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주목할 부분은 철강·건설·이차전지·디지털 등 포스코의 4대 사업 축을 담당할 CEO들이 거의 동시에 교체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재무나 전략 분야 경험자를 주로 등용해왔으나, 당시 인사에서는 각 사업부의 현장 경험자들을 리더로 발탁했다. 회사측은 "과감한 세대교체를 통해 불확실한 경영 여건을 돌파하고 소재 분야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인사 규모도 이례적이었다. 임원 규모가 전년 대비 15%가 축소되었고, 1963년생 이전 임원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2024년 92명이 승진한 것에 비해 2025년도 승진 규모는 62명으로 30% 이상 줄었다. 정량적 규모 축소와 함께 질적 개선을 동시에 추진한 것이다.
포스코 사장 이희근: '선강 부문의 안전 전문가'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이희근(1962년생)은 교체된 경영진 중에서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다. 2024년까지만 해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2024년 11월, 특별 조직인 '설비강건화TF팀' 팀장으로 복귀했고 불과 두 달 뒤 사장으로 승진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전북대학교 금속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철강 전문가다. 2018년부터 포항제철소 선강담당 부소장을 맡아 선강 분야 핵심 기술력을 보유했으며, 2021년부터 2년간 포스코엠텍 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2023년 안전환경본부장으로 복귀했고, 2016년부터 스마트 고로 기술 개발에 참여하는 등 제철소 현장 기술 고도화에 지속적으로 기여해왔다.
포스코 사장으로 선강과 안전 전문가를 낙점한 배경은 명확하다. 2024년 11월 포항제철소 제3파이넥스공장에서 연달아 화재가 발생한 사고가 직접적인 계기였다. 장인화 회장은 이 사건을 계기로 설비강건화TF팀을 신설하는 특명을 내렸고, 이 사장은 실행력을 인정받아 이 팀의 책임자가 되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선강 분야와 안전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로 설비강건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 사장이 주목하고 있는 과제는 비수익사업 구조조정과 사업 경쟁력 강화다. 보건·안전·환경(HSE) 기능을 사장 직속으로 이관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으며, 설비강건화TF팀에 이어 '고로안정화TF팀'을 신설해 철강 조업 안정화를 최우선으로 삼았다.
홀딩스 이주태 사장: 성장전략 짜는 재무·전략 전문가
![[C-레벨 탐구 ⑥ 포스코그룹] 철강·건설·이차전지·디지털 4개축 리더십 구축](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22513204804856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이주태 사장(1964년생)은 경북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후 포스코에 입사해 재무 및 전략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2018년 홍콩 주재 포스코-아시아(POSCO-Asia) 법인장을 거쳐, 2019년 경영전략실장, 2021년 구매투자본부장, 2023년 경영기획본부장(사내이사)을 역임했다. 2024년부터 포스코홀딩스의 경영전략팀장으로 발탁되었고, 2025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미래전략본부장 겸 대표이사 사장으로 정식 임명됐다.
이 사장의 임무는 포스코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을 총괄하는 것이다. 특히 2차전지 소재 사업으로의 구조 재편, 리튬·니켈·흑연 등 원료 공급망 구축, 현대차그룹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가 주요 과제다. 포스코그룹은 북미 리튬 공급망 구축에 나서 미국 유타주 내 부지를 확보하고 염수 리튬 추출 기술 검증을 위한 데모 플랜트를 건설 중이다. 포스코아르헨티나, 포스코리튬솔루션,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등이 총괄하는 리튬 투자도 진행 중이며, 현재 램프업(생산능력 증가) 단계에 있다.
이유경 포스코홀딩스 경영지원팀장이 포스코그룹 최초 여성 부사장으로 승진해 포스코 구매투자본부장으로 발령난 것도 주목할만한 인사다. 이유경은 포스코그룹 최초로 여성 사업회사(엔투비) 대표를 역임했으며,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포스코에 입사하여 2015년부터 원료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8년 설비자재구매실장, 2021년 엔투비 대표를 거쳐 2024년 포스코홀딩스 경영지원팀장으로 승진했다.
포스코이앤씨 정희민 사장: 주요 프로젝트와 함께한 건축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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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이앤씨 신임 대표이사 사장 정희민(1964년생)은 순수 건설 분야 전문가의 복귀를 상징한다. 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동아건설에서 건설업에 첫 발을 디딘 후, 2002년 포스코이앤씨(당시 포스코건설)로 옮겨왔다.
정 사장의 경력은 포스코이앤씨의 주요 프로젝트와 궤를 같이 한다. 2015년 포스코이앤씨 건축사업본부에 입사하여 건축사업실 LCT사업단장으로 부산 엘씨티(롯데타운) 101층 초고층 건물을 준공하는 데 기여했다. 2020년 건축사업실장, 2021년 건축사업본부장을 거쳐 2024년 12월 건축사업본부장에서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정 사장은 이력은 전임 사장과 궤를 달리한다.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전중선 전 사장(2024년 2월부터 근무)은 포스코와 포스코홀딩스 대표를 지낸 재무 전문가로 건설분야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포스코이앤씨가 CEO교체를 통해 건설사업으로 전략적 복귀를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정 사장의 주요 과제는 사업 구조 강화다. 2025년 정기 조직개편에서 발전·화공 분야 수주 및 사업 기능 통합을 위해 '그린에너지영업실'과 '사업실'을 '에너지사업실'로 통합했다. 또한 핵심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강화와 수주·시공 프로세스 고도화를 담당하는 '사업구조혁신TF'를 신설했다. 이는 건설 경기 불황 속에서도 수익성 있는 핵심 사업으로의 집중을 의미한다.
