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경로를 둘러싼 글로벌 금융시장의 셈법이 복잡해진 가운데, 국내 가계부채와 물가 압력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통화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시그널로 풀이된다.
반도체 발 ‘깜짝 성장’ 뒤편의 그늘…‘비용 충격’이 수요 압력으로 전환
한은이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배경에는 견고한 거시경제 체력에 대한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 신 총재는 향후 경기 경로에 대해 "인공지능(AI) 수요 가속화에 따른 반도체 경기 호조가 수출을 견인하고 있으며,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수위가 완화되면서 견조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측 압력까지 가세하면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한은의 목표치(2.0%)를 상당 기간 상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기 둔화를 염려해 금리를 내리기보다는, 고물가 고착화를 막기 위한 통화 긴축이 우선이라는 진단이다.
시스템 체력 양호하지만…‘수도권 집값·가계대출’ 불균형 위험 수위
현재 국내 금융 시스템은 금융기관의 양호한 자본 완충 능력과 실물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대체로 안정적인 궤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평가다.
그러나 시중 유동성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징후에 대해서는 강한 경계감을 나타냈다. 신 총재는 "금융·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더불어 최근 수도권 주택 가격의 상승세가 다시 확대되고 있는 점은 명백한 불안 요인"이라고 적시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가계대출 급증으로 이어질 경우, 누적된 '금융 불균형'이 향후 경기 불황기 때 시스템 리스크로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이 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의 가계대출 규제 기조와 궤를 같이하며 시장에 구두 개입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신 총재는 단기적인 경기 대응을 넘어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공급 측 제약 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구조개혁 방향성도 제시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장기 성장잠재력을 제고하기 위해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지역 균형발전 정체, 기후변화 가속화 등 구조적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며 "통화당국으로서 중립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정부와 사회에 적극적으로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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