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5구역 재건축 수주전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조합원 실익’을 앞세운 수주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DL이앤씨가 공사비 인하와 수익 구조 개선으로 분담금 절감에 나서자 현대건설이 금융 부담 완화와 추가 비용 직결 조건을 들고 나왔다. 단순한 설계 경쟁을 넘어 '조합원 주머니를 얼마나 덜어줄 것인가'로 경쟁 판도가 재편된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수주전을 정비사업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바라보고 있다. 공사비 상승, 대출 규제, 금리 부담이 조합원들의 선택 기준을 바꿔 놓은 것이다. 과거처럼 초고층 설계나 럭셔리 마감재로 점수를 따는 시대가 가고 조합원 부담을 얼마나 경감시킬 수 있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기준이 된 것이다.
DL이앤씨가 먼저 승부수를 던졌다. 회사는 물가 인상 부담 없는 평당 1139만원의 확정 공사비를 제시했다. 조합이 정한 예정공사비보다 평당 100만원 이상 낮은 수치다. 정비사업 시장에서 공사비 상승이 가장 민감한 변수인 만큼, 비용 불확실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전략이다.
회사의 움직임은 공사비 절감에서 멈추지 않았다. DL이앤씨는 수익 구조 개선에도 초점을 맞췄다. 압구정5구역은 일반분양 물량이 29가구로 적은 편이다. 회사는 이를 펜트하우스 등 하이엔드 특화 상품으로 구성해 일반분양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약 5060평 규모 상가도 글로벌 상업시설 매각 전문 기업과 협력해 경쟁 입찰 구조로 매각가를 끌어올리겠다는 방안을 함께 내놨다.
미분양 리스크 방어도 전략에 포함했다. 아파트와 상가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면 조합에 유리한 조건으로 직접 인수하겠다는 약속이다. 이렇게 되면 조합 입장에서는 공사비는 낮추고, 판매 수익은 높이며, 예측 불가능한 미분양 리스크까지 제거하는 삼중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대건설의 직접적 금융 안심 구조
현대건설은 더 직접적인 비용과 금융 조건으로 대응했다. 회사가 제시한 총공사비는 1조4960억원인데, 이 가운데 1927억원을 특화 비용과 별도 부담 항목으로 구체적으로 분류했다. 대안설계 인허가 비용, 공사비 검증 비용, 커뮤니티 집기·비품, 초기 운영비, 전용 홈페이지 구축 비용 등이 그것이다. 사업 후반부로 갈수록 늘어나는 예상 밖의 비용을 미리 선반영함으로써 조합원이 나중에 당황하는 일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금융 조건에서는 공격성을 드러냈다. 현대건설은 사업비 대여 범위를 조합이 필요로 하는 전체 사업비로 폭넓게 설정했다. 금리는 COFIX+0.49%로 고정하되, 조달 금리가 이를 초과하면 그 차액을 회사가 직접 부담하기로 했다. 이는 금리 상승의 충격을 조합원이 아닌 건설사가 흡수하겠다는 약속이다.
분담금 납부 유예도 현대건설만의 카드다. 추가 분담금을 입주 후 최대 4년까지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입주 시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경우에는 현대건설이 책임 조달하기로 했다. 최근 강화된 대출 규제 속에서 조합원의 현금흐름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명확하다.
상품 개발에서도 현대건설은 차별성을 강조했다. 240도 파노라마 조망을 구현하는 '제로월(ZERO WALL)' 설계, 17m 높이 하이 필로티, 순환형 커뮤니티 '더 써클 420', 로보틱스 특화 등을 제안했다. 압구정 브랜드를 위한 전용 서비스 'A.PT(Apgujeong Private Table)'와 홈페이지 구축 비용도 공사비에 포함했다.
다만 현대건설이 제시한 67개월의 공기는 조합원 성향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빠른 입주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부담이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한강 인근의 지하 5층 굴착과 최고 68층 초고층 시공이라는 현실적 난제를 감안한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무리한 공기 단축보다 품질과 안전을 우선했다는 입장이다.
조합원의 선택 기준, 어디에 무게를 둘 것인가
두 회사의 조건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조합원의 우선순위에 달렸다.
공사비 절감과 사업 수익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DL이앤씨의 제안이 유리하다. 평당 1139만원 확정 공사비, 일반분양과 상가 수익 확대, 미분양 직접 인수 조건은 모두 조합원 분담금을 구조적으로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분담금 부담을 줄이려는 조합원에게 어필할 수 있다.
반면 현금흐름과 추가분담금 리스크를 중시한다면 현대건설 조건이 더 직접적이다. 특화 비용과 별도 부담 항목을 총공사비에 미리 반영했고, 분담금 납부 유예와 책임 조달, 확정 금리 조건까지 명시했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와 고금리가 지속되는 현 상황에서 당장 조합원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더 크다는 평가다.
결국 조합원의 선택은 두 가지 사이의 저울질로 좁혀진다. 분담금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에 무게를 둘 것인가, 아니면 입주 전후 자금 안정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에 무게를 둘 것인가.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제와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현대건설의 책임 조달과 분담금 유예 조건이 조합원에게 더 직접적인 혜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압구정5구역의 선택이 단순히 한 건축 현장의 수주전을 넘어, 정비사업 시장 전체의 경쟁 방식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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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앤씨 '아크로 압구정' 단지 투시도.ⓒDL이앤씨 / 현대건설의 압구정5구역 재건축 단지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현대건설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511142429036810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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