포스코퓨처엠 엄기천 사장: '글로벌 톱3 배터리 소재 기업'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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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퓨처엠의 신임 대표이사 사장 엄기천(1966년생)은 성균관대학교 기계설계학과 졸업 후 포스코에 입사한 철강 본업 출신의 이차전지 소재 전문가다. 2015년부터 포스코 신사업관리실 PosLX사업추진반 팀장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에 입문했고, 2016년 POSCO-CSPC(소주) 법인장, 2019년 POSCO SS VINA(베트남) 법인장, 2020년 POSCO YAMATO VINA 법인장을 거쳤다. 2021년부터 포스코 철강기획실장, 2022년 마케팅전략실장을 역임한 후, 2024년부터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사업부장을 맡았다.
포스코퓨처엠은 2019년부터 민경준 사장이 4년간 재직한 이후 김준형, 유병옥 사장이 차례로 부임했지만 모두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교체됐다. 엄 사장은 2024년 12월 23일 신임 사장으로 내정되었고, 2025년 3월 24일 제5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정식으로 대표이사로 선임되었다.
엄 사장이 취임 직후 발표한 경영 목표는 원대했다. "2027년까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고 글로벌 톱3 이차전지 소재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2027년 매출 목표는 7조4000억원 이상으로 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포스코퓨처엠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기회로 삼아 설비 강건화로 생산성을 30% 높이고, 공정기술 개발을 통해 초격차 제조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엄 사장이 강조하는 포스코퓨처엠의 경쟁 우위는 원료 공급망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이후 배터리 공급망 '탈(脫) 중국' 현실화로 그룹 차원의 리튬·니켈·흑연 등 원료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퓨처엠의 강점이 부각되며, 완성차 제조사(OEM)들의 공급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퓨처엠은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리튬망간리치(LMR) 양극재, 울트라하이니켈(Ultra Hi-Ni) 단결정 양극재, 저팽창 천연흑연 음극재, 실리콘 음극재 등의 차세대 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포스코DX 사장 심민석: 'AI와 로봇' 플랫폼 확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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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DX의 대표이사 사장 심민석(1968년생)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분야의 전문가다. 인하대학교 전기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8년 포스코 정보기획실 정보기획그룹장, 2021년 포스코ICT 스마트 EIC사업실장 및 포항 EIC사업실장, 2023년 포스코 디지털혁신실장을 역임했다. 2024년 12월 23일 포스코DX의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되었고, 2025년 1월 2일부터 정식 취임했다.
심 사장이 포스코DX를 이끌게 된 것은 포스코DX가 2021년 1월 정덕균 대표 취임 이후 약 3년 만에 이루는 대표 교체로, 회사의 디지털 혁신과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심 사장은 2025년 1월 취임 당시 "포스코DX가 강점을 가진 IT, OT에 이어 AI와 로봇을 적극 융합하는 지능형 공장은 제조 현장에 국한된 무인화·지능화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 전체를 바꾸는 것을 지향한다"고 경영 비전을 제시했다.
그룹 경영철학이 반영된 C레벨 임원인사
결론적으로 2024년 연말 실시된 포스코그룹 C레벨 임원 인사는 단순 교체 인사를 넘어 그룹의 경영철학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첫째, 재무·전략 분야 중심 경영진 구성에서 각 사업부 현장 전문가로 교체됐다. 철강, 건설, 이차전지 등 주요 사업 분야 신임 CEO들이 해당 분야 경험자들이라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둘째, 과감하게 세대 교체를 단행했다. 1963년 이전 출생 임원들을 물러나게 하고, 1970년대 후반 임원 4명을 사업회사 대표로 발탁(박승대 포스코휴먼스 사장, 오개희 포스코HY클린메탈 사장, 박부현 포스코IH 사장, 이재우 포스코실리콘솔루션 사장)한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셋째, 여성 임원을 대거 등용했다. 포스코그룹 최초 여성 부사장인 이유경과 함께 5명의 여성 임원이 신규 선임되어, 신규 임원 45명 중 11%를 차지했다. 포스코 진영주 환경에너지기획실장(상무), 포스코 이지은 강건재가전마케팅실장(상무), 포스코이앤씨 안미선 구매계약실장(상무), 포스코 박성은 인사문화실장(상무), 포스코엠텍 방미정 상근감사(상무) 등이 신규 선임되었다.
넷째, 과감한 조직 슬림화다. 임원 규모 15% 축소, 승진 규모 30% 이상 축소는 조직의 효율성 강화를 의미한다. 포스코그룹은 이를 통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각 사업회사의 자율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장인화 회장은 2024년 회장 취임 이후 첫 정기 임원인사에서 '실행 중심' 세대 교체를 완성했다. 포스코가 직면한 철강 업황 악화, 이차전지 소재 시장의 경쟁 심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외부 도전 속에서, 신임 경영진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즉각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받고 있다. 포스코그룹이 '글로벌 소재 초일류 기업'이라는 비전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이들 신임 경영진들의 실행력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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