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사장의 즉각적인 대응은 이번 협상이 반도체(DS) 부문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생긴 내부 갈등이 상당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협상 결과를 보면 그 이유가 명확하다.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은 특별경영성과급과 초과이익성과급(OPI)을 합쳐 연봉 1억원 기준으로 총 6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받게 됐다. 반면 스마트폰, 가전, TV 등을 담당하는 DX부문은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만 지급받는 처지다. 10배 이상의 격차다.
"사업 환경의 차이" 인정하면서도 책임감 강조
노 사장이 강조한 것은 이러한 격차가 단순한 노사협상의 결과가 아니라 각 부문의 사업 상황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사업 환경과 업황의 차이가 부문별로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 상황에 부문장으로서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발언이 핵심이다.
그는 DX부문이 마주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진단했다. "글로벌 수요의 불확실성, 높아진 원가와 비용 부담, 더욱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쉽지 않은 비즈니스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DX부문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이 진단은 현장의 고민을 대변하는 동시에 향후 개선 계획의 출발점으로 기능한다.
국내 마케팅부터 생산 체계까지 '전면 점검' 시작
노 사장이 단순한 위로로 그치지 않는 이유는 이미 현장에서 움직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DX부문은 올해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3월부터 국내 출시 제품의 영업과 마케팅을 총괄하는 한국총괄을 대상으로 경영진단을 실시 중이다. 이는 지난 9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에 착수한 경영진단에 이은 두 번째 진단이다.
이번에는 가전, TV, 모바일 영업 조직까지 진단 대상을 확대했다. 국내 마케팅 전략과 비용 지출 구조 전반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7일에는 생활가전(DA) 사업부 임직원 대상 경영 설명회를 열고 사업구조 개편 방안까지 수립했다. 비주력 가전제품의 경우 설계는 내부에서 하되, 생산은 외부 업체에 맡겨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 핵심 내용이다.
"직접 보고 챙기겠다" vs "신뢰로 응하라"
노 사장은 이번 메시지에서 향후 리더십의 방향을 두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는 '직접 경영'의 강조다. "사업별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어디에 더 과감하게 집중해야 하는지, 현장에서 무엇이 가장 절실한지 제가 더 직접 보고 챙기겠다"는 발언이 그것이다.
둘째는 조직원들에 대한 신뢰 요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이 각자의 자리에서 흔들림 없이 역할을 다해주고 계시기에 DX부문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다시 경쟁력을 세워갈 저력 또한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는 표현이 이를 드러낸다. 임금 격차라는 현실적 불만을 인정하면서도, 함께 돌파구를 만들어가자는 메시지다.
대수술의 범위는 얼마나 광범위한가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사업 모델 재정비에 가까운 수준의 대수술을 의미한다. 원가 구조 개선, 비용 효율화, 제품 경쟁력 강화, 실행 체계 재정비라는 네 가지 축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국내 시장의 악화 속에서, DX부문이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이 정도 규모의 구조 개혁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신뢰의 말이 행동으로 실현되는지가 관건
노 사장의 마지막 메시지는 선언이자 다짐이다. "DX부문이 다시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믿음이 말에 그치지 않도록 제가 더 앞에서 뛰겠다"는 발언이 그것이다. 동시에 "여러분의 노력과 헌신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와 자부심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까지 덧붙였다.
결국 이번 메시지의 핵심은 '공정성의 회복'이다. 임금 협상에서는 반도체 부문에 밀렸지만, 향후 경영 성과로 그 격차를 좁혀나가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노 사장이 직접 현장에 나서 구조를 개혁하고, 그 결과가 임직원들의 성과급으로 돌아오는 시점이 언제인지가 DX부문의 향후 조직 응집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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