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학생과 단골들의 입을 모아 ‘모퉁이의 진리는 참치주먹밥’이라는 명제를 탄생시키기까지, 그 조그만 주먹밥 한 알에는 나의 수많은 실패와 관점의 변화, 그리고 치열한 연구가 담겨 있다.
단순히 밥에 참치를 비벼 파는 수준을 넘어, 하나의 ‘요리’이자 ‘대박 비즈니스’로 완성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한다.
뻔한 손맛 대신 선택한 창의적 ‘매쉬업(Mash-up)’
아티스트들이 서로 다른 곡을 섞어 새로운 명곡을 만들어내듯, 나 역시 익숙한 재료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융합하는 ‘매쉬업’에 집중했다.
처음 일본 식당 주방 보조 시절 배운 참치 오니기리는 늘 무언가 아쉬웠다. 덩치 큰 일본인 주방장에게 배합법을 물어봐도 "마요네즈를 큰 손으로 일곱 번 푹 퍼 넣고 조물조물 버무려라" 같은 애매한 답변뿐이었다. 왜소한 내 손 크기로는 도저히 그 맛을 재현하기 불가능했다.
그 애매한 빈 공간을 채워준 것은 뜻밖에도 대학 시절 동기가 만들어 준 '술안주'의 기억이었다.
참치의 느끼함을 잡으려고 양파를 썰어 넣었다던 친구의 말에 유레카를 외쳤다. 참치 1kg에 양파 4개를 갈아 넣는 순간, 아삭한 식감과 깔끔한 풍미가 폭발하는 황금 배합이 탄생했다. 여기에 믹서기를 활용해 단 세 번만 끊어 치는 조리 혁신으로, 투박한 손맛이 아닌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맛'을 완성했다.
이산가족 맨밥은 가라, 한국인을 위한 ‘참치범벅’
나는 한국인의 정서에 주목했다. 밥과 반찬의 조화를 중시하고 풍성함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감질나는 양은 맞지 않았다.
"카도의 주먹밥은 무조건 참치 범벅이어야 한다."
모양만 예쁜 주먹밥 대신, 한 입 베어 물자마자 참치마요가 입안 가득 터져 나오는 진짜 범벅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첫 입에 감탄하며 "아저씨 짱!"을 외쳤고, 이 아낌없는 재료 투자와 푸짐함은 카도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철학이 되었다.
소금 봉지를 통째로 쏟은 ‘실수’가 만든 대박의 기적
나의 매쉬업은 주먹밥의 단짝, '면 요리'에서 정점을 찍었다. 주먹밥을 쪼개 먹는 여학생들이 굵은 우동 면을 끊어 먹느라 쩔쩔매는 모습이 안타까워, 과감하게 우동 면을 가늘고 쫄깃한 스파게티 면으로 교체했다.
이때 대박을 터트린 면의 비법은 기가 막히게도 '최악의 실수'에서 나왔다. 과거 아내에게 스파게티를 만들어 주려다 소금 봉지 귀퉁이가 터져 끓는 통에 소금이 통째로 쏟아진 적이 있었다. 비싼 면이 아까워 우왕좌왕하다가 삶는 시간도 원래보다 훨씬 오버된 12분이나 지나버렸다.
'완전히 망했다' 싶어 버리려던 불어 터진 짠 면을 혹시 몰라 입에 한 가닥 넣었는데, 웬걸? 뱉기는커녕 감탄이 나왔다. 건조가 잘 된 이태리 면이 포화 상태의 소금물에서 12분간 푹 삶아지니, 면 속까지 간이 기가 막히게 배고 우동처럼 부들부들하면서도 극강의 쫄깃함을 자랑하는 '신비의 면'이 된 것이다.
마진 90%의 비즈니스로 전환되다
만약 내가 그때 소금이 쏟아지고 불어 터진 면을 짜고 망했다며 하수구에 바로 던져버렸다면 어땠을까? 스파게티 면을 우동처럼 응용하겠다는 생각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 발상의 전환은 대성공이었다. 우동 면에 비해 대량 구매 단가가 훨씬 저렴했던 스파게티 면 덕분에, 한 그릇당 재료비를 300원 이하로 뚝 떨어뜨릴 수 있었다. 3,000원짜리 주먹밥·면 세트를 팔면 무려 마진이 90%에 육박하는 기적의 경제적 효과를 낳았다.
타악을 전공하는 내 아들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버지, 악기는 머리로 묵상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연주하는 거예요."
비즈니스도 똑같다.
생각과 행동 사이의 오차에서 실수는 필연적으로 생긴다. 하지만 실수가 무서워 머리만 굴렸다면 카도의 참치범벅도, 마진 90%의 스파게티 면도 없었을 것이다.
몸으로 부딪쳐 얻은 실패의 결과물을 나만의 창의적인 자산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카도가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진짜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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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현수]
현)빅컬쳐엔터테인먼트회장
WB 글로벌 F&B 그룹회장
STN TV 예능부문 대표
전)중앙대학 아트센터 예술감독
동아일보 동아콩쿨 자문위원
다큐서울 프로듀서
국내최초 1995년 삼각주먹밥 카도 프랜차이즈 창시자
[석현수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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