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역대급 성과에도 회사가 책임을 회피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올해의 호실적이 내년의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산업의 냉혹한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의문이다.
성과는 이미 하강 국면이다
2024년 순이익 13.23조원의 30%는 거의 4조원에 달하지만, 2025년 10.36조원의 30%는 약 3.1조원에 불과하다. 이미 1조원 가까운 여력이 사라졌다. 여기에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상여금 인상까지 더하면 총 인건비 증가 규모는 상당하다.
국내 생산 공장의 인건비는 이미 미국 남부 공장이나 중국 경쟁사보다 높다. 여기서 추가 인상은 가격 경쟁력을 직접적으로 갉아먹는다. 미국 UAW가 2023년 얻어낸 25% 인상도 4.5년에 걸친 단계적 인상이었고, 기본급과 성과급을 철저히 분리 관리했다. 도요타 노조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의 상여금(7.6개월분)을 받았지만, 기본급 인상은 월 2~2.8만엔 수준으로 신중하게 관리했다. 유연성과 기본급 통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선진 노사 관계의 모습이다.
국제 경쟁은 이미 가속화되고 있다
BYD 등 중국 기업들은 LFP 배터리 기준으로 한국 업체 대비 30~40% 원가 우위를 확보했다. 2025년 글로벌 EV 판매량은 2000만대 이상으로 예상되며, 이 중 중국산이 60% 이상을 차지한다. 현대차의 글로벌 EV 점유율은 3~4%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건비를 대폭 올리면 가격 경쟁력은 급락하고, 결국 시장 점유율 하락 → 고용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테슬라의 극한 자동화를 거부하면서 높은 임금을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국내 공장의 자동화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원가 경쟁력 약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데, 이를 더욱 악화시키는 선택이다.
독일 IG Metall(금속노조)은 BMW·메르세데스와 협상하면서 자동화를 막지 않는다. 대신 ‘자동화 수용 + 노동자 재교육·보상’이라는 현실적 프레임을 만든다. 현대차 노조도 “로봇 금지”에서 “로봇과 함께 노동자를 보호하는 방안”으로 전환해야 한다.
92.03% 찬성이 공허한 몸부림 될수도
노조원들의 간절함은 이해한다. 그러나 그 간절함이 현실을 외면한다면 공허한 몸부림이 될 뿐이다.
2009년 GM 파산과 최근 일본 자동차사들의 EV 전환 실패는 산업 패권이 한순간에 뒤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다. 좋은 임금은 회사의 생존과 성장 위에서만 가능하다.
노사 모두가 직시해야 할 현실은 명확하다. 인건비 인상은 단계적으로 해야 하며, 자동화는 거부할 것이 아니라 관리해야 한다. 2025년에 나타난 영업이익 19.5%, 순이익 21.7% 감소는 구조적 경고음이다. 투자자와의 균형, 미래 투자 여력을 무시하면 결국 모든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고용 불안과 임금 동결이다.
92.03%라는 강한 찬성표가, 타이태닉이 침몰하는데 더 좋은 선실을 요구하는 상황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은 “역대급 성과”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냉철한 현실 인식이 필요한 순간이다.
내일의 현대차를 위해 오늘의 과도한 욕심은 내려놓아야 할 때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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