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글로벌, 한화엔진, 한화파워시스템, 한화호텔&리조트 등 4개 계열사 신임 대표 5명 중 2명이 한화오션 출신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들이 그룹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투입된 것이다.
2024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 이후 단 1년 만에 재무구조를 정상화시킨 김희철 대표의 사례처럼, 한화가 원하는 경영진은 이념적 구호가 아닌 현장에서 구체적 성과를 내는 인물들이다. 김동관 부회장이 우주·방산·해양·에너지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주도했다면, 이들 신임 대표들은 그것을 실제로 구현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전술가이자 실행가인 셈이다.

류두형 ㈜한화 대표이사
류두형 한화글로벌 대표, 에너지 밸류체인 통합자로 귀환
한화오션 경영기획실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그는 보드진에서 제외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필라델피아 조선소 인수를 주도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양사업부를 맡고 있었던 필립 레비 대표의 해외사업 역량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로 그는 금의환양 했다. 제조·에너지 분야 글로벌 사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화글로벌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한화글로벌은 현재 산업용 화약, 초안(爆藥), 전자 뇌관 등을 장기 공급 계약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40만 톤 규모의 질산 플랜트 상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이 플랜트 완공이 반복적으로 지연되면서 고객사와 시장의 신뢰가 크게 저하된 상황이다.
또한 2023년 4분기 이후 영업이익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그룹 내 '집중 관리' 대상이 됐다. 류 대표 맡은 과제는 에너지 산업에 대한 과거 경험을 한화글로벌에 적용하고, 계획한 사업을 확장시켜나가는 것이다.

김종서 한화엔진 대표
김종서 한화엔진 대표, 해양·방산 벨트의 수익화 주역
김종서 한화엔진 대표는 한화토탈 대표, 한화오션 상선사업부장 등을 거친 '상선 전문가'다. 2023년부터 한화오션 상선사업부장을 맡아온 그는 LNG선과 친환경 선박 엔진 분야에서 구체적 성과를 내왔다. 한화오션의 상선 사업부는 고마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고, 2024년에는 상선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92% 증가한 1조 1,200억 원을 기록했다.
김 대표가 한화엔진 대표로 발탁된 배경에는 그룹 차원에서 해양과 방산을 잇는 벨트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다. 한화엔진은 해양 선박 엔진에서 시작해 방위사업 분야 엔진까지 아우르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김 대표가 쌓아온 LNG·친환경 선박 엔진 경험은 이 분야를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재편하는 데 핵심이 될 전망이다. 그의 취임은 단순히 계열사 경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방산 기업으로서 한화가 추진하는 친환경·저탄소 해양 전략과 방위산업의 신기술 영역을 연결하는 전략적 결합을 이루겠다는 신호다.

