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5.18(월)

서울시장 선거전에 직격탄 맞은 현대건설

기둥 80개 중 50개 철근 누락, 6·3 지방선거 최대 쟁점으로 부상

안재후 CP

2026-05-18 10:05:33

김성보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자넌 16일 오후 서울 삼성동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현장(영동대로 3공구)을 찾아 구조물 안전관리 및 보강 대책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김성보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자넌 16일 오후 서울 삼성동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현장(영동대로 3공구)을 찾아 구조물 안전관리 및 보강 대책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철근 누락 책임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순살시공 건설사로 알려진 현대건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삼성역 공사 현장에서 드러난 부실시공 의혹은 6·3 지방선거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양 진영의 정치적 공방을 촉발했다.

기둥 절반가량서 철근 누락 확인
국토교통부가 15일 공식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삼성역 인근 영동대로 지하 복합환승센터의 부실이 상당했다. 지하 5층 GTX 승강장 구역 구조물 기둥 80개 가운데 50개가 구조 안전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2열로 배치해야 할 주철근을 1열만 시공하면서 안전성을 떨어뜨렸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원인은 설계 도면 해석 오류였다. 현대건설은 한 기둥에 두 개씩 철근을 넣도록 돼 있는 설계를 한 개로 오인해 시공을 진행했다. 국가철도공단이 서울시에 위탁한 공사를 현대건설이 맡고 있었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했다.

반년 넘게 보고 미룬 서울시, 관리 부실 논란
현대건설이 자체 품질 점검 과정에서 철근 누락을 확인한 것은 지난해 11월 10일이었다. 그런데 서울시가 정부에 보고하기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됐다. 감리단이 시공 오류를 처음 보고한 지 5개월 반이 지난 4월 29일에야 국토부에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는 외부 전문가 자문과 현장 점검을 거쳐 보강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12월에 기둥 보강 방안 검토를 마쳤고, 올해 3월 17일 시공사가 최종 시공계획서를 제출한 후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토한 다음 보고했다는 설명이다. 시 측은 "단순 보고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 보강 계획을 다 만든 다음 보고한 것"이라며 책임감 있게 대처했다고 주장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및 민주당 국토부·행안위 소속 위원들이 17일 ‘철근 누락’ 오류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GTX-A 노선 구간인 영동대로 지하 공간 복합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및 민주당 국토부·행안위 소속 위원들이 17일 ‘철근 누락’ 오류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GTX-A 노선 구간인 영동대로 지하 공간 복합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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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책임론으로 확산된 정치 논쟁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17일 공사 현장을 긴급 방문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런 중대한 부실이 생겼다면 공사를 중단하고 안전 보강 후 재개했어야 한다"며 "서울시의 무책임한 안전 불감증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시공 오류 확인과 정부 보고 사이 공사가 계속 진행된 점을 지적하며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더 나아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게 공개 질의를 던졌다. "이 부실시공 사태를 언제 처음 보고받았는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왜 5개월 반이 지나서야 국토부에 보고됐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또한 지난 몇 년간 서울시를 덮친 각종 안전 사고들을 언급하며 "바로 이것이 오세훈 시장 시정의 현주소"라고 일갈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7일 서울 종로구 선거 캠프에서 무주택 청년이 주택 가격의 20%만 부담하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공동 지분 형태로 집을 매입할 수 있는 ‘서울내집’ 부동산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7일 서울 종로구 선거 캠프에서 무주택 청년이 주택 가격의 20%만 부담하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공동 지분 형태로 집을 매입할 수 있는 ‘서울내집’ 부동산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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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의 '자진 신고' vs 시의 '관리 부실'
오세훈 후보는 현대건설의 책임을 강조하며 거리를 뒀다. 그는 서울 종로구 선거 캠프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건 순수한 현대건설 쪽의 과실"이라고 반박했다. 현대건설이 자체적으로 실수를 인정하고 보고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서울시나 제3자가 이런 잘못을 발견했다면 은폐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지만, 현대건설이 스스로 실수를 인정하고 보고했기 때문에 다르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보완책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 후보는 "현대건설은 전문가들과 보완책을 논의한 결과 기존보다 안전도가 상승하는 보강책을 내놓았다"며 "건설회사의 단순 실수를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강화된 안전성, 현대건설이 비용 부담
실제로 구조 계산 결과는 긍정적으로 나왔다. 시는 기존 철근보다 강도가 200% 이상 높은 철판으로 기둥 전체를 감싸 용접하는 방식으로 보강공사를 할 계획이다. 보강 이후 안전성은 당초 설계 기준인 5만8,604킬로뉴턴(kN)보다 높은 6만915kN 수준으로 강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약 30억 원 규모 추가 비용은 현대건설이 전적으로 부담하기로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사는 2025년 11월 자체 품질 점검 중 지하5층 기둥 구조물에 일부 철근이 누락된 사실을 발견하고 지체없이 발주처인 서울시에 보고했습니다"라며 자진 신고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어 "이후 서울시와 함께 외부 전문가 자문회의 및 현장 점검을 거쳐 당초 설계 기준을 상회하는 강판 보강 공법을 선정했으며, 국토교통부 긴급안전점검에서 제시된 의견을 추가 반영해 안전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도록 검증된 방법으로 철저하게 보강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성보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16일 삼성역 공사 현장을 찾아 구조물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와 추가 정밀안전 점검을 철저히 시행하도록 지시했다. 동시에 "현장 품질관리와 시공·감리 관리가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현대건설에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적 실수에서 정치 쟁점으로
본래 토목 공사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오류가 선거전의 최대 쟁점으로 확대된 것은 시의 보고 지연 때문이었다. 오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규모 토목 공사 과정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오류"라고 표현했지만, 정 후보 진영은 "공사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진행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오 후보는 역으로 정 후보를 "괴담 정치"로 비판하며 맞섰다. 그는 "정말 시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정 후보의 '괴담 유포'"라며 "광우병과 사드 괴담에 이어 이번에는 철근 괴담인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시민은 민주당의 습관적 괴담 정치에 더 이상 속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순살시공 이미지 손상
결국 현대건설은 기술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정치 싸움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설계 도면 해석 오류라는 순수한 과실은 시의 관리 부실 논란으로 확산됐고, 자진 신고한 책임감마저 정치 공방의 대상이 되었다. 현대건설이 추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안전성을 강화하는 보강책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이미지는 선거전 한복판에서 양측의 공격 대상이 됐다.

GTX-A 삼성역 공사는 올해 전 구간 연결을 목표로 종합시험운행 중이다. 기술적 보완과 안전성 강화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현대건설은 정치적 파장을 견디며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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