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강천규 변호사
실제로 성범죄 무고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모든 ‘무죄 판결’이 곧바로 무고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고는 성폭력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이며, 성립을 위해서는 훨씬 더 엄격한 요건이 요구된다.
우리 형법은 무고죄를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고소·고발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신고 내용이 객관적으로 허위여야 하고, 둘째, 고소인이 그 허위를 인식하면서도 상대방을 처벌받게 하려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수사 과정에서 증거가 부족해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지거나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무고로 단정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간·강제추행 사건은 특성상 목격자나 물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진술의 신빙성이 핵심 쟁점이 되는 사례가 많다. 이 과정에서 판결문에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거나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표현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사건이 허위라는 의미라기보다,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엄격한 증명 기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취지에 가깝다. 따라서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피해자를 무고 혐의로 처벌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강간무고가 인정되는 전형적인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무고 사례로는, 실제로는 합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였음에도 상대방을 압박하거나 보복할 목적으로 “강제로 당했다”고 허위 신고한 경우가 있다. 또한 성관계 자체가 없었음에도 메시지를 조작하거나 허위 진술을 통해 상대를 성범죄자로 몰아가려 한 사례도 포함된다. 이 밖에 금전 요구나 관계 회복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소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허위 내용을 반복 신고한 경우 역시 무고죄 성립이 문제될 수 있다.
이때 수사·재판 과정에서 남겨진 메시지, 주변 진술, 행적·CCTV, 당시 태도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돼 “허위임을 알면서도 고소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
실무에서는 피고인이 무죄 판결을 받자마자 곧바로 무고로 맞고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전략적으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단순히 무죄가 선고됐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무고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먼저 성범죄 사건 자체가 무혐의나 무죄로 확정되는 것이 우선이다. 이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진술의 구체적 모순, 객관적 자료와의 불일치, 허위로 볼 수 있는 정황 등이 충분히 쌓였을 때 비로소 무고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다. 반대로 피해를 주장한 측에서도, 결과적으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무고 혐의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강천규 대표변호사는 “강간무고는 단순히 ‘무죄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성립하는 범죄가 아니라, 신고 내용이 허위라는 점과 그 허위를 알고 있었다는 점까지 함께 입증해야 하는 어려운 구조”라며 “성폭력 사건의 피고인 입장에서는 수사·재판 단계에서 이미 드러난 자료를 정밀하게 분석해 무고 가능성을 신중히 따져야 하고, 피해자 입장에서는 사실에 기초한 일관된 진술과 증거 확보를 통해 ‘허위 고소’라는 2차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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