여승주 한화그릅 경영지원실장
여승주 부회장, 그룹 경영지원실장으로 '3세 체제' 설계 중심축
여승주 부회장은 한화그룹이 경영 승계 구도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이다. 1960년생으로 올해 64세인 그는 1985년 경인에너지 입사 이후 한화생명 전략기획실장,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전략팀장, 한화투자증권 대표, 한화생명 사업총괄 등을 거쳐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한화생명 대표를 역임했다.
지난해 6월 한화생명에서 그룹을 실질적으로 컨트롤하는 경영지원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재무통이자 전략통으로 평가받는 그가 김승연 회장을 직접 보좌하는 자리로 옮긴 것은 그룹의 3세 경영권 승계 프로세스가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여 부회장이 김동관 부회장(장남)과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차남)의 경영 멘토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여 부회장의 역할을 고(故) 이건희 회장 시절 삼성의 2인자였던 이학수 전 부회장과 비교한다. 마찬가지로 여 부회장도 오랜 기간 안정적인 재무 관리와 전략기획을 담당하며 그룹의 성장 기반을 다져왔기 때문이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흑자 전환' 성공 사례를 한화오션으로 확대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는 한화토탈, 한화종합화학, 한화큐셀, 한화에너지 등 에너지 분야 주요 계열사 대표를 역임한 '에너지 밸류체인 통합 경영자'다. 2024년 8월 한화오션 대표로 취임한 그는 단 1년 만에 회사의 재무 구조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2023년 4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룬 한화오션이 2024년에는 연결 기준 매출 10조 7,760억 원, 영업이익 2,379억 원을 기록했다. 2025년 실적 발표에서는 더욱 인상적이었다. 연결 기준 매출 12조 6,884억 원(전년 대비 17.7% 증가), 영업이익 1조 1,091억 원(전년 대비 366.2% 증가)을 달성한 것이다. 특히 상선 사업부 영업이익이 1조 1,2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92% 증가한 점은 김 대표가 단순한 '매출 기반' 경영이 아닌 '수익성 우선' 전략을 얼마나 철저히 구현하는지 보여준다.
한화오션이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 인수를 통해 북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김 대표는 약 6,000억 원을 투자해 2027년까지 길이 480m, 부양 능력 18만 톤 규모의 부유식 도크를 새로 도입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또한 6,500톤급 초대형 해상 크레인 신규 설치로 건조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려고 한다. 이는 단순한 설비 확충이 아니라, 한화오션을 '글로벌 오션 솔루션 제공업체(Global Ocean Solution Provider)'로 거듭나게 하는 중장기 전략의 일부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방산 통합 주도하는 리더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한화시스템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인물로, 한화그룹의 방산 계열사를 통합 관리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 레이다·전자전·전투체계 분야를 두루 거친 '방산 전자 전문가'로 꼽힌다.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과 사업을 동시에 이해하는 실무형 리더십을 갖춘 경영자로 꼽힌다.
손 대표 취임 이후 한화시스템의 구조는 획기적으로 변화했다. 기존 방산 전자 중심 사업에서 레이다·위성통신·인공지능(AI)을 아우르는 체계 통합 모델로 전환된 것이다. 2025년도 연결 기준 매출 3조 6,000억 원대를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3조 원대를 돌파했다. 폴란드 K2 전차 사격통제시스템, 중동 지역 다기능 레이다, 국내 차기 레이다 양산 사업 등이 외형 성장을 주도했고, 해외 매출 비중도 빠르게 증가했다.
손재일 대표의 특징은 동반성장 전략에 있다. 2026년 70여 개 협력사와 함께 '동반성장데이'를 개최한 그는 단가 중심 관계가 아닌 기술 파트너십으로 협력 구조를 바꾸겠다는 메시지를 직접 전달했다. 방산 전자 부품 국산화율 제고,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공동 연구개발 확대, 글로벌 인증 취득 지원 등 구체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히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을 계기로 현지 기업들과 '20년짜리 파트너십'을 구축했으며, 이를 AI 기술 협력까지 확장했다.

권혁웅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이경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
권혁웅·이경근 한화생명 각자대표, '금융 혁신+현장 영업' 투톱
여승주 부회장이 경영지원실장으로 옮겨가면서 한화생명은 권혁웅·이경근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권혁웅 전 한화오션 부회장은 KAIST 박사 출신의 엔지니어 경영인으로, 한화에너지·한화토탈에너지스·한화오션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대표를 거쳤다. 약 40년간 에너지·산업 부문에서 경험을 쌓아온 그는 AI 기반 보험 혁신과 사업 영역 확대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경근 사장은 보험영업 현장에 정통한 실무형 경영인이다. 한화생명 기획실장·보험부문장 등을 거쳤으며, 2022년 11월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에 취임한 이후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키고 법인모집대리점(GA) 업계 1위로 성장시켰다. 그의 가장 큰 성과는 보험 영업 현장의 경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조직 운영이다.
권 대표와 이 대표의 투톱 체제는 한화생명의 미래 방향을 명확히 한다. 디지털 전환과 AI 혁신(권 대표)을 이루면서 동시에 현장 영업과 고객 기반 강화(이 대표)를 추진하는 균형잡힌 경영 구조가 작동한다는 뜻이다.
실행의 시대로 진입한 한화그룹
2025년 후반 한화그룹의 임원진 교체는 단순한 보직 이동이 아니다. 경영권 승계의 기초를 다진 2세 김승연 회장 체제에서 3세 김동관 중심의 실행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이며, 동시에 검증된 실무형 경영진들을 그룹 전체로 배치하는 전략적 포석이다.
한화글로벌의 류두형, 한화엔진의 김종서는 에너지 산업의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벨트 전략'의 구현자다. 한화오션의 김희철은 상선·방위사업·해양 신사업을 아우르는 해양 비즈니스의 수익성을 책임진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대표는 방산 전자에서 우주·위성 통합 체계로의 구조 전환을 두 회사를 겸직하면서 이끌고, 마이클 쿨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K-방산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교두보가 된다.
여승주 부회장의 경영지원실장 전임은 이 모든 움직임의 조율자 역할을 한다. 재무통이자 전략통으로서 그는 3세 경영권 승계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면서 동시에 각 계열사 CEO들의 실행력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지원한다.
이들이 2026년 한화그룹이 설정한 37조 6,000억 원 투자 계획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현하는지, 특히 방산·조선·우주항공 분야에서의 글로벌 성과가 어떻게 현실화되는지가 한화그룹의 미래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구호에서 실행으로, 이제 한화그룹의 신임 C레벨 임원진이 그 책임을 지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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