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과 박 대표가 지난해 11월 이사회 결의도 없이 고려아연이 보유 중이던 (주)한화 주식 5,436,380주(발행주식총수의 7.25%)를 저가로 처분함으로써 고려아연에 손해를 입힌 데 따른 주주권리 행사 일환이다.
한국투자홀딩스는 한달여 전 고려아연 감사위원회에 대해 (주)한화 주식 저가 처분의 경위를 면밀히 조사하고 최 회장 등 손해 발생에 책임있는 자들에게 배상 청구를 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같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한 달이 넘도록 회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대주주가 직접 행동에 나서게 된 것이다.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MBK 파트너스가 설립한 고려아연 투자목적회사다.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마땅히 프리미엄을 받아야 할 (주)한화 주식을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대표가 독단적으로 헐값에 처분해 고려아연은 물론 주주들에게 큰 재산적 손해를 끼쳤다”면서 “최 회장은 이같은 손해를 잘 알면서도 당시 경영권 박탈 위기에 몰리자 고려아연 주요주주인 한화 계열사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모든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고려아연의 대주주로서 회사의 피해 회복을 위해 주주대표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2022년 11월 23일 (주)한화와의 사업제휴를 명목으로 양사의 이사회 결의를 거쳐 상호주 보유 명분으로 (주)한화 자기주식 5,436,380주(7.25%)를 주당 2만8850원에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취득했다. 그런데,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대표는,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2024년 11월 6일 처분제한 기간(3년)이 1년이나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화그룹 3세들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한화에너지에 2022년 당시 매수 가격보다 3% 낮은 주당 2만7950원에 (주)한화 주식을 매도해 취득원가 대비로도 약 50억원의 손해를 봤다. 이러한 처분은 고려아연의 주요주주인 한화그룹으로부터 최윤범 회장에 대한 지원을 확고히 받고자 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해당 주식 거래가 있기 불과 4개월 전 한화그룹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프리미엄을 붙여가며 주당 3만원에 (주)한화 주식 600만주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했으나, 해당 공개매수에 고려아연은 참여하지 않았다. 한화에너지의 (주)한화 공개매수에 고려아연이 응했다면 약 110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고려아연의 기회손실(Opportunity Loss)은 이보다 컸다. 한화에너지로선 그룹 승계를 위해 중요한 주식을 예상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확보한 것이지만, 고려아연 입장에선 비싸게 받을 수 있는 자산을 손해 보고 처분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대표의 한화 주식 헐값 매각으로 인해, 한화에너지의 (주)한화 지분은 기존 14.9%에서 22.16%로 올라가게 됐고, 한화에너지를 포함한 그룹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의 ㈜한화 지분율은 55.83%로 과반을 넘어서게 돼 한화그룹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한국기업투자홀딩스 관계자는 “(주)한화가 상호주로 취득한 고려아연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고려아연이 (주)한화 주식을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었다면, 고려아연은 9일 현재 1307억원의 평가 이익을 볼 수 있었지만, 최윤범 회장이 처분제한 기간 중임에도 이를 급히 매각함으로써 회사에 피해를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대표가 처분한 주당 2만7950원에 한화에너지가 (주)한화 공개매수 때 적용했던 할증률 12.92%를 적용한 차액 만큼은 손해배상으로 우선 청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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