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적분할의 핵심은 한화가 오랜 시간 안고 있던 '복합기업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복합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동일한 실적을 올리는 순수 산업 기업들에 비해 저평가되는 현상을 말한다. 한화의 경우 장기적인 성장 전략이 필요한 방산·조선·해양·에너지·금융 사업군과 유연하고 민첩한 대응이 필요한 기계·서비스 사업군이 하나로 묶여 있어 전략 속도와 방향 불일치, 포트폴리오 균형 관리의 어려움, 효율적 자본 배분의 제약 등 여러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었다.
뚜렷한 사업 특성에 따른 분할 구조
인적분할 이후의 사업 구조는 매우 명확하다. 한화비전·한화모멘텀·한화세미텍·한화로보틱스 등 테크 분야 계열사와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아워홈 등 라이프 분야 계열사는 신설법인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에 편입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솔루션·한화생명 등은 존속법인에 남아 방산과 조선·해양, 에너지, 금융 사업에 집중하게 된다.
신설지주의 성장 전략은 '피지컬 AI' 중심
신설되는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는 독립적 지주 체계에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자본 투자를 통해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특히 테크 부문과 라이프 부문의 전략적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 F&B와 리테일 영역에서 '피지컬(Physical) AI' 솔루션 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세 가지 핵심 영역을 선정했다. 첫째는 'AI 기술, 로봇, 자동화 설비를 활용하는 스마트 F&B'이고, 둘째는 '스마트 관제 시스템 등 고객 응대에 첨단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호스피탈리티', 셋째는 '지능형 물류 체계인 스마트 로지스틱스'다.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는 이 세 영역에서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존속법인이 되는 ㈜한화는 방산·조선·해양·에너지·금융 분야에 집중해 사업 전문성을 극대화하고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정책적 민감도가 높은 사업 특성을 고려해 리스크 대응 역량을 높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 전략과 투자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선례를 통해 본 시가총액 증대 가능성
한화는 이번 인적분할의 효과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이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례를 인용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9월 1일 비(非)방산 사업군을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현 한화비전)로 인적분할했는데, 분할 결의 직전 대비 분할 3개월 후 시가총액(분할된 2개 회사 합산)이 35% 상승했다. 최근 5년간 삼성바이오로직스, SK디앤디, 이수화학, 에코프로 등 다른 기업의 인적분할 사례를 보더라도 대부분 분할 이후 시가총액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화의 인적분할 발표 뉴스가 나간 14일, 신설법인에 편입될 한화갤러리아는 전 거래일 대비 273원(21.88%) 오른 1521원에서 거래되었다. 라이프 사업이 독립적 지주 체제에서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장의 평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주주환원 정책의 동반으로 신뢰성 강화
인적분할과 함께 한화는 포괄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추진 중이다. 임직원 성과보상분(RSU)을 제외한 보통주 445만주를 소각할 계획이다. 이는 전체 보통주의 5.9%에 해당하며, 1월 13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 약 4562억원 규모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자사주 소각이다.
자사주 소각이 중요한 이유는 지배구조 투명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한화는 인적분할과 자사주 소각을 병행함으로써 '자사주의 마법'이라 불리는 지배구조 투명화 역행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배당 정책도 강화한다. 최소 주당 배당금(DPS)을 기존 보통주 기준 800원에서 1000원으로 25% 상향 설정했다. 한화 관계자는 "향후 자회사 성장 상황 등을 고려해 추가적인 배당 확대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2025년 우선주 상장폐지 당시 공시했던 소액주주 보호 방안에 따라 현재 남아있는 구형 우선주 19만9033주 전량을 장외매수 방식으로 취득해 소각할 예정이다.
지배구조 선진화로 투명경영 강화
한화는 이번 인적분할을 기점으로 지배구조의 선진화에도 나섰다. 구체적으로는 독립적 감사지원부서 설치,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 마련 및 운영, 배당정책 및 실시 계획의 연1회 이상 공고, 현금 배당 예측 가능성 제고, 주주제안 절차의 홈페이지 안내 강화 등을 추진한다.
한화 관계자는 "인적분할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계획의 발표를 계기로 매출 성장성 제고, 주주환원 확대 등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핵심 관리 지표로 설정하고 주주 및 투자자들과의 신뢰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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