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4.28(화)

알파고 아버지 허사비스, 한국과 AI동맹 논의

10년 만에 재방문 삼성·SK·현대차·LG 총수와 연쇄 회동

안재후 CP

2026-04-28 15:09:14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_연합뉴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_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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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10년 전 서울 포시즌스 호텔 한 자리에서 인공지능(AI) 시대의 서막을 열었던 인물이 같은 호텔로 돌아왔다.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잇달아 만나 AI와 반도체 분야 협력 확대를 논의한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국 이후 10년 만의 방한, AI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구글의 AI 사령탑이 한국 재계 총수들과 마주 앉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알파고 태어난 호텔에서 다시 만나
허사비스 CEO의 방한 일정에는 상징적 장면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그는 2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호텔은 10년 전인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역사적인 대국이 열렸던 바로 그 장소다. AI가 인간을 처음으로 압도했던 무대에서 한국 정부와 구글이 새로운 AI 협력을 약속한 셈이다.

같은 날 청와대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면담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저도 '제미나이' 프로그램을 자주 사용한다"며 친근감을 드러냈고, 허사비스 CEO는 "10년 전 알파고 대국이 열린 서울에서 오늘날의 AI가 태동했다"고 화답했다. 이 자리에서는 상업적 협력만 다뤄진 것이 아니다. 이 대통령과 허사비스 CEO는 책임 있는 AI 활용과 AI 안전 규범, 일자리 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사회·경제 모델까지 폭넓게 의견을 나눴다.

(오른쪽부터)이재명 대통령과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27일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른쪽부터)이재명 대통령과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27일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과 책임 있는 AI 활용 등 의견 나눠
청와대 면담을 발판 삼아 허사비스 CEO는 28일 곧바로 재계 총수들과 만난다.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과의 오찬을 시작으로 최태원 회장, 구광모 회장과 차례로 회동한다.
이재용 회장과의 자리에는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등 핵심 임원이 동석한다. 최태원 회장과의 미팅에는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함께한다. 구광모 회장과의 만남에서는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기술 협력 방안이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의제는 'AI 반도체'…삼성·SK 향한 러브콜
총수 회동의 무게 중심은 AI 반도체에 쏠려 있다. 구글은 자체 AI 모델 '제미나이'를 운영하기 위해 막대한 연산 능력과 메모리 자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오픈AI, 앤스로픽 등과 초거대 AI 모델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구글의 인연은 깊다. 양사는 오랫동안 '안드로이드 동맹'을 유지해왔고, 2024년 AI 파트너십을 공식화한 후 '갤럭시 S24' 시리즈부터 구글 AI 제미나이를 탑재해왔다. 이번 만남에서는 차세대 온디바이스 AI 기술과 전용 반도체 개발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스마트폰을 넘어 노트북, TV 등 가전제품 전반으로 AI 협력 영역을 확장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SK하이닉스와의 논의는 더욱 직접적이다. 구글이 자체 개발 중인 AI 반도체 텐서처리장치(TPU)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필수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구글 TPU 내 HBM 공급 비중을 SK하이닉스 56.6%, 삼성전자 43.4%로 추정했다. 차세대 TPU에는 HBM4와 HBM4E 채용이 검토되고 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구글 TPU 전용 맞춤형 메모리 공급 방안을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LG의 합류와 현대차까지…산업 전방위로 확장
총수 회동의 마지막 순서인 구광모 회장과의 만남도 의미가 작지 않다. LG는 최근 로봇을 포함한 '피지컬 AI(Physical AI)'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구글의 AI 기술과 LG AI연구원이 보유한 자체 모델 '엑사원(EXAONE)'의 결합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룹 차원의 AI 사업 방향을 구글과 어떻게 접목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번 회동은 삼성·SK·LG에 국한되지 않는다. 허사비스 CEO는 27일 MOU 체결식에서 "방한 기간 삼성전자부터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와 보스턴다이내믹스, LG전자까지 방한 기간 미팅이 잡혀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와는 자율주행 분야 협력이 핵심이다. 현대차는 구글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에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를 다년간 공급하기로 했으며, 미국 클린테크니카 등 외신은 그 규모가 약 25억 달러(약 3조 6000억원)의 5만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AGI 5년 앞으로"…한국에 던진 메시지
전방위 회동의 배경에는 허사비스 CEO 자신의 시간표가 자리한다. 그는 27일 MOU 체결식에서 "범용 인공지능(AGI) 시대가 이제 5년 앞으로 앞당겨졌다"고 단언했다. 이어 기존의 산업혁명 대비 10배 더 큰 규모의 파급력을 가질 것이고, 그 속도는 10배 더 빠를 것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AGI 시대를 5년 안에 맞이하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의 하드웨어 역량이 절실하다는 메시지다.

구글의 한국 내 투자도 가시화되고 있다. 구글은 연내 서울에 'AI 캠퍼스'를 열어 연구자,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본격 확대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허사비스 대표는 구글의 연구진도 한국에 파견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최소 10명 정도를 파견 요청을 했고 즉석에서 동의했다"고 전했다. AI 캠퍼스는 모델 공유를 통한 과학적 진보, 차세대 AI 인재 육성, AI 안전 등 세 가지 분야에 주력한다.

29일 이세돌·신진서와의 만남으로 마무리
총수 회동을 마친 허사비스 CEO는 29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리는 '구글 포 코리아 2026' 행사로 방한 일정을 마무리한다. 이 자리에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 10년, 모두를 위한 AI의 비전'을 주제로 특별 대담을 갖는다. 허사비스 CEO는 알파고 10주년을 회고하며 제2국에서 알파고의 37번째 착점을 "전설이 된 단 하나의 수"로 평가한 바 있다. 이어 현 세계 바둑 1인자 신진서 9단과 친선 대국도 펼쳐진다. 10년 전 인간이 AI 앞에 무너졌던 바둑판에서, 이번에는 인간 챔피언과 AI 사령탑이 다시 한번 지적 교류를 시연하는 무대가 된다.

10년 전 바둑판 위에서 시작된 인연은 이제 반도체와 AI 모델, 자율주행과 로봇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허사비스 CEO의 이번 방한이 한국과 구글의 AI 동맹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분기점이 될지 산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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