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07.02(수)

글로벌 컨설팅 회사, 재벌가 ‘경영 사관학교’?

보스턴·맥킨지·베인앤드컴퍼니 선호 … 역량 쌓은 뒤 임원 컴백

안재후 CP

2025-07-02 10:28:15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남 최인근 씨가 최근 SK이노베이션E&S를 퇴사하고 3일 맥킨지앤드컴퍼니 서울 오피스에 입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재벌가 자녀들의 '경영수업 코스'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이직이 아닌, 국내 대기업 2·3세들 사이에서 굳어진 하나의 패턴을 보여주는 사례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를 거쳐 경영 역량을 쌓은 뒤 그룹 주요 임원으로 복귀하는 것이 재벌가의 전형적인 경로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그룹의 2·3세들이 선호하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는 크게 세 곳으로 압축된다. 맥킨지앤드컴퍼니,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베인앤드컴퍼니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회사는 업계에서 'MBB'라고 불리며 전략컨설팅 분야의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이들 회사를 거쳐간 재벌가 자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규모와 범위가 상당하다.
베인앤드컴퍼니 출신들

베인앤드컴퍼니는 재벌가 자녀들이 가장 많이 거쳐간 곳 중 하나다.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은 2015년 베인에서 컨설턴트로 2년간 근무한 뒤 2017년 SK바이오팜에 팀장으로 입사해 현재 부사장까지 올랐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1995년부터 베인앤드컴퍼니 서울 지사와 도쿄 지사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1998년 베인을 나와 효성 사내 컨설턴트를 맡기도 했던 그는 2000년 효성에 재입사해 다양한 분야를 거쳐 현재 부회장까지 승진했다.

서민정 아모레퍼시픽 담당과 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도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 역시 MIT 경영학 석사(MBA)를 거쳐 베인에서 근무한 뒤 2013년 아산나눔재단에 합류해 스타트업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출신들

BCG 출신도 만만치 않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스탠퍼드대 MBA를 거쳐 BCG에서 근무한 뒤 현대중공업그룹 경영에 참여해 친환경·디지털 전환 등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홍정국 BGF 부회장은 BCG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 6월 BGF리테일 경영혁신실 실장으로 입사한 뒤 등기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을 거쳐 2023년 부회장까지 초고속 승진을 기록했다. 그는 CU 편의점의 디지털화 및 신사업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BCG에서 약 4년간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이후 한솔케미칼에서 신사업 및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다. 박철완 금고석유화학 상무 역시 하버드대 MBA를 마치고 BCG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맥킨지 진출의 의미

최인근 씨의 맥킨지 입사는 여러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맥킨지는 전략컨설팅 업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와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회사로, '현대 전략컨설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빈 바워가 1940년대와 1950년대에 현재의 기틀을 다진 곳이다.

1995년생인 최인근 씨는 미국 브라운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2020년 SK이노베이션 E&S 전략기획팀 신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직 직전까지는 북미사업총괄 조직인 '패스키(Passkey)'에서 근무하며 에너지솔루션 사업에 참여했다.

왜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가?

재벌가 자녀들이 글로벌 컨설팅 회사를 선호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들 회사는 경영 전반을 압축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통로로 인식되고 있다.

다양한 산업과 미시·거시경제, 기술·마케팅 전반을 다루는 컨설팅 회사의 특성상 경영전략, 조직 운영,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단시간 내에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컨설팅 프로젝트 과정에서 재계 주요 인사들과 교류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진다.

무엇보다 대학 졸업 후 바로 그룹에 입사하는 데 따른 사회적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객관적인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글로벌 기업에서의 경험은 향후 그룹 경영 참여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새로운 경영 스타일의 등장

컨설팅 회사를 거쳐간 재벌가 2·3세들은 공통된 특징을 보인다. 이들은 선대와 달리 적극적인 인수합병, 계열사 매각, 디지털 전환, 글로벌 사업 확대 등에 주력하는 경영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숫자에 밝고 재무 중심의 경영을 선호하며, 그룹의 효율성 및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는 컨설팅 회사에서 익힌 분석적 사고와 전략적 접근법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홍정국 BGF 부회장의 CU 편의점 디지털화,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의 친환경 사업 추진,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의 구조조정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계와 과제

하지만 이러한 경향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를 제외하면 대체로 근무 기간이 길지 않아 경험 축적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재벌가 자녀들은 2-4년 정도의 짧은 기간만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글로벌 컨설팅 산업이 지정학적 불확실성, ESG 열기 둔화, 기술 변화 등의 장벽에 직면하면서 예전만큼의 '황금기'가 끝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8대 주요 컨설팅 기업의 성장세가 두 자릿 수에서 지난해 5%로 둔화됐다는 보고도 있다.

그룹 차원 전략적 선택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가 자녀들의 글로벌 컨설팅 회사 진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경력 쌓기를 넘어서 그룹 차원의 전략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최인근 씨의 맥킨지 입사는 이러한 트렌드가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는 최신 사례다. 향후 그가 맥킨지에서 어떤 경험을 쌓고, 언제 SK그룹으로 복귀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새로운 경영 철학을 선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는 이제 재벌가 자녀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 코스가 되어가고 있다. 이들이 그곳에서 배운 글로벌 스탠다드와 전략적 사고가 한국 기업들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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