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닛케이225 지수는 관세 충격이 본격화되기 전인 4월 2일 대비 13.3%나 급등하며 4만엔을 돌파해 약 11개월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기간 동안 일본의 펀더멘탈이 크게 개선된 것도 아닌데 주가만 이처럼 강한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한투자증권 오한비 애널리스트는 일본 증시 강세의 배경을 세 가지 핵심 요인으로 분석했다.
첫 번째는 글로벌 자금의 흐름 변화다. 연초 이후 해외 투자자금이 유럽 증시에 집중됐지만, 최근 들어 일본으로 이동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업종 구조상 일본이 미국과 더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메가캡 플랫폼과 반도체 중심이라면 일본은 반도체 장비와 정밀부품 비중이 높아 미국 기술주의 모멘텀을 그대로 따라가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유럽은 가치주 중심의 업종 구성으로 미국과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세 번째는 특정 섹터들의 강력한 모멘텀이다. 어드반테스트, 레이저텍 등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미국 기술주 강세와 직접 연결되며 급등했고, IT 서비스 분야에서는 NTT가 NTT Data를 공개매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이 섹터 전반으로 확산됐다. 게임엔터테인먼트 업종도 넥슨과 닌텐도를 중심으로 투자심리를 자극하며 상승 흐름을 이끌었다.
오한비 애널리스트는 "일본 증시는 사상 최고치 돌파를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4월 이후 실적 추정치가 상당 부분 하향 조정되면서 오히려 부담이 줄어든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본의 내수 회복 기대는 여전히 미약하고 성장 전망도 하향 일로에 있지만, 이미 이런 부정적 요인들이 충분히 반영됐다는 의미다.
향후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포트폴리오에 비미국 자산 편입이 강제되는 상황이라면 유럽보다는 일본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미국과의 연계성이 높은 닛케이225를 TOPIX 대비 선호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 지수 전체보다는 업종별 접근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다. 7월 9일 관세 이슈를 앞두고 철강, 제약바이오, 특히 일본 증시에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종은 관세 우려가 완화된 이후 반등 폭도 컸던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반면 소프트웨어와 게임을 비롯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섹터는 해외매출 비중이 낮아 이런 변동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증시는 펀더멘탈 개선 없이도 수급과 섹터 모멘텀만으로 사상 최고치 돌파를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기술주와의 연계성을 고려할 때 유럽 대비 상대적 매력도가 높다"는 것이 오한비 애널리스트의 핵심 진단이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