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묘연 변호사
특가법상 도주치상죄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벗어날 경우 성립한다. 핵심은 ‘도주의 고의’와 ‘피해 발생에 대한 인식’이다. 재판부는 단순히 사고 현장을 떠났다는 사실만 보지 않는다. 사고 당시 충격의 정도, 차량 파손 상태, 블랙박스 영상, CCTV, 운행기록장치(DTG) 등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운전자가 인적 피해를 인지할 수 있었는지, 신원 제공과 구호 조치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최근 판결 경향을 보면, 피해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구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피해자가 겉으로 멀쩡해 보였거나 “괜찮다”고 말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 법은 피해자의 의사보다 운전자의 조치 여부를 우선적으로 본다. 특히 음주 사실을 숨기기 위해 현장을 이탈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양형에 중대한 불이익이 발생한다.
겨울철 블랙아이스 등 도로 결빙으로 인한 경미한 접촉사고에서도 뺑소니 혐의가 문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순간적인 당황으로 자리를 벗어났다가 뒤늦게 신고가 접수되면, 운전자의 주관적 변명과 달리 객관적 데이터가 수사 방향을 결정짓는다. “사고가 난 줄 몰랐다”는 주장은 차량 손상 정도나 충격음, 사고 직후의 행적이 드러나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법률사무소 집현전 김묘연 변호사는 “뺑소니 사건에서 재판부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사고 직후의 행동”이라며 “현장을 떠난 시간 간격, 자진 신고 여부, 피해자와의 즉각적인 합의 노력 등 객관적 사정이 형량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 조사 단계에서의 진술이 사건의 틀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 감정적 해명보다 당시 상황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무상 뺑소니 사건은 단순 교통사고와 달리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검토되는 중대 범죄다. 특히 음주운전이 결합된 경우 사건은 음주운전뺑소니 구조로 전환되며 처벌 수위가 급격히 높아진다. 수사기관은 사고 전후 동선을 면밀히 재구성해 도주의 고의를 추적하고, 재판에서는 반성 여부와 피해 회복 노력이 함께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사고 이후의 ‘첫 선택’이 법적 결과를 좌우한다고 말한다. 현장을 지키며 신고하고 구호 조치를 다했다면 사안의 성격은 달라질 수 있지만, 이탈이 인정되는 순간 사건은 특가법 적용 대상으로 격상된다. 이미 수사가 진행 중이라면 초기 대응에서의 전략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뺑소니 혐의는 단순 변명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사고 당시의 인지 가능성, 도주 의사 유무, 사후 조치의 적절성 등을 법리적으로 분석하고 객관적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 교통범죄 실무 경험이 축적된 법률적 조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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