나 통합물류센터가 가동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 안에 재고를 미리 쌓아두고 주문 즉시 발송하는 풀필먼트 모델은 쿠팡이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한 바로 그 무기다. 알리바바는 이 무기를 자체적으로 갖추겠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는 분명한 편익이다. 더 빠른 배송과 더 낮은 가격은 시장을 흔드는 매력이다. 그러나 같은 변화를 공급자 관점에서 보면 시장 규칙의 변경이다. 초저가에 익일배송까지 결합되면 국내 중소 유통사들이 가격과 속도 어느 쪽으로도 맞붙기 어려워진다. 평택 일대 물류 부지가 후보지로 거론되는 가운데, 알리는 부지 선정과 설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 (연합뉴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 (연합뉴스)


5만개 중소기업, 알리바바 글로벌 채널로 흡수
물류만이 아니다. 알리바바는 한국 셀러의 글로벌 판매를 돕겠다며 1억 달러(약 1316억 원)를 별도로 책정했다. 우수 한국 상품을 발굴하는 소싱센터를 세우고, 알리익스프레스 외에도 동남아 '라자다', 스페인어권 '미라비아', 남아시아 '다라즈' 등 알리바바 산하 플랫폼을 한국 셀러의 수출 통로로 열어준다는 구상이다. 3년간 5만 개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 판매를 돕겠다는 목표도 함께 내걸었다.

겉보기엔 한국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상생 모델이다. 자체 해외 채널을 갖추기 어려운 중소 셀러에게는 분명한 기회다. 다만 이 기회의 다른 면을 들여다보면, 한국 셀러를 알리바바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흡수 전략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 번 알리바바 채널에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셀러는 알리바바의 데이터, 광고 시스템, 결제 인프라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된다.

이런 종속의 시작점이 한국 전용관 '케이베뉴(K-Venue)'다. 2023년 10월 출범 이후 입점 셀러에 수수료를 면제했고, 2024년 9월 기준 입점 셀러는 1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알리는 2025년 2월부터 수수료 면제를 종료하고 평균 8% 수준의 판매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무료 입점으로 셀러를 모은 뒤 유료로 전환하는 구조는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에 안착할 때 흔히 쓰는 방식이다. 셀러는 이미 매출이 발생하는 채널을 쉽게 끊지 못한다.
신세계-알리바바 MOU 협약식. 사진

신세계-알리바바 MOU 협약식. 사진


결정타는 G마켓 합작… 한·중 유통 공룡 탄생
이 거대한 흐름의 정점은 신세계와의 합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9월 18일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이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설립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양측 출자 비율은 5대 5다. 신세계는 G마켓 지분 100%(약 3조 400억 원 가치)를 현물 출자했고,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 100%와 약 3000억 원 현금을 출자했다. 합작법인의 가치는 약 6조 원으로 평가됐다.

이 결합으로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한 지붕 아래 묶였다.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알리익스프레스는 점유율 37.1%로 1위, G마켓은 3.9%로 4위였는데 합쳐지면 41%로 1위가 더욱 공고해진다. 공정위는 양 사 결합이 단순한 시장점유율을 넘어 데이터 결합으로 인한 시장지배력 강화 우려가 크다고 봤다.

문제의 핵심은 두 회사가 가진 데이터의 성격이 정반대로 보완적이라는 점이다. G마켓은 20년 이상 축적한 5000만 한국 소비자의 구매 이력, 결제 패턴, 카테고리별 선호를 갖고 있다. 알리바바는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모은 행동 데이터와 그 위에 얹은 AI·클라우드 분석 능력을 보유한다. 이 둘이 결합하면 특정 한국 소비자가 어떤 시점에 어떤 가격이면 결제를 누르는지를 매우 높은 정밀도로 예측할 수 있다. 정밀한 개인화 광고와 실시간 맞춤 가격 제시가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같은 데이터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쟁사는 이용자 이탈을 막기 위해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하고, 신규 사업자의 진입 문턱은 더 높아진다. 공정위가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G마켓·옥션과 알리익스프레스 간 국내 소비자 데이터를 기술적으로 분리하는 조건으로 승인한 이유다. 다만 이 조건은 3년 후 연장 여부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데이터 결합으로 인한 경쟁제한 효과를 심사한 첫 사례다.


정부 규제도 따라가지 못하는 속도
알리바바의 확장 속도는 정부 규제 정비 속도를 앞지른다. 공정위는 해외 플랫폼에도 국내법을 적용하기 위해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사업자도 국내 대리인을 지정해 소비자 보호 의무를 지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알리바바는 이미 2025년 7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외국인투자기업 지정을 해제하고 한국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한 발 앞서 움직였다.

해외직구 시장에서 중국발 비중은 2022년 35%에서 2024년 60%로 급등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해외직구 규모는 7조 958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1% 늘었고, 이 가운데 중국 직구가 4조 7772억 원에 달한다. 알리바바 비중은 약 62%다. 중소 셀러 기준으로 보면 알리바바 채널 진입은 매출 기회이지만, 한국 유통 생태계 전체로 보면 가격 결정권과 데이터, 그리고 고객 접점이 점점 한 곳으로 쏠리고 있다는 뜻이다.

알리바바의 한국 진출은 더 이상 외국 플랫폼의 점진적 확장이 아니다. 물류, 셀러, 데이터, 그리고 제휴까지 한국 시장의 핵심 자원을 동시에 손에 쥐려는 입체 전략이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알리익스프레스의 월평균 사용자는 857만 명으로 쿠팡(3325만 명)에 이어 상위권에 자리했고, 합작 파트너 G마켓(690만 명)을 더하면 단일 그룹 영향권의 사용자 규모는 한층 커진다. 해외직구 시장의 절반 이상이 알리바바 영향권에 들어왔고, 합작법인을 통해 국내 오픈마켓 시장의 한 축까지 확보했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핵심 인프라가 한 사업자의 결정 속도에 좌우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혁신이라 부르든 무한 확장이라 부르든, 균형이 이미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기 어려운 시점에 도달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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