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7.10(금)

라이더 판결 여파에 ‘근로자 추정제’ 입법까지…보험업계 노무 리스크 ‘비상’

서울고법, 플랫폼 라이더 근로자성 첫 인정…형식보다 ‘실질적 종속성’ 판단
국회 기후노동위 개정안 7건 계류…입증책임 사측 전환 시 ‘비용 부담’ 가중

성기환 CP

2026-07-10 08:44:57

국회 본회의장 전경. [사진=국회]

국회 본회의장 전경. [사진=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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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성기환 CP]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3일 배달 라이더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처음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국내 보험설계사 약 70만명의 근로자성 여부도 함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는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개정안 7건이 계류돼 있어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노사 분쟁 발생 시 사용자가 직접 '근로자가 아님'을 증명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중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보험설계사를 다수 보유한 보험사와 보험대리점(GA)업계가 조 단위 비용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처럼 라이더 판결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제도적 입법 압박까지 가시화되면서, 보험업계 전반의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는 분위기다.

"라이더는 근로자, 그럼 설계사는?"…불붙은 근로자성 논쟁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8-1부(재판장 이지영 고법판사)는 라이더유니온지부 조합원 A씨가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및 임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지난 3일 원심을 취소하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1심을 뒤집은 이번 판결은 배달 라이더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국내 첫 법원 판단으로, 재판부는 계약서상 형식이 아니라 라이더가 앱에 접속해 근무하는 동안 실제로 회사의 지휘·명령을 받아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보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계약 형식보다 실질 관계를 우선하는 법원의 논리가 위임 계약을 맺고 일하는 보험설계사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한 GA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독립사업자라는 위탁 계약 관계를 내세우면 근로감독관 선에서 바로 기각되거나 취하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법에서 아예 추정 조항을 두면 분쟁 과정에서 회사가 모든 반증 책임을 지게 돼 부담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판결 직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나란히 성명을 내고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촉구했는데, 이 역시 이번 판결의 논리가 다른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직군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특고 종사자 중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보험설계사 규모를 감안하면, 보험업계는 이러한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입증책임 대전환'…근로자 추정제, 도입되면 뭐가 달라지나

이 같은 근로자성 확산 흐름은 개별 판결에 그치지 않고 이미 입법 단계로 넘어간 상태다.

정부와 여당은 올해 초부터 근로자 추정제와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을 묶은 이른바 '일법 패키지'를 추진해왔고, 이 중 근로자 추정제와 관련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는 김주영·김태선·박홍배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7건이 계류돼 있다. 이 가운데 정부가 근간으로 삼고 있는 안은 김주영 의원 대표발의안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동계 내부에서도 '추정'을 넘어 아예 근로자로 '특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면서 이견이 발생해 지난 6월 지방선거 등을 거치며 심사가 유예됐다가, 다가올 9월 정기국회에서 다시 본격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보험업계가 이번 법안을 위협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입증 책임의 방향 자체가 뒤바뀌기 때문이다. 현재는 근로자 지위를 주장하는 당사자가 스스로 근로자성을 증명해야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노무 제공 사실만 확인돼도 일단 근로자로 추정되고 사용자가 이를 반증해야 한다.

만약 근로자로 인정되면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퇴직금, 주휴수당, 4대 보험 등 근로기준법상 보호가 원칙적으로 적용되는 만큼, 이는 곧바로 비용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짙다.

‘설계사 70만명’ 거대 채널…조 단위 비용 셈법 분주

이 같은 우려의 배경에는 설계사 규모의 절대적인 크기가 자리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국내 보험설계사는 71만2천426명으로 전년 대비 9.4% 늘었다. 이 가운데 전속 설계사의 월평균 소득(329만원)을 기준으로 이들 모두가 근로자로 전환될 경우 4대 보험·퇴직금 등에서 연간 약 1조6천억원 규모의 사회적 비용이 새로 발생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이 중 퇴직금은 전액 회사(보험사·GA)가 부담하며, 산재보험을 포함한 4대 보험료는 관련 규정에 따라 사측과 설계사 개인이 분담하는 구조다. 결국 조 단위에 달하는 막대한 전체 비용 중 상당수가 사업주 몫으로 귀결되는 셈이어서 업계의 고심이 깊다.

이러한 비용을 감당할 재정적 여력이 있는지도 관건으로 꼽힌다. 한 대형 GA 준법감시인은 "과거에는 근로자성을 주장하는 쪽이 증거를 대며 싸우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일단 근로자로 간주되니 사측이 반증을 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이 됐다"며 "현재 대형 GA들의 매출액 대비 준법경영비 한도는 3% 수준에 불과해 이 정도 재원 부담은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런 재정적 한계는 인력 구조조정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GA업계는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출퇴근 및 근태 관리가 비교적 엄격한 매니저 직군과 텔레마케팅(TM) 설계사 등부터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저성과 설계사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내다본다.

여기에 지난 1일부터 GA 소속 설계사에게까지 확대 적용된 판매수수료 상한 규제 '1200%룰', 2027년 시행 예정인 판매수수료 분급제 등 다른 규제까지 겹치면서 업계의 체감 부담은 한층 무거워지는 분위기다.

GA·보험사 "라이더와는 다르다"…정교한 입법 보완 촉구

이처럼 비용·규제 부담이 쌓여가는 가운데, 업계는 배달 라이더 판결을 보험설계사 직군에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함께 내놓는다. 플랫폼 알고리즘에 실시간 동선과 배차를 통제받는 라이더와 달리, 보험설계사는 자율적으로 스케줄을 짜서 움직이는 위임 계약 관계의 성격이 짙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언급한 GA업계 관계자는 "배달 라이더는 플랫폼의 직접적 통제 없이는 영업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보험설계사는 스스로 일정을 정해 움직이는 영업 패턴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차이를 근거로 현장에서는 계약서와 관리 방식을 정비해 대비하려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한 보험업계 준법감시인은 "현실적으로 실적을 독려하고 관리하지 않고서는 영업 조직을 운영할 수 없다"며 "일률적인 지시 금지보다는 대법원 판례가 인정하는 위임 계약 관계의 범위를 명확히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고액 연봉을 받는 고소득 설계사들의 경우, 독립 사업자 지위를 통해 누리던 3.3%의 사업소득세 혜택이 근로소득세로 전환되는 것을 원치 않아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며 현장의 복잡한 기류를 전했다.

이런 흐름 속에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보험대리점협회도 각각 입법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업계 특수성을 반영해 달라는 건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월 정기국회 앞두고 업계 시선 국회로

이러한 보험업계의 대비에도 불구하고, 배달 라이더 판결과 근로자 추정제 입법이 맞물리면서 보험 및 대형 GA업계는 소송 리스크 증가와 사회적 비용 확대라는 이중의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더라도 실제 근로자성 여부는 기존 대법원 판례상 판단 기준에 따라 개별적으로 가려지는 만큼, 제도 시행 자체가 곧바로 설계사 전원의 근로자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신중한 해석도 함께 제기된다.

따라서 결국 관건은 제도 설계의 정교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취약계층 보호라는 정책 취지가 산업 고유의 특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향후 국회 심사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와 법리적 특수성을 반영한 정교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법안 처리 시점이 다가올수록 업계의 눈은 9월 국회로 쏠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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